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선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여러 면에서 우리와는 많이 달라 보이는 아프리카이지만 정치적으로 비슷
우리 정부는 6월 4일∼5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아프리카재단은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특별 기고문 시리즈 연재를 통해 생생한 아프리카의 현안과 역동적인 한-아프리카 관계를 통찰력 있게 조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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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선거 동향과 한-아프리카 협력관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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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우리와는 많이 달라 보이는 아프리카지만 정치적으로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지배를 받았고 해방 이후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했으며, 제3의 물결*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9-2000년 당시 48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40개국 이상이 다당제 선거를 치렀을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아프리카 각국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국가체제 및 통치방식을 취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있는 가나, 세네갈 등의 국가가 있는가 하면, 군부가 정권을 잡거나 권력을 세습하며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 사이 남유럽, 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30여개 국가에서 민주정치 체제로 이행한 흐름을 ‘제3의 물결’이라고 묘사하였다. 이후에 아프리카, 남아시아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났으며 ‘제3의 물결’의 일부로 여겨진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민주적 제도 도입 후에도 민주주의가 공고화하지 못하고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와 다른 아프리카 민주화 과정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 인구가 증가하며 교육수준이 높아진 국민의 정치 개혁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1990년대 아프리카 민주화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해 정부가 파산한 결과를 야기했다. 즉, 위에서부터 아래로의(Top-down) 변화였다. 국민 인식 변화 없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도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적 학습을 통해 선진 민주주의를 이뤄가고 있지만 탑다운으로 선거를 경험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선거전 폭력을 자행하여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타깃 지역에서의 선거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선거후 폭력은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어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야당 세력에 의해 주로 발생하며 피해규모가 선거전 폭력에 비해 훨씬 크다. 부정선거 의혹도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짐바브웨의 독재자로 불렸던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에 대통령직을 맡은 에머슨 음낭가과(Emmerson Mnangagwa)는 2023년 부정선거 논란 가운데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차드, 토고와 같은 국가에서는 부정선거, 헌법 개정 등 비민주적인 방법을 사용해 대통령직을 세습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계기를 맞기도 한다. 2007년 케냐 대선 이후 선거 부정 시비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1,200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350,000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었다. 이후 야당 대선후보와의 권력분할, 평화적 중재에 관한 헌법 개정 등 해결방안이 마련되었다. 2013년, 2017년 선거에서도 폭력사태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2007년의 아픔을 교훈 삼아 정치인, 언론, 시민사회가 노력한 결과 또 다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2017년에는 케냐 대법원이 불법 및 부정행위를 근거로 대선 결과 무효 판결을 발표하며 재선거를 치른 적이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대법원이 대선 결과를 뒤집은 판결이며, 재임 대통령을 상대로 승소한 드문 사례이다. 재선거에서 야당 후보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의 불출마와 선거 보이콧으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불안정이 야기되기는 했으나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밖에도 이와 같이 수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잠비아, 말라위, 세네갈과 같은 국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선거경쟁 양상과 결과는 우리에게 함의하는 바가 크다. 선거 유세 기간 공표된 정책 공약은 국민 요구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집권하게 될 정당의 정책 기조를 파악할 수 있다. 야당의 세력 확장을 용인하고 정권 교체를 받아들이는가는 민주화 의지를 반영하며, 시민사회 및 정치 참여 활성화는 정치적 자유도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은 사회 안정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국가 경제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5년 갑작스러운 나이지리아 선거 연기는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해 주가와 통화 가치가 폭락하기도 했으며, 2007년 케냐 선거 폭력사태로 몸바사항(Port of Mombasa)을 통한 수출입이 감소하고 대신 탄자니아 다레살람항(Port of Dar es salaam)을 이용할 것이 권고된 적도 있다.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 국가협력 파트너 선정과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프리카 역내 지역공동체와의 협력을 반기는 국가인지, 우방국으로서 신뢰할만한 국가인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최근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는 선거의 필요성에 대한 아프리카인의 인식 변화 조사를 실시하였다. 다당제 선거제도가 정착하는 시기인 2011년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최근 2023년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정치 지도자 선출의 통로로서 선거가 매우 적절하다는 의견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반적으로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거를 통한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줄었음을 나타낸다. 정치인들의 선거 관련 부정행위, 폭력 조장, 승리를 위한 후보자 비방, 소송사건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선거는 정치인과 정당의 전략과 불법행위를 낱낱이 드러내고 가까운 미래의 정치상황을 예견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근래의 아프리카 선거는 국가 정책 노선, 통치 방식, 정치적 안정성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한국-아프리카 교류·협력 전략 마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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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의 선거에 대한 인식 변화 29개국 대상, 2011-2023년 사이 변화 측정
ⓒ아프로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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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차드, 세네갈 선거를 통해 본 국제협력 방향 및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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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에 치러진 차드와 세네갈 선거를 살펴보고, 국제협력에 관한 함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차드는 1960년 프랑스 지배로부터 독립한 후 한 번도 공정한 선거를 치른 적이 없는 국가다. 1991년 정권을 잡은 이드리스 데비(Idriss Deby)가 2021년 반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이후, 3년 동안 그의 아들 마하마트 데비(Mahamat Deby)가 임시군정을 지휘해 왔다. 군정을 2년 더 연장한다는 발표가 있자 시민들은 시위를 벌였다. 따라서 정부는 이 계획을 철회하고 2024년 5월 7일 다당제 선거를 치렀다. 한 명의 여성을 포함한 총 10명의 후보자가 유세를 펼친 가운데 1천9백만 명 국민 중 8백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였던 야야 딜로(Yaya Dillo)가 올해 2월 갑작스럽게 살해되면서 마하마트 데비는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원유 수출국인 차드는 극빈국 중 하나로 빈곤선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이다. 게다가 이웃국가인 수단에서 내전 발발로 50만 명의 난민이 차드로 흘러들어오고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드는 사헬지역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미국과 프랑스의 우방국이다.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군사정권은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러시아군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드 군정은 올해 초 미국의 사헬지역 대테러작전의 중심기지인 아가데즈(Agadez)*에서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 펜타곤도 일부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가 선거 후로 결정을 미뤘다.
* 니제르 수도 니아메(Niamey)에서 약 920km 떨어진 북부 도시로, 2023년 7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까지 미국 공군의 주요기지로 활용되며 유인·무인 감시 비행 및 기타 대테러작전의 거점 역할을 했다.
이처럼 선거결과는 국내 및 지역 안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차드는 차드호수 주변 대테러 임무의 요충지다. 2020년 차드군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테러조직을 성공적으로 몰아냄으로써 일시적으로 평화를 되찾았었다. 그러나 올해 3월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시작된 테러단체인 보코하람(Boko Haram)이 다시 출현하여 군인들을 살해하면서 이 지역의 불안정은 다시 고조되었다. 보코하람의 위협뿐만 아니라 수단 난민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으로 인해 식량부족과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차드 국민들은 막연하게나마 선거가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수차례의 선거 부정, 폭력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고, 시민사회 단체들은 보안강화 및 비밀투표유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요청했지만 서구권 국가들은 비교적 이에 대해 침묵했다. 그 이유는 수단 난민 문제, 테러리즘 확산 등 사헬지역 불안정은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프랑스가 여전히 차드에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이후 들어서게 될 새 정권과 우호 협력을 통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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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은 아프리카 민주화 물결에 앞서 1979년 다당제 선거를 실시한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마키 살(Machy Sall) 전 대통령(2012-2024년 재임)은 선거를 연기하고, 유력 야당 파스테프(PASTEF)의 우스만 손코(Ousmane Sonko)를 성범죄 혐의로 인한 청소년 타락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손코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면서, 살 전 대통령은 3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살 전 대통령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마키 살과 우스만 손코가 후보로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1,700만 세네갈 인구 중 730만 유권자가 3월 24일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손코의 최측근인 야권 연대 후보 바시루 파예(Bassirou Faye)가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더보기>> 아프리카위클리(2024-10호): ‘아프리카 민주주의 모범생’ 세네갈 대선 연기와 그 이후
파예와 파스테프 정당의 선거 공약 골자는 국제관계에서 세네갈의 주도권 확립이었다. 프랑스 식민정권 이래 사용되고 있는 CFA 프랑을 대신할 세네갈 자체 통화를 발행하여 상호 호혜적 국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불균형적인 광물자원 계약을 재조정한다는 의지를 포함한다. 세네갈은 전통적으로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모로코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및 연합을 통한 지역 안정 유지를 중시해 왔다. 또한, 실용적이며 포용적인 양자 및 다자협력은 추구한다. 파예 대통령도 이러한 외교정책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네갈 외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해 범아프리카주의적 진보성향을 나타내며 다른 국가와의 경제 교류에 있어 세네갈이 주도권을 가지고 천연자원 등을 관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파예는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석유, 가스 및 기타 광물 산업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할 것을 선포했다. 이를 뒷받침하며 새로 임명된 비라메 슐레예(Birame Souleye) 에너지광업부 장관도 감사가 끝난 후 광산업 계약에 관한 재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현재 체결된 계약은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거나 일반 시민에게 혜택이 주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정책에 관해서 파예 정부는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유로화에 고정되어 있는 CFA 프랑은 서아프리카 경제통화연합(West Afric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WAEMU)의 8개 회원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세네갈 수도 다카르(Dakar)에 본부를 둔 중앙은행이 이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통화개혁은 물가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잡한 문제여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베냉, 부리크나파소,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사우,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주요 회원국인 세네갈은 파예의 새 정부에 들어서도 지역기구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COWAS 회원국이자 세네갈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감비아와 기니비사우와 군사협력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카자망스(Casamance) 지역의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범아프리카주의와 국가주권을 중시하는 파예 정권은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와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ECOWAS 탈퇴를 선언한 이 사헬 3국을 다시 유인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사헬 3국이 주요 서방 국가를 몰아내고 러시아와 손을 잡은 것과 같은 결정을 세네갈이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전통적 우방국과의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동시에 반제국주의·범아프리카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선거 과정과 결과는 국가 간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관계에 큰 함의를 갖는다. 선거는 아프리카 각국의 변화·발전 양상을 잘 나타내는 이벤트이자,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최초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의 대아프리카 전략 구상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남길 것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어떤 국가와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협력관계를 맺어야 할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국가체제, 통치방식, 시민사회 참여를 확인하고 국제협력관계 및 경제발전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아프리카 선거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각국 국민의 요구와 우리와의 협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 때 선거는 그들의 전략과 필요를 펼쳐 보여주는 프리즘 역할을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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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현) Asian Journal of African Studies 편집위원
현) Journal of African Humanities Research Development 편집위원
전) Ventura College Adjunct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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