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민주주의 모범생’ 세네갈 대선 연기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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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민주주의 모범생’ 세네갈 대선 연기와 그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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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의회가 금년 2월 예정이었던 대통령 선거를 12월로 연기하자, 거세진 반대 여론에 유혈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격화되었다. 마키 살(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은 2월 26일~27일 국민대화(national dialogue)를 통해 6월 2일로 새로운 대선 일정을 제안했으나 반대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결국 3월 24일로 대선 추진을 약속한 상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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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세네갈 의회는 올해 2월 25일로 예정되어있던 대선 일정을 12월 15일로 연기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원래대로면 마키 살 대통령의 임기가 4월 2일에 종료되어야 하지만 대선 연기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8개월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본 법안의 투표 과정에서 10여명의 야당 의원들이 대선 연기에 반대하며 투표가 2시간 넘게 지체되었으며, 이후 야당 의원들이 밖으로 쫓겨난 뒤 투표가 재개되어 논란이 커졌다. 지난 2월 3일에 살 대통령은 일부 대선 후보자의 자격 박탈 논쟁 및 사법부와 입법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들며 대선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네갈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해 온 국가 중 하나로 ‘민주주의 모범생’으로도 불렸다. 2020~2023년 잇따른 군부 쿠데타로 혼돈 상태에 빠져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세네갈은 군사 쿠데타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야당과 시민들은 이번 대선 연기를 집권 연장의 의도로 보고 서아프리카에 남아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수도 다카르(Dakar)를 비롯한 전국에서 시위가 잇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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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네갈 대법원, 대선 연기 결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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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대법원은 지난 2월 15일, 대선 연기에 관한 의회의 결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대통령 대변인 요로 디아(Yoro Dia)는 세네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마키 살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선거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할 것이다”면서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선거 시행 날짜를 내놓지는 않아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아프리카연합(AU)은 세네갈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선거 일정을 원래대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세네갈 의회가 대선을 12월로 연기하기로 한 투표는 합법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거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 "선거 연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쫓아낸 뒤 투표를 진행했다는 보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수위 높게 지적했다. 덧붙여 세네갈 정부에 평화로운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은 동 사안에 대해 모든 당사국, 지역 파트너들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프랑스 외무부, 유럽연합(EU) 역시 세네갈의 대선 연기에 우려를 표하고 최대한 빨리 대선을 실시할 것을 재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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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의 시위 격화, 그리고 세네갈 당국의 진압 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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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의회의 대선 연기 발표 직후 다카르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수도 다카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며 강경진압을 펼쳤다. 2월 9일부터 10일 이틀 동안 세네갈 전역에서 발생한 시위 도중 총 3명이 사망하고 약 270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세네갈 정부는 2월 13일 다카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위에 앞서 모바일 인터넷을 중단시켰다. 이는 2월 5일에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한차례 차단한 이래로 두 번째 인터넷 차단이었다. 세네갈 통신부(Ministry of Posts and Telecommunications)는 공식 성명에서 “온라인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메시지들이 세네갈의 불안정을 불러왔기 때문에 인터넷 차단은 불가피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사이버 거버넌스를 모니터링하는 영국 단체 넷블럭스(NetBlocks)는 “세네갈의 인터넷 차단 사건은 이 나라에서 대대적인 검열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사무소와 국제앰네스티 역시 세네갈 당국의 진압 전략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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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연기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마키 살 대통령은 2월 22일 밤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연기된 대선 일정과 무관하게 4월 2일 퇴임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선 연기로 인하여 생긴 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국민대화(national dialogue)를 주최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대화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바로 새로운 대선 날짜를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헌법위원회에 이 문제를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대화 개최 직후 세네갈 국민대화위원회(Senegal National Dialogue Commission)는 대통령 선거를 6월 2일에 실시하고 후임 대통령이 당선될 때 까지 살 대통령이 집권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국민대화에 참가한 위원들은 5월에 다수의 종교적 행사가 있는 점 등의 이유로 6월 초 대선을 실시하는 데 과반 이상 동의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원래 임기 만료일인 4월 2일에 살 대통령이 퇴임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시위가 지속되자 세네갈 정부는 다시 3월 6일 공식성명을 통해 3월 24일 대선을 치르기로 번복했다. 살 대통령은 같은 날, 대선 후보인 아마두 바(Amadou Ba) 현 총리가 선거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디키 카바(Sidiki Kaba) 내무장관으로 총리를 교체하기도 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의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결선투표는 헌법위원회가 1차 선거결과를 발표한 후로부터 세 번째 일요일에 치러져야 한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세네갈에서 앞으로 진행될 대부분의 캠페인과 투표가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슬람력에서의 9월로,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중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을 행한다. 2024년 라마단 기간은 3월 10일부터 한 달여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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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9명의 후보가 등록되어 있으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후보는 집권여당 출신의 아마두 바 전 총리, 야권의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Bassirou Diomaye Faye), 다카르 시장 칼리파 살(Khalifa Sall), 2019년 대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이드리사 섹(Idrissa Seck), 유일한 여성 후보 안타 바바카르 응곰(Anta Babacar Ngom) 등이 있다.
- 아마두 바(전 세네갈 총리, 1961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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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재정부 장관, 외무부 장관을 거쳐 총리를 지낸 바는 지난해 마키 살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국연합당(Alliance Pour la Republique: APR)의 대선 후보로 지명되었다.
바 후보자는 국가를 더 큰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겠다는 공약 하에, 마키 살 대통령이 2014년에 도입한 ‘세네갈 부흥계획(Plan Senegal Emergent: PSE)’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 이민, 청년 고용 문제, 공공서비스 개선과 사회적 안정 등의 과제 해결을 약속했다.
-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파스테프(PASTEF) 사무총장, 1980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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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의 전직 세무조사관 파예 후보는, 세네갈의 대표 야당인 파스테프(PASTEF)의 지도자 우스만 손코(Ousmane Sonko)의 대선 출마가 금지되면서* 대체 후보로 지명된 인물이다. 파예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 혐의로 체포되어 2023년 4월부터 구금된 상태이나 사면으로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코는 제1야당 파스테프의 대표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2023년 6월 내란 선동, 공공질서 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금되어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되었다가 사면으로 3월 14일 밤에 석방되었다.
파예 후보자는 세네갈에서 현재 통용되는 세파프랑(CFA Franc)* 대신 자국의 통화를 보유할 수 있도록 통화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석유와 가스 산업 등과 관련된 계약들을 재협상하겠다며 에너지 부문에서의 개편도 예고했다. 그 밖에도 사회 불평등 해소, 고용 촉진, 부통령 역할 신설을 통한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프랑스 본토와 아프리카 식민지 간 경제통합을 복구하고자 하였는데, 기존의 단일통화 ‘프랑스 프랑’으로 복귀할 경우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프랑스 프랑과 환율이 다른 세파프랑을 식민지에 유통했다. 1950~1960년대 대개의 서부 아프리카 식민지가 독립했으나, 대부분은 그 후에도 세파프랑을 사용하며 프랑스와 긴밀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도 세파프랑은 유로에 환율이 고정되어 있다(1유로=655.957세파프랑).
- 안타 바바카르 응곰(기업가, 1984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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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의 첫 여성 대선 후보자인 응곰은 무소속의 39세 정치 신인이다. 2016년부터 세네갈 유명 가금류 가공 기업인 세디마(Sedima)를 경영하고 있으며, 부친 바바카르 응곰 역시 유명 기업가이다.
응곰은 어업, 농업, 축산업과 관광업을 지원하여 국가의 대규모 산업화를 추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하고자 한다. 특히, 여성과 청년층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성들의 경제 독립을 지원하기 위한 국립여성은행 설립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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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리포트(The African Report)는 세네갈 경제의 당면 과제로 일자리 창출, 인프라 강화, 예산 규율, 석유 및 가스 생산과 수출, 기후변화 대응을 꼽았다.
첫째, 세네갈 통계청(Agence Nationale de la Statistique et de la Demographie: ANSD)에 따르면 세네갈 노동인구의 20%가 실업 상태이고 이러한 고용 문제는 청년층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의 90%가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고 있어 민간 부문의 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농식품, 광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요 산업 분야에서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하여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둘째, 마키 살 대통령은 임기 동안 도로망 확장,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일부 사업은 지연되거나 착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권 인사들은 현 정부의 투자 사업이 수요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도로 통행료가 너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지적한다.
셋째, 세네갈의 공공부채가 2024년 67%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는 2029년까지 이를 60%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네갈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세네갈은 2023년 도입된 조세 및 관세 유예 폐지, 스마트폰세 재도입 등으로 재정건실화를 계획하고 있다.
넷째, 세네갈 정부는 2014년 대규모 해양 석유 및 가스전을 발견한 후 에너지 생산국으로 변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왔다. 주요 가스전인 그랑 토르투 아메임(Grand Tortue Ahmeyim)은 여러 번의 지연끝에 올해 4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초기 약 25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섯째, 세네갈 경제의 10%가 농업 부문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고 식량안보 또한 위협 받고 있다. 프랑스개발청(Agence Francaise de Developpement: AFD)은 배수 인프라 강화, 도시 생태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 2016~2035년 동안 20억 유로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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