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이 치복(Chibok) 마을의 한 여학교에서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선별·분석하여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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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치복(Chibok) 납치 사건 이후 10년... 대규모 납치는 왜 계속 발생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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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이 치복(Chibok) 마을의 한 여학교에서 276명의 여학생을 납치했다.* 당시 이 사건은 나이지리아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치안·안보 상황을 혼란에 빠트렸으며, 보코하람이 악명을 떨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나이지리아에서는 납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경 북서부 카두나(Kaduna)주 쿠리가(Kuriaga) 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탄 무장단체에 학생 137명이 납치되었다.** 납치된 학생들은 주로 8~15세였다. 이틀 뒤에는 또 다른 무장 단체가 소코토(Sokoto)주 기단 바쿠소(Gidan Bakuso)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 침입해 학생 17명을 납치했다.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치복에서 납치된 여학생 중 98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군 당국은 쿠리가 마을에서 납치된 학생들이 2주 이상 억류되었다가 3월 25일에 무사히 풀려났다고 밝혔다. 나머지 납치 피해자들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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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는 세계에서 납치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는 범죄조직과 이슬람단체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단으로써, 일시적인 사건이 아닌 지속적으로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진화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이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나이지리아가 왜 이러한 위기를 차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치복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BringBackOurGirls 운동의 공동주창자인 아이샤 예수푸(Aisha Yesufu)는 "(치복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가 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결국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사실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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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Al Jazeera)는 관련 기사를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대규모 납치 사건을 두고 ‘급성장하는 산업(Booming Industry)’이라고 표현했다. 납치범들이 몸값으로 수백만 나이라(Naira)를 갈취하면서 납치는 일종의 하위 경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는 납치된 친척과 친구의 석방을 위해 자금을 모아달라는 공개적인 요청도 넘쳐난다.
아프리카 전문 컨설팅회사인 SBM인텔리전스(SBM Intelligence)가 발표한 ‘나이지리아의 납치 산업(Nigeria's kidnapping industry)’ 분석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여간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3,620명이 납치되었다. 납치 사건 한 건당 평균 6명이 납치되는 등 대규모 납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최소 50억 나이라(약 64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경제난과 치솟는 실업률로 인해 몸값으로 지불된 금액은 387,179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실제로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00만 달러가 몸값으로 지불된데 비해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또 다른 보고서의 경우, 수치는 다르지만 악화되고 있는 현실 상황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지 보안컨설팅업체인 비콘 시큐리티&인텔리전스(Beacon Security and Intelligence Limited)와 일간지 데일리트러스트(Daily Trust)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최소 2,583명이 살해되고 2,164명이 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8명이 살해당하고 24명이 납치된 셈이다. 북부와 중부에서 살해된 사람이 2,07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고 납치 피해자는 북서부가 1,297명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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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는 다양한 단체가 납치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첫째로,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폭력범죄자들과 일명 도적(bandits)으로 알려진 무장갱단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소를 훔치거나 지역 습격에 연루되던 떠돌이 도적에서 마약 및 무기 밀수에 관여하는 조직화된 갱단으로 진화했다. 이 단체들은 이제 몸값을 요구하려는 목적으로 지역주민과 학생들을 대거 납치하고 있다.
북부 지역, 특히 북동부 지역은 이른바 이슬람국가서아프리카지부(Islamic State West Africa Province: ISWAP)와 보코하람과 같은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014년 치복에서 276명의 여학생을 납치한 사건으로 악명이 높은 보코하람은, 특히 기숙학교나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소녀와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삼는다.
니제르델타(Niger Delta) 지역에서도 여러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니제르델타는 원유가 풍부해 유명한 동시에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곳 중 하나다. 이곳의 단체들은 1990년대에 농지 황폐화로 인한 빈곤 문제와 석유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자 결성된 무장단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 석유회사의 경영진, 외국 노동자 납치가 종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정부 관리, 저명인사의 자녀, 기타 고액자산가들도 최근 표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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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즉 취약계층에 대한 표적 공격은 주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나 몸값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몸값을 노린 납치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납치의 대부분은 경제적 절박함에서 비롯되며 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납치범들은 대부분 몸값으로 돈을 요구하지만, 때로는 납치된 사람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식료품, 오토바이, 심지어 휘발유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SBM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토바이는 “실직한 많은 북부 청년들에게 쉽고 부담이 적은 경제적 도구이며 테러 공격에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보코하람은 납치를 정부와 국민에게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보코하람이 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젊은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문자 그대로 “서구 교육은 죄악”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이 교육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말한다.
*보코(boko)는 하우사어로 서양식 비(非) 이슬람교육을 의미하고 하람(haram)은 아랍어로 죄, 금기라는 의미로, 보코하람은 “서구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이다.
ACLED(Armed Conflict Location and Event Data Project) 선임고문인 올라주모케 아얀델레(Olajumoke (Jumo) Ayandele)는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 단체들은 당국에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증폭시키고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국제적·지역적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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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들이 표적으로 삼는 집단은 뚜렷한 편이다. 먼저, 땔감을 구하러 나간 여성, 여학생, 경찰·보안군과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에 거주하는 마을주민 등 취약한 계층이 그들이다. 때때로 이는 대규모 납치로 이어지기도 하며, 이러한 경험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긴다. 한편, 자녀가 납치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도 있는데, UNICEF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 중 66%가 북동부와 북서부에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기도 하다.
일부 부모들은 딸이 납치되는 것을 피하고자 딸을 일찍 결혼시키기도 한다. 이는 여아들에게 있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나이지리아 여아의 절반 이상이 기초적인 수준의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 48%는 북동부와 북서부 지역 출신이다.
교육은 국가 성장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맥락에서, 나이지리아 북동부와 북서부에 만연한 일련의 납치 산업과 이로 인한 불안감은 해당 지역의 학교 교육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쉽게 급진화되거나 무장단체에 포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근래에 나이지리아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학생들만 표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 사업가, 성직자, 부유하다고 인식되는 사람들도 종종 납치의 표적이 되며, 전·현직 정부 관계자,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가족, 고위급 인사가 납치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 사제들도 고위험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21명의 사제가 납치되었으며, 심지어 사제들이 미사 중에 납치되기도 한다. 헌금과 같이 교회가 가진 자원 때문에, 가톨릭 사제가 수익성 높은 ‘수입원’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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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가 치안 악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요인, 부패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 경찰과 군대 간 비효율적인 협력 구조로 인한 결속력 부족 등도 포함된다.
사실 나이지리아는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독립 후 정부는 두 개의 주요 종교, 세 개의 큰 민족, 350개의 언어 그룹이 뒤섞인 국가를 받았다. 유전 발견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의 업무는 유전과 원유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나누는 데 그쳤다. 경찰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지역에 배치되는 경우가 잦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나이지리아의 경제 상황은 높은 인플레이션, 청년 실업률 증가,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국민의 소득과 삶의 질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국민의 63%가 다면적 빈곤(multidimensional poverty)*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범죄로 내몰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기간 동안 경제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고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이 다양한 방향으로 집행되었다. 그 결과, ‘납치’가 실행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민주주의·개발센터 연구분석관인 아폴라비 아데카이야오자(Afolabi Adekaiyaoja)는 역설했다.
*빈곤층의 경우, 빈곤의 경험을 단순한 소득(돈)이 아닌 훨씬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생각한다. 빈곤층은 질병이나 영양실조, 깨끗한 물과 전기에 대한 접근성 부족, 열악한 일자리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동시에 겪을 수 있으며, 이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면빈곤지수(Multidimensional Poverty Index: MPI)가 개발되기도 했다. MPI의 평가항목은 아이들이 학교에 등록되어 있는가, 가계 구성원 중 영양실조에 빠진 사람이 없는가, 집에 전기가 공급되는가, 깨끗한 물을 도보로 30분 이내 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가 등으로 구성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나이지리아의 경제적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가 납치라는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유인 만큼,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임을 강조한다. 더하여, 정부 관계자들도 연루되어있는 원유 절도를 근절하고, 걸프국가들이나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밀려 있는 외화 수요를 해소하고 급락하는 나이라가 기준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나이지리아의 중앙집권적인 구조도 한몫한다. 권한이 연방정부에 집중되어 있고, 연방정부로부터 독립된 주 또는 지역의 치안은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며, 특히 보안·치안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 정부 차원에서 치안 유지에 나서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군대의 경우, 군인들은 낮은 보수와 질 낮은 무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더욱이 나이지리아 군대는 부패, 방해 행위, 묵인, 잔인성을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 받아왔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와의 관계마저 단절되었다.
결국,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국가의 첫 번째 의무인 국민 보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데카이야오자 분석관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무능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적인 안보 대응 실패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하며, "경찰 개혁과 정보·보안기관 간의 더 강력한 시너지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는 2050년이면 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된다. 국가의 국민은 국가가 제공하는 삶의 기회와, 인간 그 자체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정부는 관련한 모든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의 맹주로서 안정과 번영을 미래에도 구가할 수 있는 길이자 근간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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