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는 우리의 ‘소집 능력(convening power)’과 국가적 매력(소프트파워) 측면에서 고찰해 볼 수 있겠다. ‘소집 능력’이란 “공통의 목표나 과제와 관련한 모임을 주도하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소집 능력은 어떤 강제력이나 재정적 힘이 아닌 관계적이고 협동적인 것을 내포한다고 한다(Rick Baker, 2023). 소집 능력은 어젠다 설정 능력, 포용성, 신뢰성, 그리고 적응성 등을 포함한다. 소프트파워란, 소집 능력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서, 한 국가가 지니는 종합적인 매력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 테마는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 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로 참석자들에게 아주 뜻깊고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7개 우선 협력 의제(priority agendas)로는 (i) 무역과 투자 증대를 통해 상생적 경제성장 도모 (ii) 글로벌 도전에 대응(식량안보,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및 공공보건 등) (iii) 지속가능 에너지 및 인프라시설 (iv) 인적자원 개발(기술·직업교육 및 훈련 등) (v) 과학기술 및 디지털 전환 (vi) 상호이해 증진, 국민적 교류 (vii) 평화와 안보가 포함되었다.
핵심 성과
(참석 국가 규모 및 수준) 우선 이번 정상회의는 참석 국가 규모와 수준 면에서 돋보인다. 아프리카 유엔회원국 54개 국가 중 우리가 초청한 48개국이 모두 참석했고 이 중 33개국이 정상급 인사를 파견했다. 이는 이번 정상회의가 최초임에도 불구, 최근 아프리카와 회의를 개최한 러시아, 튀르키예, 일본, 이탈리아의 정상급 참석 규모를 뛰어넘은 것으로 의미가 크다. 정상회의 전체회의와 별개로 양자 정상회담이 26회 개최되었고, 총리 회담 8회, 외교장관 회담 17회, 경제, 인프라 등 분야 장관급 회담도 수십 차례 개최되었다.
(동반 성장 관련) 아프리카 국가들과 상호적으로 관심이 많은 교역, 투자, 핵심 광물 분야에서 11개국과 12건의 양해각서(MOU) 등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상호 교역과 투자 확대 기반 구축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탄자니아와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EP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그리고 가나, 말라위, 코트디부아르, 잠바브웨, 시에라리온 등 8개국과는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rade and Investment Promotion Framework: TIPF)를 체결했다.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와는 핵심 광물 MOU를 체결하였으며,‘한·아프리카 핵심 광물 대화’출범을 선언하여 우리 기업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광물 지원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추세를 감안한 것으로, 한국과 아프리카 각국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고, 상호 합의에 기반해 핵심 광물과 관련된 기술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어 공동의 노력을 증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고 공동선언문에서 밝히고 있다.
인프라, 농업, 보건 분야의 MOU도 각각 체결하여, 우리 기업이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다양한 분야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0억불의 수출금융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포함한 ODA도 100억불까지 늘려 개발협력사업과 기업 진출을 연계함으로써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과 아프리카 기업 간 계약 체결 성과)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 계기 우리 기업과 아프리카 기업들 간에 다양한 계약도 체결되는 성과가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 17개국에서 55개 기업이 한국을 찾아 무역, 에너지·플랜트, 핵심 광물 분야에서 194개 한국 기업과 508건의 상담을 했고, 총 47건의 계약과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의전, 행사장, 공연기획, 오만찬 등
이번 정상회의와 같은 대규모 주요 국제행사는 회의 및 일정 관련된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지만, 동 행사가 우리의 매력 요소들을 48개 아프리카 국가 정상, 고위급 인사들에게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점에 비추어, 의전, 행사장, 문화·공연, 오·만찬 준비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 행사 기획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고려하여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각 분야의 준비를 세심히 하기 위하여 일반, 홍보, 행사장, 오·만찬, 공연기획, 통역·언어·문화, 지역정책 등 7개 분야의 민간자문위원들을 위촉, 관련 전문가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행사를 철저히 준비해 왔다.
개별 일정: 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등
아프리카 정상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참여한 개별 일정도 본 행사에 못지않게 의미가 컸다고 사료된다. 예로, 시에라리온 대통령과 르완다 대통령은 연세대학교를 방문, 각각 특강과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했다. 탄자니아 대통령은 한국항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보츠와나 대통령은 고려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의 반응
아프리카 국가의 참석 규모 및 수준 관련, 우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렇게 많이 참석할 줄을 몰랐다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가령, 토고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이 회의가 그만큼 필요했다는 증거다”고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정상들은 한국이 아프리카에 커다란 영감을 주는 국가라고 말하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르완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인 한국과, 글로벌 중추 대륙인 아프리카간 협력의 여지가 크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진작에 열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르완다 대통령은 “공동선언문을 지체 없이 이행하여, 금후 수십 년간 상호 긴밀한 협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탄자니아 대통령은 “한국이 AU 옵저버가 된지 19년 만에 개최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어 자랑스럽게(proud) 생각한다. 한국이 불과 70년 만에 농경국가에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했는데 이것이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만들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황금 같은 기회다”라고 피력하면서“우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We don’t expect this summit to be a one time event)”고 덧붙였다.
짐바브웨 대통령은“한국은 격려의 등대이자 원천이다. 한국으로부터 수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말하기도 했다. 보츠와나 대통령은“한국의 성공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많은 아프리카 정상들이 지원을 받는 것도 좋지만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특히 한국과의 교역과 투자 확대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프리카 정상들은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KOICA, 수출입은행, 새마을운동 교육기관 등 관계기관들도 방문하고 개별 기업 면담, 현장 시찰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아프리카 정상들과 배우자들은 오·만찬에도 큰 만족을 표시하고 문화공연을 너무 감동적으로 봤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해진다. 코모로 대통령은 한국이 너무 좋다며 본인이 대통령만 아니었으면 한국에 더 있다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상회의 기간 내내 날씨가 아주 화창하고 좋았는데 날씨도 정상회의의 성공에 일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