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은 분쟁 이전에 이미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저개발국이었으며, 1년 넘게 이어진 동 사태로 인해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단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전쟁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잊히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제다(Jeddah) 평화회담* 실행 등 수단 군부 세력 간의 휴전을 촉구하며 중재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있었으나 이는 성사되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중재자로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제다(Jeddah)에서 평화회담을 개최하였으나, 회담 후 며칠 내에 SAF와 RSF가 전투를 재개하며 성과를 내지 못함.
그 사이 수단 국민들, 특히 여성과 아동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일례로, 수단 여성 할리마(가명)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난민캠프에서 생활해오고 있으며,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또 다른 공격이 발생해 매번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라고 밝히며, “RSF 소속 전투원들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탈출에 성공해 차드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동안 절실히 필요했던 의료 지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수단 현장 운영책임자인 질 로울러(Jill Lawler)는 “2,400만 명의 아동이 분쟁에 노출되어 있으며 73만 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라고 인도주의적 지원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다르푸르 북부에 위치한 잠잠(Zamzam) 난민캠프에서는 영양실조로 인해 두 시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고, 1,900만 명 이상의 학령기 아동·청소년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4월, UN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는 “국제사회가 수단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기여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라면서 “미국이 자금 지원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이 이란의 수단 전쟁 개입을 자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의 장관급이 모여 개최한 파리 국제회의에서는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해 21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의 원조를 약속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UN의 총 27억 달러(약 3조 7천억 원)의 ‘수단 인도적 지원 계획’과 14억 달러의 ‘지역 난민 대응 계획’에는 각각 6%, 7%의 자금만 조달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공여국들의 기여와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UN 고위급 인사들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필요한 27억 달러 중 단 16%만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복전쟁의 영웅이라 불리는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은 다소 역설적이지만 “전쟁은 군주의 게임이 아니라 국민의 비극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쟁은 리더들의 야망과 결정에 의해 시작되지만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미 수단 사태는 수많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야기했다. 국제사회는 소외된 수단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