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는 지난 20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왔으며, 최근에는 변동환율 제도의 채택, 적극적인 금리정책 도입을 토대로 거시경제 개혁을 통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외환 부족, 부채 지속가능성 등의 주요 경제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의 성공 여부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본 도피, 통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등 관련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티오피아가 경제개혁에 성공한다면, 이는 에티오피아의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전반의 안정과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이전의 고정 또는 관리 환율을 변동 환율제도로 전환한 것은 에티오피아 화폐인 비르(birr)의 가치를 시장이 결정하도록 하여 심각한 외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비르의 가치를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되도록 함으로써 민간부문 개발보다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에 쏠린 외환 할당의 불균형 및 비효율성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그 결과, 비르의 가치가 단시간에 약 90% 하락했다. 이러한 통화 약세는 에티오피아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려 국제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입 비용이 증가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소비자와 기업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변동 환율 제도 외에, 에티오피아는 금리를 인플레이션 통제, 경제성장 관리, 통화 안정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금리정책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중앙은행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불투명성과 책임성 부족이 보고되고 있어 에티오피아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났다. 또한 금리 조정이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이 잘 발달해야 하는데, 에티오피아는 공식 금융기관보다 비공식 자금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변화가 경제적 행동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최적의 금리를 결정하려면 신뢰할 수 있고 시기적절한 경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급격한 비르 가치의 하락은 수입비용을 상승시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통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에티오피아는 인프라 부족, 물류 문제, 지속적인 국내 갈등 및 불안정 등의 요인으로 통화 약세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투자자와 기업이 보다 안전한 외국으로 자산을 이전하려는 자본 도피를 촉발할 수 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에티오피아의 거시경제 개혁을 위해 약 20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인데, 이러한 외부 지원은 에티오피아의 정책 독립성에 영향을 미쳐 에티오피아가 자체 경제적 우선순위와 개발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지원으로 외환 유입이 급증하면 비르 가치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가 개혁에 성공한다면, 이는 에티오피아의 경제적 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백만 명 가까운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평화와 안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혁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부문별 정책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