나미비아 정부와 독일·영국 합작 법인 하이픈수소에너지(Hyphen Hydrogen Energy)*는 나미비아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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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그린수소 산업 허브로 부상하는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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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정부와 독일·영국 합작 법인 하이픈수소에너지(Hyphen Hydrogen Energy)*는 나미비아 내 그린수소 사업의 타당성 및 이행에 관한 협정(Feasibility and Implementation Agreement: FIA)을 체결했다. 본 사업은 2030년까지 연간 20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 생산을 목표로 차우 카엡(Tsau Khaeb) 국립공원 지역에 그린수소 인프라를 건설하는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완공되면 3GW 규모의 발전시설로부터 연간 35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나미비아는 유럽투자은행을 비롯하여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전 세계에서 그린수소 산업 유망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주 위클리에서는 그린수소 산업에서 나미비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이 산업이 나미비아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 영국의 투자그룹 니콜라스 홀딩스(Nicolas Holdings)와 독일의 에너지기업 에너트락(Enertrag)의 합작법인 **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풍력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해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여 제조한 암모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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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중공업 및 운송 부문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고비용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소비가 제한적이다. 그나마 소비되는 수소 역시 그레이수소 및 블루수소*가 대부분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수소의 핵심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레이수소, 블루수소와 달리 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추출한 수소를 말하며, 블루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얻지만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린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소는 생산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그린수소 1kg는 약 5~6달러로 그레이수소 시장가의 5배에 달하여, 전 세계 수소 생산량 중 그린수소 생산량은 1% 미만 수준이다.
그린수소는 탄소중립 달성과 잉여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그린수소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게다가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태양열, 육상(onshore) 풍력 발전 비용이 크게 하락하면서 그린수소 생산이 더욱 용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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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미비아의 그린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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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유럽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7% 줄이고자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 8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역내 생산량만으로는 수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바, 2022년 5월 에너지 전략에서 2030년까지 최소 10톤의 그린수소를 수입하고 추가로 1,000만 톤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후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계기 나미비아와 수소와 광물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EU 국가 중에서도 독일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정부와 린데(Linde),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노르덱스(Nordex) 등 기업들과 합작해 H2글로벌(H2Global)을 설립해 청정 수소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린수소 연구개발에 90억 유로(약 1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2018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 열차를 공개한 나라도 독일이었다. 특히 일찍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하여 수소 자원 지도(Hydrogen Potential Atlas)를 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린수소 시장 발전을 위해 설립된 민관 합작기관으로 수소 가격에 대한 생산자와 수요자 간 입장차를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차액을 메꿔주는 정책의 일환이다. 기관은 그린수소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국외에서 공급망을 확보한 후, 이를 독일 기업들에게 경매를 붙여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기업에게 계약 소유권을 이전한다. 여기에서 최고가라고 하더라도 실 매입가보다 저렴하게 수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 폭은 정부 재원 지원으로 감당한다.
한국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나미비아가 2023년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올 6월 제주에서 개최된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주빈으로 나미비아를 초청, 9월 3~5일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Windhoek)에서 개최 예정인 ‘글로벌 아프리카 수소 정상회의’에 제주도를 초청하여 양국의 수소경제 분야 파트너십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 역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제안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수소 사용량 중 청정수소 비율을 2030년 50%, 2050년 100%로 확대할 계획인바,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은 유럽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수소 생산단가가 높아 장기적으로는 수소 수입 의존국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에 큰 잠재력을 지닌 지역인 아프리카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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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1년 중 300일 동안 강한 햇볕이 내리쬐어 연간 태양 일사량이 3,500시간 이상이며, 해안 지역의 경우 고도 100m 기준 평균 풍속 10m/s로 바람의 세기도 강해 그린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 내륙 국가와 달리 대서양을 접하고 있어 항구 접근성이 좋아 수소 생산 후 수출하기에도 적합하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자연환경 때문에 나미비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가 킬로그램당 약 1.5~2유로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일은 2030년까지 연간 170만 톤,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필요량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용량의 수소를 나미비아로부터 저렴한 비용에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나미비아 그린수소 타당성 조사 및 시범 프로젝트에 4천만 유로를 투자했다.
지난 5월 2024 세계수소서밋에 참석한 음붐바(Nangolo Mbumba) 나미비아 대통령은 나미비아를 그린수소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2개 수소밸리(Hydrogen Valley)*에서 9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아프리카 물류 허브로 기능하고 해운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해 암모니아 벙커링** 허브 구축과 그린수소 동력 열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생산, 유통, 저장을 거쳐 최종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수소 관련 모든 가치 사슬이 연결된 수소 산업 단지 **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로 급유하는 것을 말한다. LNG 연료 이후 암모니아가 탈탄소화 시대를 이끌어갈 대표적 선박 연료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나미비아에는 진행 중이거나 사전 조사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9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24년 6월 기준, 6개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사전 인프라 건설, 환경 적합성 검토 등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 중 다우레스 그린수소 마을(Daures Green Hydrogen Villag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도롭 국립공원(Dorob National Park) 외곽의 15,000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수소 단지에는 독립형 태양광·풍력 발전소, 온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음붐바 나미비아 대통령은 동 프로젝트가 80% 이상 완료되었다고 밝혔으며, 파일럿 시설(pilot facility)을 7월부터 가동하여 1.5MW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182톤의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 다우레스 그린 수소 컨소시엄(Daures Green Hydrogen Consortium)이 진행하고 있으며 현지 회사인 에너센스 에너지 나미비아(Enersens Energy Namibia)가 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서두에 언급한 100억 달러 규모의 남부 개발 이니셔티브(Southern Corridor Development Initiative: SCDI)*로 남부 연안에 위치한 뤼데리츠(Luderitz) 항구부터 스프링복(Springbok)과 돌핀(Dolphin) 지역에 걸쳐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기분해시설, 풍력·태양광 발전소, 수소·용수 파이프라인, 담수화 플랜트, 송전선, 암모니아 합성·저장용 산업 부지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이 포함된다. 1단계 프로젝트에서는 2GW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해낼 예정이다. 동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2025년 타당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되어있는데, 사업 주체인 하이픈수소에너지는 한국 수소전문기업 어프로티움(구 덕양)과 MOU를 체결했다.
* 독일·네덜란드 합작법인인 하이픈수소에너지가 소유하고 있으며 나미비아 정부는 24%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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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미비아, 그린수소 개발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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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생산이 시작될 경우 나미비아는 만성적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린수소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미비아 국내 발전량은 루아카나(Ruacana) 수력발전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동 용량이 크게 감소하여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70%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남아공 역시 전력 부족으로 순환단전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나미비아의 전력 부족 문제는 만성적이다. 그러나 나미비아 재생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하락할 경우 이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발전을 통해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내 그린수소 수출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미비아 대통령 경제고문인 제임스 므뉴페(James Mnyupe)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한 후 이제야 저탄소 기반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나미비아의 경우 산업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zero-carbon source of fuel)를 사용하는 저탄소 배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 하이픈수소에너지가 투자하는 100억 달러는 나미비아의 2023년 국가 GDP 123.3억 달러의 약 80%에 육박할 정도로 큰 금액인 만큼, 나미비아 에너지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칸비즈니스(African Business)紙는 나미비아에게 그린 수소 발전은 산업화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적 번영으로 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린수소는 자국의 산업화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미비아가 주요한 에너지 주체로 기능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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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하게 흘러갈 것처럼 보이는 그린수소 개발은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나미비아 항만청인 남포트(Namport)는 그린수소가 생산된 후 유럽 수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샤크 섬(Shark Island)에 항구를 확장하는 것을 제안했으나 나미비아 남부 토착민족인 나마(Nama) 사람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나미비아가 독일의 식민통치를 받던 1900년대 초 독일은 샤크 섬에 강제수용소를 운영한 바 있으며, 이 곳에서 3,000명의 지역주민이 살해된 역사가 있다. 나미비아 나마 지도자 협회(Nama Leaders Association of Namibia) 회원이자 지역사회 활동가인 시마 루이페르트(Sima Luipert)는 “샤크 섬은 나마인들과 오바헤레로(Ovaherero)인들에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언급하며 “대량학살이 일어난 곳”이라고 강조했다. 남포트 측은 “환경 전문가, 고고학자, 해양 고고학자 등을 고용하여 동 프로젝트가 미칠 영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영향이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연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나미비아 나마 지도자협회의 반대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또한 올 5월 말 77개 환경보호단체 연합은 차우 카엡 국립공원에서 그린수소 생산이 이루어질 경우 지역 동·식물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우 카엡 국립공원은 전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이 뛰어난 36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다육식물, 영양, 표범, 갈색 하이에나 등 야생 동·식물로 유명하다. 환경보호단체 연합의 대표인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은 이곳에서 그린수소가 생산될 경우 생물다양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나 베아트리스 마틴스(Ana Beatriz Martins) 주 나미비아 EU대사는 5월 말 나미비아 과학기술대학교(Namibia’s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한 강연에서 “유럽 민간기업들이 이미 9개 수소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유럽 입장에서는 22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연계, 보조금과 차관 등도 개입되어 있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미비아에 그린수소 개발이 본격화되면 나미브(Namib) 사막, 다양한 야생동물 등으로 잘 알려진 나미비아의 풍부한 환경 자원 뿐 아니라 식수 부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동 프로젝트는 나미비아에 에너지 자립을 비롯하여 사회·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와 협력하여 환경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진행해야 지속가능한 수소 산업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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