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국가에서 극우 돌풍이 거세다. 지난 6월 실시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선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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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우파 득세가 아프리카 대륙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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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국가에서 극우 돌풍이 거세다. 지난 6월 실시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상당한 표를 얻었으며 전통적으로 ‘하나의 유럽’을 강조했던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 창설국 6개국*에서도 극우 정당의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이러한 동향의 배경을 살펴보고 극우파 득세가 향후 아프리카 국가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독일(당시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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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유럽에서 극우 정당은 주요 권력을 잡을 수 없다고 여겨졌다. 극우파가 내세우는 극단적인 정책은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 정치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내 이탈리아, 핀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에서 극우 세력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에서는 극우 자유당(PVV)의 주도로 연정(聯政)이 구성되었고, 스웨덴에서는 극우 세력인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 의회 제2정당이 되었으며, 벨기에·프랑스·오스트리아·에스토니아·폴란드·독일에서도 극우정당이 의회 내에서 의미 있는 발언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EU 전체 27개 회원국 중 1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극우정당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탈리아 형제당(Fratelli d’Italia), 핀란드인당(the Finns Party), 피데스(Fidesz), 조국운동당(Domovinski Pokret),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당(Svoboda a prima demokracie) ** 벨기에 블람스벨랑(Vlaams Belang: VB), 프랑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RN), 오스트리아 자유당(Freedom Party of Austria: FPO), 에스토니아 국민보수당(Conservative People’s Party of Estonia: EKRE), 폴란드 법과 정의당(Law and Justice: PiS),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or Germany: Af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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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라는 특별한 정치 구조를 가진 유럽에서는, 국민들이 지방의회와 국회의 의원들을 뽑을 뿐 아니라 5년에 한 번씩 유럽의회에 나설 의원을 직접 선출한다. 총 720명의 의원이 모인 유럽의회에서는 비슷한 이념, 사상, 정책을 가진 여러 나라의 정당이 모여 교섭단체(group)를 구성한다. 2024년 6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우파가 득세했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유럽인민당(European People’s Party: EPP)이 188석을 차지하며 제1교섭단체 자리를 지켰으며 강경우파로 분류되는 유럽 보수와 개혁(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ECR)*과 극우파 성향의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 PfE)**가 각각 78석, 84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의회에 새롭게 등장한 극우파인 주권 국가의 유럽(Europe of Sovereign Nations)*** 역시 25석을 꿰찼다. 올해부터 유럽의회의 총 의석 수가 기존에 비해 15석 늘어나기도 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극우파의 세력이 더 커졌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극우파의 약진에 힘입어 유럽의회에서 우파는 전체 의석수 720석 중 375석을 차지하며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아울러 중도 성향의 리뉴 유럽(Renew Europe)의 의석수가 2019년 대비 25석 줄면서 의회 내 중도의 입지가 축소되기도 했다. 유럽의회 강경 우파의 세력화는 앞서 언급한 ECR과 PfE가 독일을 위한 대안(AfD), 헝가리 피데스(Fidesz)와 함께 '교섭단체‘를 형성한다면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이 되어 더욱 영향력이 커진다.
*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PiS),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당(Fratelli d’Italia)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정체성과 민주주의(Identity and Democracy: ID)가 선거 이후 명칭을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 PfE)로 변경했다. 프랑스 국민연합(RN), 이탈리아의 북부동맹(Lega) 등이 포함된다. *** 프랑스 재정복당(Reconquete), 체코 자유와 직접민주주의(Freedom and Direct Democracy) 등이 포함된다.
이번 선거로 의회 내 정치적 입지가 급격하게 축소된 중도파에는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속해있는 프랑스 르네상스당 출신이 많았다. 프랑스에서 실시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극우파 재정복당(Reconquete)이 포함된 연합과 국민연합(National Rally: RN)의 득표율을 합하면 36.8%에 달하는 반면, 마크롱 대통령 소속의 친EU적, 중도적 르네상스당(Renaissance)당이 있는 연합은 14.6%에 불과하여 프랑스 내 우파 세력의 입지가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우파 중에서도 특히 극우파가 약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는 최근 이민자의 급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 혼란과 정세 불안 등의 영향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자국우선주의적 정책에 대한 수요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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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단아 취급 받던 극우파, 주류로 급부상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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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의 우경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유럽 국가에서 극우 정당 인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는데, 여기에는 경제난과 늘어나는 이민자에 대한 불만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럽의회 선거는 특정국가의 경계를 넘어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즉 유럽의회 선거에 반영된 민심은 국가 단위가 아닌 대륙 차원의 의제에 대해 유럽 시민들이 투표한 결과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 대륙 차원에서 친환경 녹색 정책보다는 당장의 경제난 해소가 더 중요하고, 이민자들을 포용하기보다는 유럽 국경을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럽 시민들이 더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국경을 개방한 이후, 범죄율 상승, 주거비 증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이민자를 배제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정당의 입지가 강해지고 이민정책을 둘러싼 정치 갈등이 고조되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지난해 7월 연립정권이 이민정책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해체를 선언했다.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전 총리는 13년간 네덜란드 연립정부를 이끌며 코로나19 팬데믹, 경제 위기 등 각종 난국에도 국정 운영을 원만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전쟁 난민 가족 입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이후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뤼터 전 총리는 연정 붕괴를 공식화하고 국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작년 11월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Partij voor de Vrijheid: PVV)이 1당에 올라 신사회계약당(New Social Contract: NSC)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 전쟁 난민이 어린 자녀를 데려오려고 할 경우 입국을 매달 200명 수준으로만 허용, 난민 가족이 함께 살기까지 적어도 2년의 대기 기간을 두는 내용을 제안했으나, 비교적 난민에 대해 인도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자유민주 계열인 민주66(Democrats 66: D66), 중도보수 성향인 기독교연합당(Christian Union: CU) 등이 강하게 반대하여 난관에 봉착했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난민 유입이 크게 늘어 2022년 4만 6천 명, 2023년에는 7만 명을 돌파했다.
유럽에서는 시리아 내전 등의 여파로 대규모의 난민을 계속 수용하며 극우파가 득세한 바 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중 안정된 행정력, 큰 정부 선호로 민심이 옮겨가며 극우파의 기세는 약화되었다. 하지만 다시 국경이 개방되고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이들 정파의 힘이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WSJ는 서방 국가들은 인도주의 차원 뿐 아니라 자국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필요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위기 등으로 자국을 떠나는 불법 이주가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향한 곳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복지 시스템이 약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는 근로 의욕이 높은 편이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는 강력한 복지 혜택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유럽은 많은 이민자를 수용했으나 문화 간 갈등 고조, 난민 반대 정서 심화, 대규모 폭력 시위 등 이들을 포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영국 정부 이민자문위원회(Migration Advisory Committee) 위원장을 맡았던 앨런 매닝(Alan Manning) 런던정경대 교수는 “기업은 인건비 절감과 수익을 늘리기 위해 로비하고, 이러한 영향으로 유권자들이 평균적으로 원하는 것보다 더 자유로운 이민 정책이 나오면 반대로 이를 억압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증가하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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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우경화가 아프리카 대륙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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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럽의회의 다수 세력이었던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정당이 이번 의회에서도 여전히 300석 이상을 차지하지만, 극우파의 급부상으로 인해 각종 정책 수립에 관해 새로운 담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환경 규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지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제한이 생길 수 있다. EU의 여러 국가들이 수 년 간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 난민과 불법 이주민을 수용하고자 많은 자원을 소모했으나, 경제 침체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이 겹쳐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反)난민, 반(反)이민을 외치는 극우 정당이 득세할수록 반(反)아프리카 정서가 확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마두 우리 바(Amadou Oury Bah) 기니 총리는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두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파시즘이 부상한 상황에 비유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에 대한 급진화(강경 대응)를 목격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에는 아프리카인이 많다”, “이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합뉴스紙는 이 발언을 두고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정치적 입지를 키우고 권력을 잡으면 현지 아프리카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아프리카인의 유럽 이주를 더욱 억제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EU의 이민 정책은 아프리카로의 '송금(remittance)‘에 직격타를 주어 실질적으로 아프리카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로 이주한 아프리카인의 자국으로의 송금은 아프리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UN에 따르면, 2016년 미화 670억에 달하던 송금액은 2019년에 870억 달러가 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4%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9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기초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들이 많아 일자리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이처럼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아프리카 경제에 기여한다. 만약 EU의 정책 변화로 아프리카인의 유럽 이주가 감소하고 아프리카로 들어오는 송금액 역시 함께 줄어든다면, 아프리카 경제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EU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는 아프리카인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EU와 아프리카의 파트너십 중요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절차적·외교적으로 많은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23년 11월로 예정되었던 아프리카연합(AU)과 EU 간 장관급 회의가 취소되었던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가자 지구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 등 외교적 관계의 복잡성이 심화된 까닭이라고 풀이된다. 유럽의회는 다양한 위원회*를 통해 EU의 외교 정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내용, 외교 접근 방식 등을 정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 결과로 미루어보아 향후 아프리카에 대한 EU 정책은 안보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개발·무역·외교 분야의 상임위원회가 있으며 범아프리카의회(Pan-African Parliament)와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국가들과의 공동의회 대표단(Joint Parliamentary Assembly)도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 1세력으로 자리한 유럽인민당(EPP)은 안보 중심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튀니지와의 이주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고, 두 번째로는 유럽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자립을 위해 아프리카를 공통 자원 전략에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유럽의 아프리카 대륙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 내의 두뇌 유출을 방지하여 이주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고 무역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공약은 유럽으로의 이주를 대비하는 동시에, 분열적이고 경쟁적인 세계 질서 속 유럽 대륙의 입지를 방어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EU는 불법 이민 단속 대가로 튀니지에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EU는 튀니지에 2억 5,500만 유로(약 3,760억 원) 규모의 금융·현금 지원을 약속하고 이들을 단속하도록 했다.
한편 선거에서 의석 수 10%를 추가 확보하며 3위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유럽보수와개혁(ECR)은 국가 주권 보존, 안보 증진, 이민 억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EPP에 비해 포괄적으로 안보 및 국경 관리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며 이탈리아 마테이 계획(Mattei Plan)에서 나타났던 바와 같이 이익 중심의 실용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향후 유럽과 아프리카 파트너십은 혁신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국경 관리가 더욱 엄격해지고 유럽 망명 시스템도 보다 안전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각국에서 자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對)아프리카 전략을 짜겠지만, 그 중심에서 각국 정부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유럽의회에 거세게 우파 돌풍이 불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유럽 대륙을 중심에 두고 단기적·장기적 이익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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