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제 79차 유엔 총회에서 발언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 함정에 빠진 아프리카 여성들 |
러시아 알라부가(Alabuga)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 SEZ)*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는 드론 생산의 주요 거점이다. 2022년부터 러시아는 알라부가 경제특구에서의 직업 교육과 안정된 고용을 약속하며 아프리카의 젊은 여성들을 모집해오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군수산업에 동원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공화국(Republic of Tatarstan)의 수도 카잔(Kazan)에서 동쪽으로 20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22년 12월, 러시아는 이란과 17억 달러(한화 약 2조 3천억 원) 규모의 드론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2025년까지 이란제 군용 드론 샤헤드(Shahed)-136 연간 6,000대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샤헤드-136 완성품이 분해된 상태로 러시아에 배송된 후 재조립됐으나, 현재는 모든 생산 절차가 알라부가를 비롯한 러시아 내 군수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전시 생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드론 부품 조립과 같은 노동집약적인 생산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고, 그 중심에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Start Program)이 있다. 알라부가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 JSC)*는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 국가들로부터 18-22세 외국인 여성 참가자를 모집해 전시 산업에 동원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of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ISIS)는 2022년 초 프로그램 시작 이후 2024년까지 아프리카 18개국***에서 약 1,000여 명의 여성이 알라부가 드론 공장으로 향했고, 생산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그 수가 2,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알라부가 경제특구를 관리하는 알라부가 주식회사의 지분은 66%가 러시아 연방 정부 소유이며, 나머지 34%는 타타르스탄 공화국 토지재산부가 소유하고 있다. **1991년 12월 구소련 해체 뒤 창설된 국가연합체로, 회원국은 총 9개국이다; 러시아, 몰도바(활동 중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나이지리아, 남수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레소토, 말라위, 말리, 모잠비크, 부르키나파소, 베냉, 알제리, 우간다, 에티오피아, 잠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케냐, 탄자니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우 전쟁에 대체로 중립을 유지해왔지만, 러시아가 전쟁에 사용할 군용 드론 생산에 아프리카 여성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로 하여금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재고하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알라부가 경제특구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은 우크라이나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본국에서 실업과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아프리카 여성들은 상당한 보수와 해외 진출 기회에 이끌려 이 프로그램에 선뜻 참여하고 있다. 알라부가 주식회사는 아프리카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취했을까? 이번 주 아프리카 위클리에서는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의 홍보 자료, ISIS의 전문가 보고서, 주요 외신 탐사 보도를 바탕으로, 알라부가 주식회사가 지원자들을 모집한 방식, 실제 작업 환경, 본 프로그램이 현 국제정세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한다. |
+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청년들을 위한 특별한 기회” |
알라부가 주식회사는 SNS 광고를 통해, 알라부가 경제특구를 63개 기업이 입주해 총 16,14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39억 달러(한화 약 5조 3천억 원) 규모의 유망 산업단지로 소개한다. 2023년에는 21억 달러(한화 약 2조 8천억 원)의 수익을 기록한 이곳에서, 2022년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직업 훈련과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며 러시아어 교육까지 포함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을 수료한 참가자들에게는 전문 교육 인증서가 발급되며, 이를 통해 러시아 내에서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이 약속한 직무와 급여 조건 (각 분야에서 최소 2년 최대 4년 근무 가능, 연차별 승진 급여 인상-4년 최대 100달러 인상 가능) ①물류(Logistics)(물품 분류→지게차 운전→컨테이너 트럭 운전→크레인 운전): 초임 월 604달러 ②접객(Service & Hospitality)(실외청소→실내청소→청소 감독→사무실 관리): 초임 월 604달러 ③케이터링(Catering Service)(주방 보조→웨이터→바리스타→주방 책임): 초임 월 532달러 ④생산관리(Production Operator)(생산 수습→생산 운영→생산 감독→생산 책임): 초임 월 676달러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이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필수 요건 ①나이/성별: 18-22세 여성 ②교육: 최소 9학급 이상(한국의 중학교 졸업 이상에 해당하는 교육 수준) ③건강: 약물 중독, HIV/AIDS 및 매독 감염이 없을 것 <두잉 비즈니스>의 평가틀은 기업 환경의 용이성을 측정하는 10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한 국가에서 기업이 설립되고 운영되는 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절차, 비용 등 다양한 요소를 정량화해 190개국을 비교하며 매년 순위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알라부가 주식회사는 지원자들이 근무하게 될 4가지 직무 분야의 연차별 업무 내용과 예상 급여를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공개된 직무기술서에 따르면, 물류 분야 1년차 근무자는 물품 분류 업무를 담당하며 이는 ▲품목 및 작업 주문 확인, ▲배송 물품 이동, ▲물품 상하역 및 파손 물품 보고 등을 포함한다. 연차가 쌓인 근무자는 2년차에 지게차를 운전하며 ▲창고 물품 배치, ▲팔레트 이동, ▲적재물 안전 확인, ▲장비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현황 기록 등을 맡는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국가의 평균 소득 대비 몇 배에 달하는 급여를* 최대 4년간 고정적으로 지급한다는 제안은 많은 지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알라부가 주식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은 젊은 나이와 기초 교육, 건강한 신체 정도로 비교적 단순하다. 성별을 여성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AP紙는 통제 용이성이 주된 이유일 것으로 분석한다. 위 필수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자는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나 텔레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간단히 지원할 수 있고, 지원자는 사진, 이름, 국적, 나이와 성별,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제출하면 된다. *ISIS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월 급여는 르완다, 세네갈, 우간다, 짐바브웨, 콩고민주공화국 월평균 급여보다 최소 2배 이상 높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러시아어 단어 100개를 암기하고, 간단한 온라인 게임을 통해 평가받는다. 암기해야 할 단어들은 ‘공장’, ‘걸다/풀다’와 같은 직무 관련 어휘로 구성돼 있으며, ‘비즈니스 캣츠(Business Cats)’라는 이름의 온라인 게임은 지원자의 학습 능력과 전략적 사고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다. 화상 인터뷰까지 통과한 최종 합격자는 알라부가 주식회사가 제공하는 무료 항공편을 통해 러시아에 도착한 후 고용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모집은 상시 진행되며, 지원부터 계약까지 모든 절차는 3개월 내에 완료된다. |
+ “이 회사는 드론을 만드는 일이 전부입니다.” |
현장에 도착한 아프리카 여성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곧 깨닫는다. 알라부가 주식회사가 약속한 전문 직업 훈련은 존재하지 않았고, 프로그램 참가자의 90%는 드론 생산에만 전념한다. 드론 생산에 필요한 복합재(composite material)를 절단, 접착, 건조, 조립, 도색하는 작업은 육체적으로 고되고 위험하지만, 이들에게 다른 업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드론 생산이 이루어지는 작업 환경도 열악하다. 보호 장비가 지급되지 않아 근로자들은 복합재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AP紙가 인터뷰한 근로자는 “회사가 신입 직원들에게 조립된 드론에 요거트와 비슷한 농도의 부식성 물질을 도포하도록 지시하는데, 보호 장비가 부족해 화학 물질이 얼굴을 작은 바늘로 찌르는 듯 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미세 합금으로 추정되는 화합물이 피부에 쌓여 제거되지 않은 채로 남아,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뺨에 작은 구멍이 생겨 심하게 가려웠다고 말하며, “많은 소녀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급된 급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근로자들은 산업단지 인근의 지정된 숙소에서 생활하며 이곳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구매해야 했는데, 이 모든 비용은 현지 물가에 준하여 급여에서 원천징수된다. 근로자들이 한 달간 고된 환경 속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급여는 약 150달러, 기숙사비와 식비를 제한 실수령액은 프로그램이 제시한 예상 급여와 크게 달랐다. 이마저도 對러시아 금융제재로 인해 본국으로 송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바다 건너 러시아에서의 물가와 생활여건을 가늠할 수 없는 지원자들에게 이러한 조건들은 미리 고지되지 않았다. 가혹한 물리적 환경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차별이라는 증언도 속출한다. 유출된 문건을 ISIS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프리카 여성들은 혼혈인을 지칭하는 물라토(mulatto)*로 불렸으며 이들이 작업한 드론 기체에는 ‘M’ 또는 ‘MM’이라는 라벨이 추가로 부착됐다. 근로자들은 알라부가 경제특구에서 24시간 감시 하에 생활했고, 휴대전화는 보안상의 이유로 러시아 SIM 카드만을 사용하도록 제한됐다. 러시아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은 퇴근 후 인근 도시로의 외출이나 주말을 이용한 가벼운 여행조차 금지됐다. *물라토는 흑인과 백인의 혼혈을 뜻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스페인어 및 포르투갈어 단어 mulato에서 파생됐으며, 이는 말과 당나귀의 잡종을 일컫는 노새(포르투갈어 mul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존재한다. 전쟁의 긴장은 근로자들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 2024년 4월, 우크라이나 드론이 알라부가 경제특구를 공격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의 국적과 부상 정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총 12명의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알려졌다. 근로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 범죄에 연루된 이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이 발생하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2024년 5월에는 알라부가 주식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승리를 자축하는 전승기념일*을 맞아 개최한 행사에서 일부 근로자들에게 1943년식 러시아 군복을 입히고 기관단총 모형을 들게 했으며, 매년 페인트볼 대회를 열어 참가자들이 러시아 군인처럼 위장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구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로부터 공식 항복 서명을 받은 5월 9일(모스크바 시간 기준)을 전승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러시아는 매년 이 승리의 날(Victor Day)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참전 용사 추모식을 진행하며 기념한다.
**AP紙는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와 타타르스탄 주지사, 알라부가 경제특구 사무총장 사무실에 연락해 질의했으나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생산한 드론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까지 약 4,000여 대의 드론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으며, 2024년에는 1월부터 7월까지 그 두 배에 달하는 8,000여 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이 중 상당수가 알라부가 경제특구에서 제작됐다. 드론 생산 공정에 투입된 저숙련 노동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드론 기체의 오작동율이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하자가 있는 드론도 우크라이나 방공망 피로도를 높이거나 탄약을 소모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모집하며, 일의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높은 급여만을 강조해 지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비나 샴다사니(Ravina Shamdasani)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 대변인은 러시아가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U.N.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의 당사국임을 지적하며, “모집이 사기적(fraudulent)이고 목적이 착취(exploitation)를 위한 것이라면, 프로그램이 인신매매(trafficking)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고”고 말했다. 2024년 5월, 알라부가 경제특구를 방문한 모하메드 용가오(Mohamed Yongawo) 주러시아 시에라리온대사는 당시 이 프로그램이 교육적이라고 여기며, “시에라리온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알라부가에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AP紙는 이처럼 프로그램의 취지를 실제와 다르게 파악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취재 내용을 알리고자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ISIS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민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들 국가가 계속해서 근로자를 파견할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를 받는 단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의 군사적 노력을 옹호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베티 아몽기(Betty Amongi) 우간다 성노동사회개발부(Gender, Labour and Social Development) 장관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므로 알라부가 주식회사의 모집 활동에 대해 모스크바 주재 자국 대사관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알라부가 스타트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아시아, CIS 국가 소속 여성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악용하여 군수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젊은 여성이 파견되어 드론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이러한 위태로운 국제정세 속에서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파견된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국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호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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