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와 모잠비크는 최근 대선을 치렀다.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인 보츠와나는 강력한 시민사회의 감시 아래 이뤄진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한편 모잠비크에서는 부정선거 의혹과 야권 인사 암살 의혹 등이 불거지며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위클리에서는 보츠와나 대선의 주요 이슈와 모잠비크 대선 불복 사태에 관해 자세한 내용들을 알아본다.

보츠와나는 지난 달 30일 치러진 총선에서 58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의원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정치체제를 가진 보츠와나에서는 총선에서 31개 이상 의석을 차지한 당의 대표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세레체 카마(Seretse Khama)전 대통령이 창립한 보츠와나 민주당(Botswana Democratic Party: BDP)이 지금까지 다수 의석을 차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61개 선거구중 대통령 당선 기준인 31개 선거구를 넘은 36개 선거구에서 야당이었던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우산(Umbrella for Democratic Change: UDC)이 승리하면서 정권교체가 확정되었다. 여당이었던 BDP는 4개 의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금요일 보츠와나 대통령으로 UDC 대표였던 두마 보코(Duma Boko)가 취임했다. 모퀘에시 마시시(MokgWeetsi Eric K. Masisi) 전 대통령은 UDC의 승리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문제 없이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츠와나는 민주적 경제발전의 대표적 사례를 보여주는 국가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와 시몬 존슨(Simon Johnson)이 포용적인 제도(inclusive institution)*와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해 저술한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보츠와나는 다른 이웃 국가들과 달리, 독립과 동시에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를 확립한 모범사례로 등장한다. 초대 대통령인 세레체 카마 전 대통령과 BDP가 족벌정치와 부패의 늪에 빠지지 않고 포용적인 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핵심 산업이던 축산업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었을 때에도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이아몬드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공공분야에 재투자 하면서 포용적 제도를 더욱 강화한 덕분이다. 그 결과 보츠와나는 최근까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강화의 선순환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굳건한 민주적 제도 하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BDP는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츠와나 수출의 80%를 구성하는 다이아몬드 가격이 지난 3년간 30% 하락한 데 이어 보츠와나 외화 소득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품 수입 가격 상승이 겹쳐져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적 자본(human capital) 개발을 통해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대처하려고 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내부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시시 정부와 불화가 있던 이안 카마(Ian Khama)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민주주의가 이제 쇠락하고 있다”고 지난 2019 년 BBC 에 밝힌 바 있다.* 같은해에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의혹이 있어 야당이 재판을 준비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하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많은 보츠와나 국민들은 마시시 정부가 짐바브웨 독재 정부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마시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업과 불평등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권자들의 가계 경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다면 보츠와나 독립 이래 최초로 정권 교체 성공한 두마 보코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비전을 가졌을까? 두마 보코 대통령은 1969 년 보츠와나 중부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이 지역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보코 대통령은 과거부터 항상 옳은 일을 행하려고 했고 정의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95 년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보츠와나에 로펌을 설립했다. 젊은 나이에 야당인 보츠와나 국민전선(Botswana National Front: BNF)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해 2010 년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로부터 2 년 뒤 BDP 에 대항할 목적으로 여러 야당을 규합해 지금의 UDC 를 창당했다. UDC 는 2014 년 총선에서 17 석을 확보해 제 1 야당의 위치에 오른 후 2019 년 15 석을 확보했지만 정작 두마 보코 본인은 선거구에서 패배해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UDC 는 부정선거에 의해 두마 보코가 낙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제 여당이 된 UDC 는 “포용적인 성장, 양질의 삶(inclusive growth, quality life)”을 정당 선언문(manifesto)으로 채택했다. 이 문장을 보면 성장보다도 ‘분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일지 단언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선거 당일이었던 10 월 30 일, 선거가 시작되기 전 투표소에는 10,000 여명의 선거 참관인이 전국 2,000 여개의 투표소로 향했다. 이들은 UDC 에서 부정 선거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하고 파견한 마디벨라틀호포(Madibelatlhopho)* 프로젝트 참가자다. UDC 는 앞서 여러번 언급된 바와 같이 2019 년 총선에서 BDP의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UDC 는 당시 총선결과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고등 법원(high court)은 이를 기각했다. 그 후 항소 법원(The Court of Appeal)에도 항소했으나 항소 법원 또한 “관할권이 없다(lack of jurisdiction)”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이런 일을 겪자 당 지도부는 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권리 교육과 감시를 하는 참관인단을 만든 것이다. 선거법과 권리에 대해 교육받은 참관인단은 투표소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녹음 및 녹화, 직접 항의 등의 활동을 함으로써 권리 침해, 부정, 정부 관계자에 의해 행해지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감시·예방할 뿐 아니라 잘못된 선거 관습들을 바로잡기도 했다. 과거에는 투표율이 낮은 선거구는 정보 기관 요원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갑자기 투표함이 바뀌거나, 누군가가 가짜 표들을 투표함에 넣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러한 선거 부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참관인들이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 되는 과정을 끝까지 감시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보츠와나는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이고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었다.

한편 모잠비크에서는 지난 10 월 9 일 진행되었던 대선에서 기존 집권당 후보가 70.67%의 득표율로 당선되자 야권과 시민들이 반발하며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동 선거에서 20.32%의 득표율로 낙선한 베난시우 몬들라느(Venancio Mondlane) 후보는 개표 결과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촉구했고, 이어진 폭력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8 명, 현지 NGO 인 민주주의 인권센터(Centre for Democracy and Human Rights)에 따르면 24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크리스토바우 슈므(Cristovao Chume) 모잠비크 국방장관은 이번 시위를 통해 "헌법 질서를 바꾸려고 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인했다며 "정부 전복을 목표로 한 시위를 막기 위해 군이 파견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동 시위에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인접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문제가 국경을 넘어 자국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남아공-모잠비크 동부 국경 검문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남아공 외교부는 사태 확산을 우려하며 모잠비크 헌법재판소(Constitutional Court of Mozambique)에게 선거 결과를 신중히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은 "불필요하고 과도한" 폭력을 비판하며 모잠비크 경찰이 국제법 상 인권 의무를 준수하는 선에서 시위를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강력한 항의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모잠비크 대선 즈음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시위를 요구한 몬들라느 후보와 함께 일했던 엘비노 디아스(Elvino Dias) 변호사는 지난 4 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살해 위 협을 받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5 일 전인 10 월 19 일, 디아스는 자신의 차에서 동승하고 있던 야당 인사 파울로 구암베(Paulo Guambe)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다. 디아스는 살해당하기 직전 선거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몬들라느 후보는 이것이 정부의 공격이라고 반발하며 지지자들에게 시위를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짜뉴스(disinformation)라고 일축했다.

선거 결과는 당연하게도 집권 여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모잠비크의 여당인 프렐리모(FRELIMO)는 1975 년 모잠비크가 독립한 이후 한 번도 여당의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1994 년 선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가권력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이번 선거에서도 조작의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선거위원회(electoral commission)가 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성인의 수보다 더 많은 유권자를 등록했고, 유럽연합(EU)에서 파견한 참관단 또한 몇몇 선거구에서 선거결과가 조작되었다고 밝혔다.

모잠비크는 1992 년 내전 종식 후 20 년간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2015년 말 국가부채 은닉 스캔들*이 터지면서 IMF 와 세계은행이 모잠비크에 원조를 중단하여 경제난이 심화되었고, 그 결과 2017 년 말 국가부채가 GDP 의 112%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국의 부정부패가 국가 신용도 저하와 심각한 국가 부채 심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모잠비크의 큰 수입원인 천연가스 분야도 순탄하지 못하다. 일부 대형 가스전*이 코로나19 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청년 실업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위자들의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당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 모잠비크 야권 정당 포데모스(Optimist Party for the Development of Mozambique:PODEMOS)** 관계자는 "몬들라느 후보는 자유를 가져오고 있다. 그는 역사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