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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위클리 (2024-42호):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대규모 지원 약속과 향후 과제들

관리자 / 2024-09-20 오후 3:52:00 / 218
지난 9월 4일~6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3개국 정상 및 대표단*,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등
No.42(2024.09.20.)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대규모 지원 약속과 향후 과제들 

지난 9월 4일~6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3개국 정상 및 대표단*,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FOCAC)’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하루 전 날인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를 격상하고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위클리는 동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 아프리카에는 유엔 기준 54개 국가가 있고, 이 가운데 중국은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하고 있다. 이번 FOCAC에는 아프리카 51개국의 국가?정부 수반과 2개국 대통령 특사, 그리고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아프리카에 공들이는 중국: 양자관계 격상, 대규모 금융지원 등
2000년부터 3년마다 열리고 있는 FOCAC은 올해 9회째를 맞이했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이번 제9회 FOCAC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중국 내 외교행사다. 특히 최근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아프리카를 향한 높은 관심을 표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번 FOCAC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패권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다른 국가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으로 활용했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올해까지 34년 연속으로 외교부장(장관)이 매해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아프리카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대륙이기도 하다.

* 미국은 2022년 8월 사하라 이남 지역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공표했고, 같은 해 12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3년간 550억 달러(74조 원)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는 2024년 1월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55억 유로(7조 8천억 원) 규모의 지원 내용을 담은 마테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일 열린 FOCAC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아프리카 관계 전체를 신(新)시대*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로 격상시킬 것을 제안한다”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구 위주의 현대화 과정은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다고 지적하며 중국과 아프리카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 ‘신시대’는 세계가 미국 단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등과 ‘신시대’ 용어가 포함된 외교관계를 맺어 왔는데 이번 FOCAC 계기 이를 아프리카로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표현이라 볼 수 있다.
** 중국 외교관계에서 ‘전천후’는 상대국에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3년간 중국 정부는 2,100억 위안(약 39조 5,241억 원)의 신용자금, 800억 위안(약 15조 원)의 다양한 지원을 포함해 3,600억 위안(약 67조 7,484억 원)의 재정을 지원할 뜻이 있으며, 아프리카가 중국에서 판다본드(Panda bonds)*를 발행하도록 뒷받침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최빈 개도국에 관세 품목을 무관세로 적용하고, 일대일로를 비롯해 아프리카에서 30개 기반시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10억 위안(약 1,882억 원) 상당의 무상 군사 원조, 그리고 군인 6천 명과 경찰·법 집행 인력 1천 명의 훈련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규모 지원은 위안화로 제공될 예정인데, 이는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 외국계 기업이 중국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2005년 국제금융공사(IFC)와 같은 국제 투자기관에 의해 발행되었으며, 2009년 중국 정부가 회사채 시장을 국제적으로 개방한 이후 발행량이 급증했다.
+ 아프리카 채무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 해결책은?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장 큰 투자국이다. 남아공 안보학연구소 드클뤼버(Juan de Kluiver) 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까지의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차관 규모는 약 1,550억 달러에 달한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중국-아프리카연구소(The China Africa Research Initiative)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미국을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그러나 중국의 투자 집행 내역은 알려진 것 외에도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전체적인 실체는 밝히기 어렵다고 연구에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리카에 채권, 차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적 지원을 한 결과, 이는 오히려 아프리카 상당수의 국가들이 막대한 채무 문제를 떠안는 결과를 야기했으다*. 그리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 채무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최된 이번 FOCAC에서 채무 탕감과 같은 실효성 있는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 보스턴대학교 글로벌개발정책센터(Boston University’s Global Development Policy Center)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 부채 부담은 2024년까지 5년 연속으로 증가해왔다. 2022년 발간된 영국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프리카의 대중국 부채는 6,960억 달러로 2000년 대비 5배 늘어났으며, 아프리카 대륙 전체 부채의 12%를 차지한다.

FOCAC에서 채택한 ‘베이징 선언’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발 채무와 관련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석국들은 “국제금융기구와 상업 채권자들이 ‘공동 행동, 공평 부담’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 채무 처리에 참여하고 아프리카 국가가 이 핵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동 원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과도한 채무 문제*에 대해 중국 책임론이 부각되어 온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이를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의 공동 책임으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일부 채무국이 빚더미에 앉거나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잠비아의 경우 대외부채 173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 중 3분의 1이 넘는 금액이 중국에 진 빚이다. 이를 겨냥해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은 작년 4월 잠비아를 방문하여 “잠비아의 모든 채권국은 상당한 규모의 부채 감축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채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발표한 ‘베이징 선언’과 함께 행동계획(Action Plan)에는 아프리카 신용평가기관 설립 촉구, 다자개발은행 개혁, 보조금 인상, 우대금융, 아프리카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개발 자금 조달 등 구체적인 부채 상환·연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동 행동계획에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가 중국에 진 부채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리튬·니켈·코발트·흑연·망간 등 주요 희소자원과 인프라를 장악한다고 지적되어 왔으나, 그럼에도 이번 FOCAC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과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안토니오 구테레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접근이 적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양허성 자금(concessional funds) 부족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민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되었고 이것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빈곤 완화 등 개발 분야에 대해 중국은 훌륭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아프리카 대륙에서 커져가는 중국의 존재감
중국은 단연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2023년 중국과 아프리카 무역총액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2,820억 달러(379조 원)로 미국-아프리카 무역총액(675억 달러)의 4배 이상, 한국-아프리카 무역총액(166억 달러)의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대륙 전체 수출량의 1/4을 차지한다. 보스턴대학교 글로벌개발정책센터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대중국 수출품 대부분은 원유, 구리를 포함한 자원이다. 중국과 아프리카 대륙 간 2024년 1월~7월 기간 무역량은 약 1,670억달러(아프리카의 대중국 수출 970억 달러, 수입 69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했는데, 이 또한 아프리카 원자재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기조가 계속된다면 올해 중국-아프리카 무역량은 작년의 2,8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아프리카 협력비전(China-Africa Cooperation Vision)*상에 구체적으로 연간 아프리카-중국 무역액 3,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명시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무역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개발 목표 및 중간 목표로 이루어진 ‘중국 비전 2035(China Vision 2035)’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계획으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대규모 신(新)무역로 건설’이라는 중국의 계획과도 맞물려있다.
+ 녹색에너지 시장 영향력 확대를 향한 중국의 움직임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구호 아래 재정비*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행사라는 특징도 있다. 여기에서 ‘작은 것(small)’은 더 작은 크기의 사업과 예산, 그리고 짧아진 변제 기간을 말한다. ‘아름답다(beautiful)’가 의미하는 바는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줄이고 개발에 따른 이익은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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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개최된 일대일로 포럼(Belt and Road Forum)에서 강조된 바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비롯된 부채로 공여국과 수여국 모두가 큰 타격을 입은 현실을 타개하려는 대안이자, 녹색에너지가 중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는 중국 내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배터리를 가장 많이 생산할 뿐 아니라 녹색기술 제조 분야(green technology manufacturing)에서 글로벌 투자의 3/4를 차지한다. 2023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었고, 중국의 태양 발전 부품 공급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80%에 달한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유럽의 7배를 투자할 정도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당연히 있다. 미국과 유럽은 보호주의적 정책을 내걸면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핵심 광물 등에 부과되던 관세를 인상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행보로 풀이되며, 동시에 자국 제조업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일환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의 제재로 인해 동 지역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은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사우스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클리프 음보야(Cliff Mboya)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제재를 받는 중국 제품들이 늘어남에 따라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과잉 생산된 중국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아프리카 시장으로 밀려들어오는 덤핑*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 저렴한 수입품이 시장에 공급되어 국제 무역에서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과잉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중국 태양전지 생산량은 국제 수요량의 두 배 이상이었으며, 지난 7월 중국의 태양광 패널 기업 Longi Green Energy Technology의 순손실은 7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 런던 해외개발연구소(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 ODI) 연난 첸(Yunnan Chen) 연구원에 따르면, 10년 전 중국은 중공업·기반시설 분야에서 자국 과잉문제 도피처로 일대일로 사업을 활용하고 개발도상국에 기반 시설 시장을 개척하려 했는데, 현재 녹색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은 과잉 공급 문제 해결에 당면해 있으며 이 전략을 반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구권의 관세 압박은 중국으로 하여금 신흥시장에 진출하도록 추동할 것이고, 나아가 중국은 제3국을 통해 유럽 및 서구 시장과 교역함으로써 제3국을 생산망과 공급망의 도피처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베트남과 멕시코에서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리포트紙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력 부족으로 국가적·지역적 산업화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교육과 청년·여성의 생산 활동이 장애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의 재생에너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도시·농촌지역 전기 공급의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회사들은 특히 스마트발전소와 전기 저장 기술 분야에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China Program at the Stimson Center in Washington) 윤 선(Yun Sun) 디렉터는 FOCAC에서 녹색기술·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되려 아프리카에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아프리카에 구축한 리튬광산을 중국-아프리카 녹색에너지 기술 협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중국에 원유, 광물 등의 원자재를 수출해왔다. ‘녹색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기존에 수출하던 원자재가 리튬 등의 핵심 광물로 대체되는 것일 뿐, 전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으며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과연 누가 이득을 볼 지 단정 짓기 어렵다고 윤 선 디렉터는 덧붙였다.

아프리카를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와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가운데, 중국은 아프리카를 확실한 우방으로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에 주요 파트너국으로 참여하면서 늘어난 부채가 이를 주도한 중국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대일로 사업 규모와 부채 변제 기간 축소, 녹색 산업 집중 등의 방향으로의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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