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목), 영국에서 치러진 총선 결과 노동당이 63.2%로 의회 과반을 확보하면서 노동당 대표 키어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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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목), 영국에서 치러진 총선 결과 노동당이 63.2%로 의회 과반을 확보하면서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Keir Starmer)가 제80대 영국 총리로 취임하고 보수당 정권이 14년 만에 교체되었다. 이에 최근 논란이 된 난민 정책 등 영국의 정권교체가 아프리카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
첫 연설을 하는 키어 스타머 총리 ⓒKirsty O’Connor, Wikipedia |
+ 노동당을 압승으로 이끈 키어 스타머 총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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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Labour Party)이 기존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을 상대로 압승했다. 영국에서는 여당의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가 되므로,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61세) 노동당 대표가 새로운 총리가 되었다. 보수당을 이끄는 리시 수낙(Rishi Sunak) 前 총리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며 총리직 사의를 밝혔고, 이어 당 대표직에서도 떠날 준비를 할 것이라 표명했다.
총 650석으로 구성되는 영국 하원에서 노동당, 보수당, 그리고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이 각각 411석, 121석, 72석을 얻었다. 보수당의 후보로 출마한 리즈 트러스(Liz Truss) 前 총리, 제이콥 리스-모그(Jacob Rees-Mogg) 前 의원, 그랜트 섑스(Grant Shapps) 국방장관, 페니 모돈트(Penny Mordaunt) 하원 원내대표 등 ‘거물급’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지역구에서 패배했다. 제러미 헌트(Jeremy Hunt) 재무장관과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는 의석을 유지했으나 보수당의 전반적인 상황은 참패로 끝났다.
보수당은 2010년부터 14년간 5명의 총리를 통해 집권해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창당 190년 만에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 급락은 ‘브렉시트(Brexit)’*로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 등 민생 파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세계적 금리 인상 등의 난관 속에서 2023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고, 2020년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등 심각한 국면을 맞이했다. 또, 고령화 추세 속에서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을 뜻하는 Britain과 ‘나가다’라는 의미의 exit를 합친 신조어로, 2020년 2월부터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사건을 나타낸다. 이후 노동, 무역,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상황이 악화하어 브렉시트(Brexit)와 후회를 뜻하는 단어 '리그레트(regret)'를 합친 '브레그레트(Bregre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타머 총리는 인권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왕립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수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청년 시절에는 노동당 지역 청년 지부에 가입해 급진 좌파 성향의 잡지 ‘사회주의 대안(Socialist Alternatives)’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런던 홀본, 세인트 판크라스 지역구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어 의회에 입성하였으며 2019년 노동당 당수로 올라서게 됐다. 이후 스타머는 노동당에 중도 이미지를 입히며 지지층을 넓힌 인물로 평가된다. 에너지, 수도 기업 국유화, 대학생 무상 학비 지원 등 기존 노동당의 좌파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재정문제를 고려해 일부 급진안은 수정 또는 포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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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외무장관 데이비드 라미와 새 외교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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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정권교체로 영국의 대외 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신임 외무장관인 노동당 소속 데이비드 래미(David Lammy)는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으로 스스로를 “노예의 후손”, “흑인 노동 계층의 토트넘 출신”으로 소개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운동가로 명성을 쌓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장관 임명 직후 연설에서 유럽,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관계 재설정을 우선 과제로 언급하며 ‘영국을 다시 연결(Reconnecting Britain)’할 것이라고 새 정부의 비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반구의 대표 지역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영국의 관계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 1969년 정치운동가 카를 오글스비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개념으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제3세계라는 말 대신에 글로벌 사우스라는 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북반구에 쏠려있는 선진국들을 가리키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미·중 갈등 속 양 진영에 들어가지 않는 개도국을 가리키기도 한다.
데이비드 래미의 아프리카에 대한 시각은 지난해 3월에 발간한 그의 저서 <다시 연결된 영국(Britain Reconnected)>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아프리카의 인구 성장, 국제 무대에서의 중요성, 경제적 성장을 근거로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역동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보수당 정부가 아프리카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고, 기후 재정에 관한 기여가 부족했으며, 개발협력 예산을 삭감하고 2014년 이후 보수당 총리들의 아프리카 방문이 겨우 3회에 그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함을 비판했다. 같은 시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부터 아프리카를 19번 방문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상황이라며 보수당 정권의 무관심과 일관성 없는 아프리카 정책을 꼬집었다.
아프리카 리포트(Africa Report)지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GDP가 최근 10년간 20% 이상 성장했음에도, 영국과 아프리카 사이의 무역 규모는 계속 감소하여 아프리카의 3대 무역 파트너라는 과거의 지위를 잃었다. 또, 영국의 대(對) 아프리카 ODA 금액 역시 17억 파운드에서 7억 6,600만 파운드로 66%까지 감소했다. 전임 정부는 팬데믹 이후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지원 비율을 UN권고치인 0.7%에서 0.5%로 대폭 삭감했으나 새 정부는 이를 다시 0.7%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은 2020년 1월, EU를 탈퇴했는데 이번 노동당 정권은 EU와의 관계 복원을 우선 과제로 강조한다. EU에 재가입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무역과 안보, 기후 위기 등에서 새로운 협정 체결로 관계를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보수당의 르완다 정책을 종식하고 국경안보본부를 신설해 국경 보호에 힘쓸 전망이다. 국방 예산을 GDP의 2.5% 수준으로 늘리고 우크라이나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력 강화 등 안보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스라엘 측에 즉각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하는 등 한층 진보적인 행보를 보인다. |
+ 영국 불법 이민자 아프리카 송환 협약, ‘르완다 정책’ 폐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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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이민정책은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리시 수낙 전 총리는 영국의 망명 신청자 및 불법 이민자를 아프리카의 르완다로 이송하여 난민 심사 기간 중 지내도록 하는 소위 ‘르완다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영국은 르완다에 이주 비용과 경제 성장 지원금을 부담하기로 했으며, 2023년 말까지 2억 4천만 파운드(약 3억 700만 달러)를 기지급했으며 5천만 파운드를 추가 지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난민 이송에 얽힌 여러 제도적, 법적 한계와 인권 문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 5월부터 영국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된 경우 최대 3만 파운드(약 3,700달러)의 지원금을 받고 르완다로 갈 수 있는 자발적 이주 프로그램에 따라 4명이 떠났을 뿐이다.
스타머 총리는 7월 6일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보수당이 만들어낸 르완다 정책은 “시작되기도 전에 사장되었다”고 말하며 폐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르완다 송환책은 불법 입국자의 일부만을 처리할 뿐이며,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는 것을 막겠다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경찰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 조사관을 고용하여 밀입국에 관여하는 갱단을 단속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적인 수의 난민 유입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불확실하다.
7월 17일 의회에서 열린 첫 국왕연설 자리에서도 스타머 총리는 난민신청 처리 건을 해결하고 이들이 안전한 국가로 신속히 귀환할 수 있도록 하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르완다 정책을 폐지함으로써 "망가진 난민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노동당은 당선 직후 영국에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난민 신청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난민 9만여 명이 영국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의 난민위원회(Refugee Council)는 이 중 70%가 난민 지위를 획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르완다 정부 부대변인은 7월 10일, 영국과의 협정은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환불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르완다 법무부 장관 고문인 도리스 우위체자 피카르(Doris Uwicyeza Picard) 역시 성명을 통해 르완다 정부는 이주민 수용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고 영국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환불할 의무가 없다고 언급했다. 자금 처리 등 후속 문제는 새 의회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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