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4일,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엠폭스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했다.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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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안팎으로 확산되는 엠폭스, WHO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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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4일,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Tedros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엠폭스(Mpox, 구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을 선포했다. 2023년 9월,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엠폭스 바이러스의 새로운 하위 계통인 Clade 1b가 처음 발견된 후, 주변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WHO는 긴급위원회를 소집했고, 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태세인 PHEIC을 선포했다.
*2022년 엠폭스가 국제사회에서 처음 이슈가 됐을 당시에는 ‘원숭이두창’이라는 명칭이 사용됐으나, WHO는 특정 동물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우려해 2022년 11월 28일 명칭을 ‘엠폭스’로 변경했다. 대한민국 질병관리청도 2022년 12월 14일 명칭을 변경하며, 이후 엠폭스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4년 8월 26일 기준으로 DRC에서만 올해 18,000건 이상의 엠폭스 의심 사례와 615명의 사망자가 보고됐고, 부룬디, 케냐, 르완다, 우간다 등 인접 국가에서도 220건 이상의 Clade 1b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엠폭스 확진자 수를 이미 넘어선 수치이다. 더욱이 스웨덴과 태국에서도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Clade 1b 사례가 보고됐고, 필리핀에서는 해외 여행 기록이 없는 사람이 엠폭스 확진 판정을 받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로이터(Reuters)紙가 조사한 DRC 정부 엠폭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 이후 DRC에서는 27,000건 이상의 의심 사례와 1,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주로 어린이가 사망했다.
장 카세야(Jean Kaseya)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fCDC) 사무총장은 2024년 8월 13일 대륙공중보건위기상황(Public Health Emergency of Continental Security, PHECS)*을 선포하면서 “이 상황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집단적 행동을 요구하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엠폭스와의 전쟁에는 전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세계는 이 위기를 외면할 여유가 없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긴밀한 협조를 촉구했다.
*AfCDC는 감염병의 아프리카 역내 전파 동향, 보건 체계 역량, 백신 및 치료 접근성, 공중 보건 위기도 등을 종합 평가해 PHECS를 선언한다. 이번 선언은 2017년 AfCDC 설립 이후 최초 사례다.
아프리카 안팎으로 확산되는 엠폭스 대유행에 대해, 세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번 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WHO, AfCDC의 보고서와 국내외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엠폭스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도전을 조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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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 따르면, 엠폭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열과 발진이 동반되는 급성 질환이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피부 발진과 미열이 발생하며, 증상은 2-4주 정도 지속된다. 발진은 얼굴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며, 주로 사람 간 밀접한 피부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성관계와 같은 밀접한 접촉은 물론, 의류나 침구, 수건 등을 함께 사용할 때도 전염될 수 있다. 엠폭스의 치사율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10만 명 당 220명(0.22%)으로 추산되지만,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 환자는 치사율이 4배 이상 높아 감염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에서 사육 중이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고, 1970년 DRC에서 인체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이후 몇십 년 동안 엠폭스는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농촌 열대우림 지역에 국한된 풍토병으로 여겨져*,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엠폭스는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DRC, 가봉,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 시에라리온, 남수단(유입사례만 보고), 베냉(유입사례만 보고), 가나(동물에서만 확인) 등의 중앙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국가에서의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5월, 엠폭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PHEIC이 한 차례 선포됐으나, 국제보건당국과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확산세가 줄어들었고, 2023년 5월에는 PHEIC 종식이 선언됐다. 그러나 2023년 9월부터 DRC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종인 Clade 1b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22년 WHO의 PHEIC 선언 당시 주로 보고된 Clade 2와 달리, 이번 대유행은 Clade 1b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된다. Clade 1b는 Clade 2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도 10배 이상 높아 더욱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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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부터 WHO는 AfCDC와 함께 DRC의 수도 킨샤사(Kinshasa)에서 엠폭스 대응 관련 전문가 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회원국의 의료전문가들과 지역 사무처의 의견을 수렴해*, 2024년 8월 26일 전략적 대비·대응 계획(Strategic Preparedness and Response Plan, SPRP)을 발표했다. SPRP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엠폭스 발생 억제 및 확산 차단을 위해 필요한 활동 전략을 제시한다. WHO는 △질병 정보수집 및 연구(surveillance, research), △백신 공급을 비롯한 의료 대책의 공평한 접근성(equitable access to medical countermeasures), △발생 지역 내 지역사회 의료 역량 강화(community empowerment)에 중점을 두고 이번 계획을 설계했다. WHO의 지역사무처들은 SPRP를 바탕으로 회원국 보건기관 및 지역 의료기구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엠폭스에 대응할 예정이다.
*WHO는 2024년 8월 기준 194개 회원국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에 6개 지역사무처(아프리카, 아메리카, 동지중해, 유럽, 동남아시아, 서태평양)를 운영하고 있다.
△SPRP의 5가지 대응 전략(response strategy) 주요 내용 및 예산(표) ① 강화된 감시 탐지(strengthened surveillance and detection) - 질병 감시 체계 통합 및 진단 역량 강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역학 조사 ② 지역사회 보호 강화 (enhanced community protection) - 지역문화를 고려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지역사회 보건 참여를 통한 낙인 감소 ③ 안전하고 확장가능한 치료(safe and scalable care) - 양질의 임상 치료 제공, 의료 인프라 강화, 필수 의약품 및 물품 공급 ④ 공평한 의료 접근성(equitable access to medical countermeasures) - 진단도구, 백신, 치료제를 필요한 이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하고 자원과 자금을 조달 ⑤ 긴급 조정(emergency coordination) - 신속하고 효과적인 협력, 이해관계자 간 원활한 협업, 효율적인 자원 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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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지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백신 수급이다. 카세야 사무총장은 2024년 8월 28일 콩고공화국의 수도 브라자빌(Brazzaville)에서 열린 WHO 회의에서 아프리카 내 엠폭스 대응을 위해 필요한 백신 규모를 100만 회분으로 추산하며, 백신이 확보되는 대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9월 4일 기준으로 확인된 백신 공여 예정 수량은 스페인 50만 회분,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21만 5,000회분, 프랑스 10만 회분, 독일 10만 회분, 미국 1만 5,000회분으로 총 93만 회분이다.
그러나 백신이 도착하더라도 백신 사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덴마크의 바바리안 노르딕(Bavarian Nordic)社가 제조하는 MVA-BN 백신과 일본의 KM 바이오로직스(KM Biologics)社가 제조하는 LC16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MVA-BN 백신은 15세 미만 아동에 대한 적합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아동 적합성이 검증된 LC16 백신은 일본 보건당국이 해외 공여를 승인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가 공여한 21만 5,000회분 백신은 바바리안 노르딕의 MVA-BN 백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MVA-BN 백신 1회분 비용은 100달러이다. LC16 백신 가격은 알려져 있지 않다.
2024년 8월 31일, 미국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가 공여한 1만 회분 백신이 나이지리아에 도착했다.* 이는 WHO의 PHEIC 선포 이후 아프리카에 도착한 첫 백신이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백신 사용에 필요한 검토를 마친 후, 10월 8일경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로이터紙에 따르면, 이번 백신 공여는 미국과 나이지리아 정부 간 수년 간의 협의 결과로 이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2024년 엠폭스 의심 사례가 786건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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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의 의료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됐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려면 여전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紙는 WHO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량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몇 년 전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2024년 8월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세계백신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 GAVI) 등 공공의료기구가 백신을 구매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급하려면 WHO의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가 늦어지면서 AfCDC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백신을 스스로 구매할 방법이 없어 공여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AfCDC 엠폭스 비상위원회 위원이자 Wits RHI 연구소* 전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헬렌 리스(Helen Rees)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프리카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후 다시 한 번 뒤쳐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WHO는 2024년 8월, 백신 제조업체에 백신 공급을 위한 긴급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9월 중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회원국에게 백신 기부를 독려했다. 사니아 니슈타르(Sania Nishtar) GAVI 최고경영자는 “이번 경험이 우리에게 또 다른 배움의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WHO가 남은 허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현장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 위치한 백신 연구개발 전문 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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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8일, 유엔난민기구(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는 성명을 통해 엠폭스 대응을 위한 긴급한 추가 지원이 없으면 DRC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내 난민·실향민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RC 북키부(Nord-Kivu) 주를 비롯한 동부지역은 DRC 정부군(Forces Armees de la Republique Democratique du Congo, FARDC)과 반군단체들 간의 오랜 분쟁으로 인해 황폐화됐고, 이로 인해 73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실향민이 됐다.
UNHCR 현장 보고에 따르면, 폭력을 피해 탈출한 이들에게 엠폭스 예방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난민 캠프의 위생 시설은 열악하고, 보호 구역으로의 실향민 유입이 증가하면서 깨끗한 물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치안 불안으로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혼잡한 학교, 교회, 농가의 천막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질병 증상이 나타나도 격리할 공간이 없어, 유증상자들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밖에서 잠을 자야 한다.
나아가 DRC 동부의 불안정한 지역을 피해 진단 샘플을 실험실로 안전하게 운반하고, 백신을 전달하는 일은 난민과 실향민들의 백신 접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엠폭스 백신은 -20℃의 저온 저장고에 보관해야 하지만, 전력 불안정으로 변질될 경우 사용 전에 폐기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 덧붙여, 장-자크 무옘베(Jean-Jacques Muyembe) 국립생물의학연구소(The Institut National de la Recherche Biomedicale, INRB)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백신이 있어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기본적인 공중보건 유지 조치와 백신 인식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이번 엠폭스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020년 1월 PHEIC 선포 이후 3년 4개월 만인 2023년 5월에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며, 엠폭스 PHEIC은 2022년 7월 선포된 뒤 10개월 만에 해제됐다가 2024년 8월 다시 선포됐다. 일련의 국제보건위기 경험은 전 세계가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을 재차 인식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 불평등이라는 문제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엠폭스 대유형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된 지금, WHO와 AfCDC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해 나가길 기대한다.
※ (국내 정보)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2024년 8월 21일 자로 엠폭스를 검역감염병으로 재지정하고, DRC, 콩고공화국,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총 8개국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엠폭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검역관리지역 등 엠폭스 발생 국가를 방문할 때 다음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① 모르는 사람이나 다수와의 밀접 접촉(피부, 성)을 피할 것. ② 설치류(쥐, 다람쥐), 영장류(원숭이, 유인원) 등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나 섭취를 삼갈 것. ③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 등의 점막 부위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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