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남서단에 위치한 산인 르 모흔느 브하벙(Le Morne Brabant)은 주요 역사적 유적지이자 자연 명물이며, 노예 제도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서 세계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인 모리셔스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국제적 노예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당시 모리셔스의 경제 모델은 대부분 노예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특히 프랑스 식민지배 시기(1715~1810년)에 사탕수수 농장이 모리셔스 GDP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사탕수수 농장에서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및 인도 등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일을 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8세기에 모리셔스 내 노예 인구가 급증했는데, 프랑스 식민지배가 끝날 무렵 모리셔스의 노예 인구는 전체 주민의 거의 80%에 해당하는 약 6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예들은 장시간 노동, 부족한 음식, 저항이나 탈출 시도 시 무거운 처벌 등 가혹한 생활과 노동조건을 견뎌야 했다.
당시 ‘마룬(Maroons)’으로 알려졌던 르 모흔느 브하벙은 지형이 험하고 고립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도주한 노예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다. 울창한 숲과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르 모흔느 브하벙은 가혹한 노예 생활에서 탈출한 사람들에게 천연 요새와도 같았으며, 덕분에 마룬족은 산 정상에 작은 촌락을 이루어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르 모흔느 브하벙에서 마룬족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항상 다시 잡혀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으며, 근처 농장을 급습해 물자와 식량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르 모흔느 브하벙 자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이었기 때문에 식민지 군대에 대항해 방어가 가능했던 반면, 외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모리셔스를 비롯한 인도양 지역에서 벌어진 노예제도에 맞선 투쟁의 처절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르 모흔느 브하벙이다. 르 모흔느 브하벙은 가혹한 노예 생활에 굴복하지 않고 해방을 위해 싸운 마룬족의 용기와 끈기를 상징한다. 모리셔스에서의 식민지배, 노예제도 및 인권 투쟁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가 르 모흔느 브하벙이라는 저항의 유산에 반영되어 있으며, 이는 모리셔스의 국가 정체성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르 모흔느 브하벙을 보존하는 데 있어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개발 및 관광 요구와 보존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르 모흔느 브하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적 중요성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르 모흔느 브하벙의 환경 훼손과 르 모흔느 브하벙 문화유산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르 모흔느 유산 신탁기금(Le Morne Heritage Trust Fund)은 일부 지역에 대한 접근 제한, 친환경적인 여행 장려 및 르 모흔느 브하벙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대중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방면으로 보존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광 및 개발 압력으로 인해 르 모흔느 브하벙의 독특한 문화 및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르 모흔느 브하벙은 전 세계 노예제도의 역사와 모리셔스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래 세대가 과거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전 세계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기억의 장소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