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브릭스 정상회의(BRICS summit 2023)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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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브릭스 정상회의(BRICS summit 2023) 되짚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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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1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요하네스버스(Johannesburg)의 샌튼 컨벤션센터(Sandton Convention Centre)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Matamela 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Narendra Damodardas Modi) 인도 총리가 참석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ladimirovich Putin)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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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광물 경쟁과 국제 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방과 러시아,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다시금 외교적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올해 7월 말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개최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으나, 참가국들로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을 얻으며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과연 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외연을 넓히고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면서, 회의 개최 이전부터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아프리카 54개국 정상을 초청하였으나, 17개국 정상만 직접 참석하였다. 2019년 정상회의에는 49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그밖에도 BRICS가 기존 5개국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일 것인지, BRICS가 회원국 간 무역에 사용할 공용 화폐를 만들며 미국의 달러 패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을 모은 몇 가지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제15차 BRICS 정상회의가 주목받았던 이유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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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CS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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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S*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5개국의 알파벳 첫 글자를 모아서 만든 명칭으로, 서방 선진국 지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큰 인구와 면적 규모를 가진 5개 신흥경제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 국가가 2009년 6월 러시아에서 첫 정상회의를 가졌고, 2010년 남아공이 회원국으로 합류하면서 현재와 같은 5개국 연합체가 되었다.
*2001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던 짐 오닐(Jim O’Neil)이 최초로 제시한 개념이다. 짐 오닐은 ‘BRICs를 꿈꾸며; 2050년으로 가는 길(Dreaming with BRICs: The Path to 2050)’이라는 제목의 2003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BRICs가 오는 2050년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는 넓은 국토와 42%에 달하는 높은 인구수를 바탕으로, BRICS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세계 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기준 BRICS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26%를 차지했고, 교역은 20%, 외환보유고는 35%에 달한다. 또한 BRICS는 세계은행 의결권의 14.06%,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총지분의 14.15%를 보유하고 있으며, IMF는 BRICS가 2028년까지 세계 경제성장의 33.6%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G7의 경우는 27.8%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고려하면, 세계 시장에서 BRICS의 영향력이 계속해서 확대될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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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BRICS 정상회의 개최 수개월 전부터 남아공은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그 이유인즉슨, ICC가 지난 3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올해 BRICS 의장국으로서 요하네스버그에서의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며 푸틴 대통령을 진작부터 초청한 상황이었고,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경우 ICC 회원국으로서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남아공은 이후 안팎으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았다.
남아공 제1야당인 민주동맹(Democratic Alliance; DA)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체포를 선언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가 하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진 의원 4명은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남아공이 BRICS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의 ‘무사 참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아프리카성장기회법(The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 대상국에서 남아공을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의 경제발전과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수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는 미국의 특혜무역조치이다. AGOA를 통해 남아공이 받은 혜택은 2022년에만 4천억 랜드(약 2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이번 BRICS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지난 3월부터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 대통령도 BRICS의 외연 확장이나 탈(脫)달러화 등 산적한 의제보다 그의 거취가 더 열심히 거론되는 상황을 피해야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종의 강요된 선택으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BRICS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첫 정상이 되었다.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11차 정상회의 이후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회의에 푸틴 대통령은 비대면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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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CS 외연 확대 가능성? 회원국들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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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쟁점 중 하나로 BRICS 회원국 확대 문제를 꼽을 수 있다. 2009년 첫 BRICS 정상회의 이후 BRICS 외연 확장 문제는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으며, 공식적/비공식적으로 BRICS에 가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레디 판도르(Naledi Mandisa Pandor) 남아공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23개국*이 BRICS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확대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해, 과연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BRICS 회원국 확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알제리,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바레인,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이집트,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사우리아라비아, 세네갈,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베네수엘라, 베트남
신규 가입이 유력한 국가들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UAE, 이집트,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5개국이 거론되어왔다. 여기에 이란과 튀르키예도 가입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급부상중이다.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데다, 네옴시티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 유치와 역내 안정이 절실한 사우디가 BRICS 가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BRICS 입장에선 중동 지역 양대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이 회원국이 될 경우 중동 지역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RICS가 이들 가운데 어떤 국가를 가입시킬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BRICS의 외연 확장에 대해 의견은 주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나뉘어왔다. 중국은 문호를 대폭 개방하자는 입장인 데 반해, 인도는 신규 가맹 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BRICS에 가입하려는 국가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지난해 의장국이었던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자국 영향력을 강화하려했다는 점을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이 BRICS 확대를 제안하며 내놓은 구상이 ‘BRICS+(플러스)’다. G7에 필적하는 세력을 갖기를 강력하게 원하는 중국은 유력한 국가들을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우군이 필요한 러시아도 중국의 신규 회원국 대폭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편 인도와 브라질은 사뭇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회원국을 끌어들여 BRICS를 주도하려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회원국 확대가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만 키울 것을 우려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0년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경제적 관여를 확대하고자 남아공을 BRICS 회원국으로 편입시킨 이후, 2003년 경제/외교협력을 목적으로 결성된 IBSA*의 존재 가치가 서서히 사라졌다. 2013년 열리기로 예정된 제10차 IBSA 정상회의도 여전히 무기한 연기된 채로 남아있다.
*인도(India), 브라질(Brazil), 남아공(South Africa) 3국의 경제협력체로, 국가들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명칭이 붙었다.
23일 늦은 저녁, 판도르 남아공 외교부 장관은 라디오를 통해, BRICS가 회원국 확대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BRICS가 신규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따라야 할 지침, 원칙, 절차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히며, “(합의는)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24일, 제15차 BRICS 정상회의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BRICS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6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결정을 “역사적”이라고 평했고, 화상으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나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새 가입국들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6개국은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정식 회원국 자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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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ICS 통화 도입의 실현 가능성은? “탈달러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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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의에서 BRICS 공용 통화 도입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궁금증도 컸다. BRICS 공용 통화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제14차 BRICS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운을 띄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전 세계적으로 BRICS 통화가 실제로 도입될 수 있는 것인지, BRICS 통화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견고한 달러의 경쟁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영향은 어떠할 것인지 많은 경제학자들이 앞다투어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모든 회원국의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공동 통화 도입이 실제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중론이지만*, BRICS는 공용 통화 도입을 위해 수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Fitch)는 러시아 노출을 이유로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 채권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며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그 이유로 미국 중심의 자본시장에서 BRICS가 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1년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군사협정을 체결함으로서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고, 올해 다보스 경제 포럼에서 모하메드 알자단(Mohammed Al-Jadaan) 사우디 재무부 장관이 원유수출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 외환/원유결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우마 호세프(Dilma Vana Rousseff) 브라질 전 대통령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BRICS가 설립한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다극적 국제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남아공과 브라질 통화로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BRICS가 공용 통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을 착실히 모으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The Interpreter 통신이 분석한 IMF 국제금회의(IMF World Gold Council)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만 해도 중국이 싱가포르(51.4톤), 튀르키예(45.5톤) 다음으로 많은 39.8톤에 달하는 금을 비축했고, 이어서 러시아도 31.1톤, 인도는 2.8톤의 금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다. 튀르키예도 BRICS 가입을 신청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BRICS가 점차 공용 화폐 도입 혹은 탈달러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BRICS가 구체적으로 어떤 청사진을 그릴지 궁금증이 증폭되던 가운데, 제15차 BRICS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신규 통화 도입보다는 탈달러화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그는 사전 녹화한 연설을 통해, BRICS가 회원국 간 교역에서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면서 “탈달러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BRICS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누적 점유율이 26%에 달했고 구매력 측면에선 BRICS가 세계 경제의 31%를 차지하면서 G7의 30%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탈달러화 구상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는데, 그는 “BRICS가 (달러가 아닌) 국내 통화 사용 확대를 통해 무역과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탈달러화를 넘어 신규 통화도입에 대한 생각까지 밝혔는데, 그는 트위터를 통해 “BRICS 회원국 간 무역에 사용될 화폐를 만든다면 취약성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BRICS 통화 도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정보는 없다.
BRICS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성급한 신규 통화 도입보다 탈달러화 담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탈달러화에 대한 회원국 간의 입장을 정리하고 신규 통화 도입까지 바라본다는 BRICS의 선택이, 과연 견고한 달러 패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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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의 실익(實益)외교와 BRICS의 對아프리카 확장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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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은 BRICS를 둘러싼 모든 이슈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G7이 주도하는 글로벌 국제질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세계질서가 중국이나 러시아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인도*, 국제사회가 양분되어 가는 사이 비동맹전략(Nonaligned strategy)을 지켜나가는 브라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 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중국·러시아와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아공의 심경은 복잡하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인도-태평양 지역에 만든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 회원국이기도 하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22일 열린 BRICS 비즈니스포럼과 연설을 통해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과의 관계를 회복했다”며 “BRICS는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아공은 BRICS 체제 강화가 친러·반서방 블록 형성으로 보이길 원하지 않는 눈치다. 남아공이 BRICS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AGOA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판도르 남아공 외교부 장관이 “BRICS의 회원국을 늘리는 것이 ‘친러시아’ 또는 ‘반서방’ 블록의 형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BRICS가 G7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확실히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손익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행보는 비단 남아공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니제르를 비롯한 사헬 지역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쿠데타 세력들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는 모습에서도 실익-중심적 현상이 확인된다. 소위 ‘쿠데타 벨트’로 불리는 이 지역의 쿠데타 세력은 서방의 지원에 기대는 선택을 유지하기보다, 무기제공·곡물원조** 등 즉각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길 희망하고 있다.
*비트바테르스란트(Witwatersand) 대학 치탕가(Gideon Chitanga) 연구원은 DW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이 BRICS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에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하며, “아프리카 정상들이 2023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푸틴을 사랑해서 아니라, 그들이 지켜야 하는 이익이 러시아에 있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연설에서, “(흑해곡물) 거래에 따라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총 3,280만 톤의 곡물이 수출됐지만 이중 70%는 EU를 포함한 중상위 국가에 갔고, 최빈 개발도상국에 간 것은 3%, 100만 톤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 에리트레아 6개국에 대한 2만 5,000~5만 톤 곡물 무상 지원 계획을 밝혔다.
2010년 남아공이 BRICS에 합류한 이후 십여 년이 흘렀다. 그사이 남아공은 BRICS로부터 확실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에브라힘 파텔(Ebrahim Patel) 남아공 산업통상경쟁부 장관은 올해 3월 열린 BRICS 경제회의(BRICS Economic Indaba)에서, “남아공과 다른 BRICS 회원국들 간의 무역 규모가 상당하고 특히 중국이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아공이 앞으로도 산업화 촉진, 무역/투자 증가, 경제 성장 및 실업 감소에 있어 BRICS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BRICS 결속 강화를 기대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BRICS 역시 정상회담 선언문을 통해 AfCFTA에 대한 지지를 표명과 함께, 아프리카 대륙과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산업화와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BRICS는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들 간의 무역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BRICS 체제 확대가 아프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중동/아프리카지역 국가들에게도 이로울 것으로 전망한다. 과연 이러한 믿음처럼 BRICS가 새로운 외교적 격전지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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