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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위클리 (2024-31호): 소외된 비극: 끝나지 않은 수단 사태와 인도주의적 위기

관리자 / 2024-07-05 오후 3:01:00 / 1057
2023년 4월 15일 수단에서 수단정부군(Sudanese Armed Forces: SAF)과 신속지원군(R
No.31(2024.07.05.)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소외된 비극: 끝나지 않은 수단 사태와 인도주의적 위기
2023년 4월 15일 수단에서 수단정부군(Sudanese Armed Forces: SAF)과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오늘날까지도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 사태로 2024년 6월 기준, 최소 15,000명이 숨지고 1,0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사태 발발 이후 1년 2개월여가 지난 지금, 수단 분쟁의 심각성은 국제사회의 주목에서 벗어나 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단 사태의 경과와 이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 그리고 국제사회의 영향력과 대응에 대해 톺아보고자 한다.

+ 수단 사태가 야기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수도 하르툼(Khartoum)에서 발생한 군벌 간의 무력충돌은 신속지원군(RSF)이 수단 전역에 재배치되고 수단정부군(SAF)이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면서부터였다. 며칠간의 긴장이 계속된 끝에 RSF가 SAF 기지와 공항을 공격하면서 2023년 4월 15일 분쟁이 시작되었다. 하르툼에서 시작된 전투는 수단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수단 주변 국가뿐 아니라 강대국까지 개입하며 14개월째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한 세력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점령과 탈환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 사이 1,000만 명이 넘는 수단 국민들이 강제 이주를 겪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수단 사태가 세계 최대의 이주 및 기아 위기를 촉발했다고 평가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이후 800만 명의 수단인들이 국내에서 이주했으며, 200만 명은 이웃 국가로 도피했다. 국내실향민들은 계속되는 전선의 이동으로 여러 번에 걸쳐 강제 이주를 당하며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또한, 인접 국가로 대피한 난민들 역시 시설 및 식량 등 지원 기반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에서는 지난 6개월간 극심한 식량 불안정을 겪는 인구가 45% 급증했다. 현재 수단 인구의 절반이 넘는 2,560만 명이 식량위기 5단계 중 3단계(위기) 이상으로 분류되며, 이 가운데 75만여 명은 최고 단계(재앙)로 분류되어 기근에 직면해 있다. 곧 우기가 다가옴에 따라 농작물 피해는 물론, 다음 수확기인 10월까지 식량이 부족한 시기가 맞물려 식량 안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PC(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는 식량안보 상황을 평가 및 분류하는 국제적인 시스템으로, '정상/매우 낮음(None/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5단계로 나누어 식량 불안정 수준을 평가함.

강제 이주와 기근 위험 외에 수단 국민들은 집단학살, 성폭력과 같은 전쟁범죄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국제앰네스티, UNHCR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분쟁 중인 수단에서 성폭행, 성착취, 납치, 강간 등의 폭력이 수없이 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국경을 넘는 수단 난민의 90%가 약자인 여성과 아동이며, 이주 과정은 물론, 심지어 난민캠프에서조차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 수단을 둘러싼 국제관계
수많은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권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의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수단은 홍해와 7개 국가에 국경을 접하는 등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이며, 금과 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단 사태는 단순히 한 국가의 갈등이 아닌, 복잡한 국제정치의 영역으로 변모했다. 언론들은 지난해 러시아가 수단의 금광 채굴권 확보를 위해, 민간군사기업인 바그너 그룹을 통해 신속지원군(RSF)와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홍해에 위치한 항구 도시 포트수단(Port Sudan)에 러시아 해군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수단정부군(SAF)과 협력하는 등 전략적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수단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바그너 그룹과 싸우며 러시아를 저지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있었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이 수단 분쟁에 얽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역시 전략적 이익을 위해 각각 수단의 다른 군부 세력을 지원하며 영향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SAF에 무장 드론을 공급함으로써 RSF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홍해 연안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에 반하여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RSF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국 및 강대국들의 개입은 수단 사태의 양상과 지속 기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소외된 비극, 그러나 끝나지 않은 수단 사태
수단은 분쟁 이전에 이미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저개발국이었으며, 1년 넘게 이어진 동 사태로 인해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단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전쟁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잊히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제다(Jeddah) 평화회담* 실행 등 수단 군부 세력 간의 휴전을 촉구하며 중재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있었으나 이는 성사되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중재자로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제다(Jeddah)에서 평화회담을 개최하였으나, 회담 후 며칠 내에 SAF와 RSF가 전투를 재개하며 성과를 내지 못함.

그 사이 수단 국민들, 특히 여성과 아동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일례로, 수단 여성 할리마(가명)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난민캠프에서 생활해오고 있으며,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또 다른 공격이 발생해 매번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라고 밝히며, “RSF 소속 전투원들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탈출에 성공해 차드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동안 절실히 필요했던 의료 지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수단 현장 운영책임자인 질 로울러(Jill Lawler)는 “2,400만 명의 아동이 분쟁에 노출되어 있으며 73만 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라고 인도주의적 지원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다르푸르 북부에 위치한 잠잠(Zamzam) 난민캠프에서는 영양실조로 인해 두 시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고, 1,900만 명 이상의 학령기 아동·청소년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4월, UN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는 “국제사회가 수단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기여를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라면서 “미국이 자금 지원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이 이란의 수단 전쟁 개입을 자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의 장관급이 모여 개최한 파리 국제회의에서는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해 21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의 원조를 약속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UN의 총 27억 달러(약 3조 7천억 원)의 ‘수단 인도적 지원 계획’과 14억 달러의 ‘지역 난민 대응 계획’에는 각각 6%, 7%의 자금만 조달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공여국들의 기여와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UN 고위급 인사들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필요한 27억 달러 중 단 16%만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복전쟁의 영웅이라 불리는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은 다소 역설적이지만 “전쟁은 군주의 게임이 아니라 국민의 비극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쟁은 리더들의 야망과 결정에 의해 시작되지만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미 수단 사태는 수많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야기했다. 국제사회는 소외된 수단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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