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가 갱단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의 치안 회복을 위해 경찰을 파견한다.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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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정부, 아이티 다국적안보지원임무에 경찰 파견 임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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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가 갱단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의 치안 회복을 위해 경찰을 파견한다. 올해 3월 1일, 케냐 정부는 아이티의 안정을 위해 1000명의 경찰관으로 구성된 다국적안보지원단(Multinational Security Support: MSS)을 파견하기로 약속했다. 그중 일부인 200~300명의 경찰이 우선 배치될 전망이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은 5월 24일 BBC와 실시한 인터뷰에서 “3주 내 케냐 병력이 아이티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고, 케냐 현지 언론은 정찰팀이 1주일간 아이티 현지 조사를 마치고 귀국하였으며 아이티측과 구체적인 경력 운용 계획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케냐 정찰팀은 MSS를 수용할 수 있는 기지가 70% 정도 완성되었으나, 차량, 무전 및 통신 장비 등의 조달이 필요한 사항이며, 케냐 경찰들을 주요 항구, 공항, 병원, 고속도로, 대통령궁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2021년 7월 7일, 28명의 무장 집단이 조브넬 모이즈(Jovenel Moise) 당시 아이티 대통령의 사저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여 모이즈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아이티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치안은 계속 악화되었다. 갱단이 아이티 곳곳을 점령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이 2023년 8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상반기 동안에만 아이티에서 무려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갱단에 의해 살해되었고, 1000명 이상이 납치되거나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되었다.*
*Reuters에 따르면, 아이티 인권단체(Reseau National de Defense de Droits Humains: RNDDH)의 조사 결과,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최근까지 20명의 아이티 경찰관이 갱단에 의해 살해되었다.
2021년 이래로 아이티 임시정부는 국제사회에 치안 회복을 위한 지원을 절실히 호소해왔고, 케냐가 처음으로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표명했다. 루토 대통령은 아리엘 앙리(Ariel Henry) 아이티 총리에게 MSS를 주도해 아이티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며, 2024년 3월 상호합의서까지 작성하며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 외에도 베냉, 차드, 방글라데시, 바베이도스, 바하마 등이 이번 MSS에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2023년 10월 2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아이티 갱단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케냐가 주도하는 MSS를 승인하는 결의한(제2699호)를 채택했다.
이번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케냐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이티에 경찰을 파견하기까지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정리하며 이번 MSS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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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모이즈 대통령이 무장 괴한 습격으로 사망하면서 아이티 정치권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987년 개정된 아이티 헌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 사망 시 대법원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 피살 2주 전 대법원장이 코로나19로 사망해 이 자리가 공석인 상태였다.
2012년 개정된 헌법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헌법은 아직 아이티 크레올어(creole)로 번역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더군다나 개정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사망 시 의회가 임시 투표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출해야 하지만, 오랜 정치적 혼란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아 상원의원의 60%가 임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따라서 개정 헌법에 의한 새 대통령 선출도 불가능했다.
*아이티 공용어는 프랑스어와 아이티 크레올어(creole)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클로드 조제프(Claude Joseph) 전 아이티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처했으나, 모이즈 대통령이 사망 직전 그를 해임하고 후임으로 앙리 총리를 지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앙리 총리는 정식 취임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권한대행의 정당성을 두고 한동안 두 인물 간의 대립이 이어졌다.* 위태롭던 아이티는 정부 조직을 적시에 재구성하지 못하면서 경찰과 군대의 기능까지 마비되었다. 공권력이 약화된 틈을 타 갱단이 권력을 장악하여, 이제 갱단이 거의 아이티 전부를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는 아리엘 앙리 총리가 대내외적으로 아이티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만 약 150개의 갱단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갱단은 주로 G펜 연합(G-Pep Federation)과 G9 동맹(G9 Alliance)이라 불리는 대규모 범죄 카르텔에 소속되거나 협력 관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이티 정부와 공권력은 독자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미국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이티의 무정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2023년 여름, 다국적군 파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는데, 바로 여기서 케냐가 등장한다.
*VOA 보도에 따르면, 당시 설문결과 아이티 국민의 약 68%가 UN 다국적군의 지원을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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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9일, 알프레드 무투아(Alfred Mutua) 당시 케냐 외교장관이 처음으로 아이티에 경찰을 파견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다국적군을 주도할 의향 밝히며, “아이티 경찰의 정상화 지원과 전략적 시설 보호를 위해 1000명으로 구성된 경찰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UN안보리의 승인을 받아 파견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루토 대통령은 2023년 9월 제78차 UN총회 참석을 위한 방미 기간 중 아이티와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는 연설에서 “아이티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되며, 폭력 집단의 위협에 긴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MSS를 수락한 루토 대통령에 사의를 표하며 케냐 정부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UN안보리가 케냐 정부 주도의 MSS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케냐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와 내각도 경찰 파견을 승인하면서 루토 대통령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케냐 국내 여론이 제동을 걸었다. 2023년 10월 9일, 에쿠루 우콧(Ekuru Aukot) Thirdway Alliance 당대표는 ①케냐 헌법에 경찰의 국외 파견이 명시되지 않은 점과 ②이번 결정에 대중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들어 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케냐 고등법원은 해당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판결시까지 파견 계획을 중단시켰고, 2024년 1월 26일, 고등법원은 케냐 정부의 파견 계획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단,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외 파견은 상호 합의가 있는 국가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하여, 케냐와 아이티가 MSS에 대한 조약을 체결할 경우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법원이 제시한 법적 경로를 따르기 위해, 케냐와 아이티 당국은 2024년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동하며 양해각서 초안을 작성했고, 2024년 3월 1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MSS 파견 관련 상호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루토 대통령과 앙리 총리의 참관 하에, 케냐 내무부장관과 아이티 각료회의 사무총장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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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식 이후, 케냐 현지 언론들은 앙리 총리가 케냐를 방문하는 동안 아이티 갱단이 포르토프랭스 내 공항, 경찰서, 정부 기관을 점령하여 정상적인 운영을 마비시켰고 총리 대행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아이티 내 안보상황 악화를 연일 보도했다. 야당 인사들은 케냐 경찰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티의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대규모 병력 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규모 병력으로는 아이티 갱단을 진압할 수 없기에 이번 파견을 ‘자살 임무(suicide mission)’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의회 의원 6명은 케냐 경찰의 인권 침해 전력을 문제 삼아 미국의 케냐 주도 MSS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외국의 무력 개입은 아이티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으며 아이티 주도의 민주 정부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니엘 풋(Daniel Foote) 前 미국 아이티특사도 CNN 인터뷰에서 “케냐 경찰 1000명 파견이 아이티 갱단 척결에 필요한 인원에 미치지 못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아이티에 개입할 때 마다 최소 2만 명 이상의 군경이 투입되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케냐가 MSS를 주도하려는 동기는 진정한 평화 유지 노력이 아니라 재정적 인센티브(more of a cash grab)”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그 휘트만(Meg Whitman) 주케냐 미국대사는 MSS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고, 케냐 대통령실도 정부 관계자와 현지 언론을 통해 MSS 파견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도전이지만 과연 케냐의 아이티 안보 지원이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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