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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위클리 (2024-44호): 레베카 쳅테게이의 죽음: 아프리카 여성 폭력의 그림자

관리자 / 2024-10-04 오후 3:00:00 / 451
우간다의 마라톤 선수 레베카 쳅테게이가 지난 9월 5일, 남자친구의 방화
No.44(2024.10.04.)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레베카 쳅테게이의 죽음: 아프리카 여성 폭력의 그림자
       
     
   
+ 레베카 쳅테게이의 죽음
우간다의 마라톤 선수 레베카 쳅테게이(Rebecca Cheptegei)가 지난 9월 5일, 남자친구의 방화 공격으로 인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쳅테게이는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마라톤 종목에 출전하여 44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그녀의 죽음은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서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쳅테게이의 파트너인 딕슨 은디마 마랑가치(Dickson Ndiema Marangach)는 9월 1일 휘발유 5리터를 구입한 후 쳅테게이 집의 닭장에 숨어 있다가 그녀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아버지 조셉 쳅테게이(Joseph Cheptegei)에 따르면, 레베카 쳅테게이와 마랑가치는 우간다 국경 바로 건너편 케냐 지역에 땅을 사 함께 거주해 왔고, 땅의 소유권 문제로 자주 다퉜다. 사건 이후 쳅테게이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전신의 80%가 심각하게 화상을 입은데다가 교제 중 지속적인 폭력으로 인한 심각한 장기 손상의 여파로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한편, 쳅테게이에게 불을 지른 마랑가치 또한 화상을 입고 치료 중에 사망했다. 

쳅테게이를 포함해 케냐에서 폭력으로 인해 여성 스포츠 선수가 사망한 사건은 최근 3년 동안에만 세 번이나 발생했다. 2021년에는 25세 달리기 선수 아그네스 티롭(Agnes Tirop)의 남편 이브라힘 로티치(Ibrahim Rotich)가 티롭의 목에 자상을 입혀 살해해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앙골라에서 개최된 국제 평화 하프 마라톤 대회(International Peace Half Marathon)에서 3위에 오른 마라톤 선수 다마리스 무투아(Damaris Mutua)는 집에서 베개에 얼굴이 덮인 채 목이 졸린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케냐 당국은 무투아의 남자친구를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아프리카 내 젠더 기반 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적인 비극이 아닌, 수많은 아프리카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폭력과 불안정한 생활을 여실히 보여 준다는 것이다. 여러 관련 보고서들은 아프리카 여성들이 가정 안팎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사회적, 문화적, 법적 요인에 의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짚어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쳅테게이 사망 사건을 조망하면서, 아프리카 내 여성 폭력의 심각성과 그 원인, 법적 제도와 한계점에 대해 밝혀보고자 한다.

*젠더 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 GBV): 상대 성에 대한 혐오를 담고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젠더(Gender)는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을 뜻하는 말로, 젠더 기반 폭력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바탕으로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 할 수 있다. GBV는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폭력, 남성을 공격하는 남성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등이 포함된다. 성폭력, 가정폭력, 인신매매,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의 폭력도 GBV에 해당된다.
+ 아프리카 내 여성 폭력의 심각성
상기한 바와 같이, 아프리카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해 있다. 2024년 7월에 발표된 갤럽보고서 <아프리카 젠더 권력: 여성의 삶을 형성하는 불평등 분석(Gender Power in Africa: Analysis of the Imbalances that Shape Women’s Live)>은 아직 많은 아프리카 여성들이 폭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다. “자신의 삶이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여성들의 비율이 전 세계 평균 64%인 것에 비해, 아프리카 여성들의 경우 50% 이하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들의 경우 단지 27%만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는데, 남아공 여성들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밤에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 '해가 진 이후에는 외출을 피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의 여성 중 30% 이상이 가정 내에서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발표했다. 2022년에 조사한 케냐 인구 및 건강조사(Kenya Demographic and Health Survey: KDH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공, 짐바브웨, 우간다, 케냐 여성들은 집 안에서도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상당수의 아프리카 여성들이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했거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신체적으로 학대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KDHS에 따르면 기혼이거나 연인 관계에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의 성폭력 가해자는 주로 남편 또는 연인이다(71%). 이는 가장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껴야 할 관계와 환경 안에서마저 여성들은 긴장 속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성 폭력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4년 7월, 나이로비의 한 쓰레기장에서는 11구 이상의 훼손된 여성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케냐 경찰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42명의 여성들을 살해해 쓰레기장에 유기해 왔다고 자백한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러한 여성 폭력 및 살해 사건은 케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유엔은 여성 살해 사건 발생률이 가장 높은 대륙으로 아프리카를 지목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강간 및 여성 살해율을 보이는 국가다. 미국의학협회(National Institute of Health)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첫 분기 동안 10,818건의 강간 피해 사례가 신고되었으며, 여성 살해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5배나 높다.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전염병”에 비유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는지를 나타낸다.
+ 아프리카 국가들의 여성 인권 관련 법적 제도와 그 한계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법률들을 제정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미지수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 및 아프리카 여성 권리 특별 의정서를 채택했다. CEDAW 협약은 여성 개인이나 단체에게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목적으로 CEDAW 위원회에 조약에 가입한 국가들로 하여금 여성 인권 보장 이행 상황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하게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여성의 발전을 보장할 뿐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건 발생 시 해당 국가는 인권 보장 이행에 관한 조사를 받도록 한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 시민들 대부분 이러한 협약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며, 여성들이 자신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에 대해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지 못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여성들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멸칭을 가진 남아공 정부도 2020년 여성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10년의 장기전략 계획(The National Strategic Plan on GBVF: NSP-GBVF)을 수립했다. 해당 계획에는 △성범죄에 대한 DNA샘플 추진 법안 △가정 폭력의 정의를 ‘가정 내 통제와 괴롭힘’도 포함해 확대 적용하는 개정안 △여성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절차 등이 포함되었다. 남아공 정부는 “모든 사람은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성평등 촉진과 여성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계획을 만든 이유를 발표했다. 그러나 GBV 연구단체인 GBV모니터(Gender-Based Violence Monitor)의 전무이사인 오모골로 타우냐네-므구니(Omogolo Taunyane-Mnguni)는 “법 제정 이후에도, 남아공의 여성 폭력 발생 추이에서는 유의미한 숫자의 변화를 관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케냐 정부도 세계적 협력의 일환으로 <케냐 성 평등 증진과 모든 형태의 GBV 및 FGM 종식 로드맵(Kenya’s Roadmap for Advancing Gender Equality and Ending All Forms of Gender-Based Violence and Female Genital Mutilation)> 발표를 통해 2026년 까지 성폭력 근절을 약속하며, 성폭력과 관련된 12가지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적 틀을 갖추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피해자들이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법 집행 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여전해 실효성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아프리카 내 국가적, 지역적, 국제적 수준의 여성인권 보호 조치가 마련되어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은 여전히 위험하고 폭력적인 관계 속에 갇혀 있다. 마푸토 의정서로 불리는 아프리카 인권헌장 의정서(Protocol to the African Chapter on Human and People’s right on the Rights of Women in Africa, Maputo Protocol)에 여성에 대한 GBV 금지에 관한 범아프리카 협약과 각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법제도가 존재함에도, 정치적 의지와 법적 구속력이 약해 GBV 생존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들로 하여금 폭력 행위를 신고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인식, 젠더 고정관념, 관습 등이 의정서와 법률의 이행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 여성 폭력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행동
이러한 GBV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법률적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시민들과 인권단체들은 직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 전반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에 나섰다.

지난 2024년 1월, 케냐의 나이로비(Nairobi), 나쿠루(Nakuru), 몸바사(Mombasa), 니에리(Nyeri), 로드와르(Lodwar) 등 주요 대도시에 여성들이 모여, 여성 폭력과 여성 살해 사건의 증가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GBV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큰 소리로 여성 폭력에 반대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모두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당연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대신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고 보호받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들은 케냐 당국이 성폭력 및 GBV의 피해자들에 대한 정의를 신속히 실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가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정부가 여성 살해(femicide)를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듯 다수의 목소리는 단순한 항의에 그치지 않고,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강력한 변화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여성기구는 여성 살해와 GBV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활발히 주도하고 있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은 경찰 인력에게 GBV에 대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여 폭력을 예방하고,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교육 과정에는 경찰관들에게 잠재적인 여성 살해의 징후를 인식하는 방법과 여성의 인권 존중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경찰관들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피해자 중심의 법 집행 접근 방식을 강조하여, 피해자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아나 무타바티(Anna Mutavati) 유엔여성기구 케냐 대표는 “여성 폭력을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향한 비난을 조장하는 편향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정부의 법적 지원은 당연하며 폭력 사건에 대해 침묵을 깨고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성 고정관념 인식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여성기구는 사회 규범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법적 제도나 정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교육, 그리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는 것 또한 중요하며 이와 같은 변화가 동반되어야만 여성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 슬픔으로 가득 찬 쳅테게이의 장례식
9월 14일, 천 명 가량의 사람들이 쳅테게이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우간다 부쿼(Bukwo)에 모였다. 쳅테게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그녀의 사진이 새겨진 흰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든 사람들이 시신 뒤를 따라 행렬을 이루었다. 피켓에는 '여성이 된다는 것이 사형선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Being a woman should not be a death sentence)',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집은 진정한 집이 아니다(A house where a woman is not safe is not a home)'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간다 정부 관계자들과 영부인도 이번 사건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여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출했다.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실제로 이를 지키고 적용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의식 변화에 달려있다. 여성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지 않으면 법은 종잇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 역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프리카 내 여성인권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마푸토 의정서와 같은 국제적인 인권 협약에서 약속한 바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그리고 세상 모든 여성들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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