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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위클리 (2024-35호): 감비아 FGM 수정법안 부결, 그러나 끝나지 않은 논란과 과제

관리자 / 2024-08-02 오후 3:40:00 / 799
2024년 7월 15일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의 의회에서 ‘여성할례(Female Genital Mutilat
No.35(2024.08.02.)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감비아 FGM 수정법안 부결, 그러나 끝나지 않은 논란과 과제

2024715일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의 의회에서 여성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 FGM) 금지법*’을 폐지하려던 수정법안이 부결되었다. 이에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Volker Turk)를 포함한 다섯 명의 유엔 기구 대표**들은 감비아가 여성할례금지법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하며 이는 소녀와 여성의 권리를 위한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최근 감비아의 할례 재 합법화를 주장하는 움직임과 결과를 살펴보고, 여전히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잔재해 있는 여성할례 문제를 짚어본다.

*감비아에서는 2015년에 처음으로 여성할례금지법이 제정됨.

**캐서린 러셀(Catherine Russell) 유엔아동기금(UNICEF) 사무총장, 나탈리아 카넴(Natalia Kanem)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장,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Tedros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시마 바우스(Sima Bahous) 유엔여성기구(UN Women) 사무총장

+ FGM이란?

FGM은 비()의료적인 이유로 여성의 외부 생식기의 부분 혹은 전체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주로 유아기부터 15세 사이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자행된다. UNICEF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FGM을 겪은 소녀와 여성의 수는 23천만 명이 넘으며, 이 중 아프리카 지역 여성이 14천만 명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FGM의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의 생식기를 절단하는 행위는 어떠한 건강상의 이점도 없으며 오히려 여러 부작용과 문제*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성과 생식 건강(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까지 발생하는데, WHOFGM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에 매년 14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술 중 과다출혈, 쇼크사, 만성 통증, 배뇨 이상, 발열 및 감염, 생식 조직 손상 및 부종, 불임, 출산 합병증 등

 

국제사회는 건강·안전·신체적 완전성에 대한 권리, 생명에 대한 권리 측면에서 FGM을 소녀 및 여성의 인권 침해 문제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으며, WHO는 의료인*의 할례 시행 또한 강력히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엔 역시 2012년 총회에서 FGM을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매년 26일을 세계 여성 할례 금지의 날로 지정하여 이를 근절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의료인이 FGM을 시행하면 이 절차가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 따라서 WHO는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을 대상으로 FGM을 시행하지 않도록 인식 개선 교육과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 FGM이 시행되는 이유

FGM의 시작은 명확하지 않지만, 기독교 및 이슬람교의 부흥 시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민족,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지역과 세대에 걸쳐 전해져 온 관습이다. FGM이 시행되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이유는 사회적?문화적 의례의 일환이다. FGM은 여성이 성인으로서 성숙해지는 의례의 일환이거나 결혼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감비아의 경우, FGM을 받지 않은 여자가 지역사회로부터 모욕을 당하거나 결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문화적 정당화는 할례를 통해 여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들며, 이는 FGM의 관행이 지속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종교적 관습으로서, 때때로 교리가 FGM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일부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FGM종교적 의무와 미덕이며 중요한 문화라고 주장하지만,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이슬람교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외에도 여성의 성적 욕망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 위생 및 미용 목적의 FGM도 이루어지고 있다.

+ 감비아, FGM 논란 재점화

2015년 감비아는 FGM을 금지하며, 위반 시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FGM이 불법화된 이후 지금까지 단 2건의 사례만 기소되었으며, 20238월에야 FGM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낸 여성 3명에 대해 첫 번째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감비아 내에서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FGM 금지 법안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알마메 기바(Almameh Gibba) 의원이 처음으로 여성할례금지법의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는 무슬림 인구가 96% 이상인 감비아에서 보수적인 여론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감비아 의회는 34일 첫 번째 심의를 거쳐 3182차 표결을 실시했다. 참석한 국회의원 47명 중 42명의 찬성으로 해당 폐지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감비아 의회의 보건·성평등 합동위원회는 몇 주간의 공청회를 거쳐 FGM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동보고서(권고안)를 발표했고, 전체회의에서 35 17의 표차로 해당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 이후 724일 예정되어 있던 최종 심의를 앞두고 715일에 다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수정법안의 각 조항마다 의원의 과반수가 반대 표를 던짐으로써 기존 법의 유지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감비아의 여성할례금지법 폐기를 위한 시도 자체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인권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뻔한 사건인 동시에 FGM에 대한 인식과 규제에 있어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인권 NGO인 이퀄리티 나우(Equality Now)의 캐롤라인 라가트(Caroline Lagat)어느 국가도 FGM 금지를 철폐한 적이 없으며, 감비아의 시도가 아프리카에서 자결권에 기초한 친 FGM 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동 단체의 디비야 스리니바산(Divya Srinivasan)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또 다른 권리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감비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세이프핸즈포걸스(Safe Hands for Girls)의 설립자 자하 두쿠레(Jaha Dukureh) 역시 “FGM 문제는 종교적 논쟁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악습에 대한 문제라며 조혼 금지법, 가정폭력 관련 법안들까지도 표적이 될 수 있다라고 표명했다.

+ 아프리카 국가 할례 현황 및 문제점

세계은행(WB)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생식기 절단과 관련한 관행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거나, 위반할 시에 형법, 아동보호법, 여성에 대한 폭력법과 같은 법률을 통해 기소할 수 있는 법률을 가진 아프리카 국가는 36개국이다. 하지만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33개국*에서 FGM이 행해져왔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여전히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여성 중 FGM을 경험한 비율이 가장 높은 10개국*은 모두 아프리카 국가이다. 감비아 역시 이 10개국 중 하나로 75% 이상의 여성이 FGM을 겪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소말리아, 기니, 지부티, 말리, 이집트, 수단, 시에라리온, 에리트레아, 감비아, 에티오피아

 

더보기>> 2022년 1월 14일(금) 아프리카 위클리: 아프리카 여성할례의식 개선


많은 반() FGM 활동가들은 감비아의 경우처럼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여, 법률만으로는 FGM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시에라리온의 유명한 여성인권 활동가 루기아투 투레이(Rugiatu Turay)문화적, 종교적 관습과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및 종교 지도자, FGM을 시행하는 의료인, 자녀의 FGM 결정을 내리는 부모까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또한, UNFPAUNICEF2022년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16개의 아프리카 국가*는 현재 FGM 종식을 위한 목표, 예산, 모니터링과 평가 체계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액션플랜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실제로 이집트, 케냐, 모리타니아 3개 국가에서는 연령대별 FGM 수치가 6~7% 이상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르키나파소, 지부티, 이집트,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케냐, 말리, 모리타니아, 나이지리아, 세네갈,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의 경우 정책 초안의 최종 승인 단계를 진행 중에 있다.

 

한편 FGM 지지자들은 FGM이 문화적?종교적인 관행이며, 잘못된 서구의 개입과 영향이 아프리카의 전통과 관습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화와 전통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복지를 위한 틀을 제공하는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러다임일 뿐, 이를 근거로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을 정당화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FGM 문제를 단순히 일차원적인 접근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여성할례를 근절하겠다는 글로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특히 FGM에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세부목표 5.3: 조혼, 강제결혼, 여성성기절제 등 유해한 관행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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