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전반에서 기념하는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는 많은 사람에게 유명하지만 부즐루드(Boujloud) 카니발은 모로코에서도 특히 아가디르(Agadir) 등의 몇몇 도시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슬람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례 축제이자 희생제로, 이 기간 동안 각 가정에서는 양과 같은 가축을 제물로 바치고 가족/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부즐루드는 ‘피부의 깃털’이란 의미로 모로코 몇몇 지역에서 이드 알 아드하 기념일 이후에 열리는 아마지그(Amazigh) 사람들의 전통 행사이다. 부즐루드에 참가하는 이들은 이드 알 아드하 한참 전부터 양이나 염소 가죽을 깨끗이 세척하고 부드럽게 다듬어 준비한다. 그리고 부즐루드 당일에는 가면을 쓰고 무섭게 보이는 분장을 한다. 염소나 양의 다리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는데 이는 모로코 전통에서 친근한 이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의미를 가진다. 카니발에서 청년들은 다양한 의상과 장식을 이용해 창의성을 뽐낸다. 여러 도시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기념하고 있으며, 그 중 아가디르는 부즐루드 카니발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드 알 아드하가 끝나면, 여러 현지인과 방문객들이 아가디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 모여들어 춤추고 노래하며 부즐루드를 즐긴다. 아가디르는 물론 모로코 전역이 온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북적인다.
최근 들어서는 부즐루드의 전통적 관념이 크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신체적으로 강한 남성들만이 진짜 양가죽을 입고 얼굴에는 숯을 바른 모습으로 춤을 추며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여성들도 인조 가죽 의상을 입고 강한 이미지의 분장 대신 귀여운 화장을 하고 부즐루드를 즐기고 있다.
카니발 마지막 날에는 모든 참가자가 모여 모로코 최대의 의상 퍼레이드를 벌인다. 지자체 공무원, 경찰도 참석해 퍼레이드를 관리하고 시민을 보호한다. 퍼레이드 마지막에는 참가자들 중 최고의 의상을 입은 이에게 상이 주어진다.
부즐루드 의상을 입은 이들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소지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참가자들 중 일부가 여성을 괴롭히거나 관중을 강도질하거나 폭행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때 의상과 분장으로 인해 이들의 식별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부즐루드는 남녀노소가 모두 기다리는 전통 행사로 동물 가죽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상으로 창의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핼러윈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물론 부즐루드가 핼러윈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그 속의 모로코 아마지그 정체성은 결코 변치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