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을 추격하는 아프리카 제2의 채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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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중국을 추격하는 아프리카 제2의 채권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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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블룸버그 통신사는 인도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의 주요 채권국으로 부상하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인도-아프리카의 역사와 관계에 대한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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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아프리카의 관계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서기 1세기 인도와 서인도양 지역 간의 무역에 대한 기록부터 남아있으며 인도의 교역망이 이집트부터 에티오피아 악숨 제국(Kingdom of Axum)까지 퍼져 있었다. 아프리카 뿔 지역(Horn of Africa)*의 해안은 몬순의 주기적인 변화로 인도, 이집트, 로마 제국 사이의 중요한 무역로가 되었다.
*아라비아 해로 돌출되어 있는 동아프리카 반도 지역으로 코뿔소의 뿔과 닮아 있어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명명되었다. 오늘날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 우간다,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케냐 등이 이 지역에 해당된다.
지속적인 교역관계를 해오던 두 지역은 영국이 제국을 확장하던 시기 더욱 긴밀하게 연관되었다. 19세기~20세기 초에 식민 행정부에 의해 많은 인도인들이 계약 노동자 등으로 아프리카 지역으로 건너갔다. 1829년~1924년 사이 약 77만 명에 달하는 인도인이 모리셔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세이셸,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인들은 주로 사탕수수 농장(모리셔스, 남아공 등)과 케냐-우간다 철도 건설에 계약직 노동자로 동원되었다.
특히, 1860년대 남아공의 영국령 나탈(Natal) 주에 사탕수수 농장을 개발하면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에서 계약 노동자들을 대거 이주시켰다. 남아공 인도 이주 노동자들은 계약 종료 후에도 남아공에 잔류하였으나 이들과 후손들은 백인정부 하에서 유색인종으로 소외되었고 이후 ‘아파르트헤이트(1948~1949년)’로 ‘남아공 인도인’에 대한 차별이 제도적으로 강화되었다. 이는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갓 따고 1893년 남아공 나탈 주로 건너간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인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모욕을 경험하고 이듬해 인종차별 반대 투쟁단체인 ‘나탈 인도국민회의(Natal Indian Congress)’를 창설한 배경이기도 하다. 간디는 1893년부터 1915년까지 22년간 남아공에 머물며 아프리카로 이주한 인도 동포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한 바 있다.
인도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프리카에서 인도인 디아스포라가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은 남아공(156만 명)이며, 모리셔스(89만 명), 케냐(8만 명), 탄자니아(6만 명) 등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가장 수가 많은 남아공에서 전체 인구 대비 인도인의 비중은 약 2.6%에 불과하지만 모리셔스에서는 인도계 인구의 비율이 68%에 달한다. 노동자 이주가 이루어진 동남부 아프리카 지역에는 이주민들의 후손인 인도계 아프리카인의 규모가 큰 반면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부 아프리카에는 경제개방 이후 경제활동을 위해 본토에서 진출하는 인도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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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마트 간디와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같은 지도자가 이끌었던 인도의 독립 투쟁은 많은 아프리카 민족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인도가 1947년 8월 독립할 당시, 네루 당시 인도총리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호적, 협력적, 상호 건설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네루 총리는 아프리카 민족주의 운동과 비동맹운동을 장려하고 줄리어스 니에레레(Julius Nyerere, 탄자니아 독립운동가 및 초대 대통령) 및 콰메 은크루마(Kwame Nkrumah, 가나 독립운동가 및 초대 대통령)와 같은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남남 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강조했다.
인도는 1955년 4월에 인도네시아 반둥(Bandung)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Asian-African Conference)’의 주축이기도 하다. 반둥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립한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냉전의 국제정치 구도에서 중립을 선언하고 상호협력과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최초의 회합이었다. 반둥회의에서 참여국들은 ‘평화 10원칙’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반제국주의, 민족 자결, 침략 부인, 국제협력,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선언했으며 이 회의는 이후 1961년 결성된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 의 모태가 되었다.
*1961년에 유고슬라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의 창안으로 주요 강대국 블록을 거부하거나 블록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국제 조직이다. 제국주의, 식민주의 등의 외국 침략에 투쟁하고 비동맹 국가들의 독립, 주권, 안보를 보장을 주장한다. 현재는 120개 회원국과 18개 참관국이 있으며, 주요 회원국으로는 인도, 남아공, 인도네시아, 이집트, 북한 등이다. 2023년 3월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비동맹운동 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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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인도가 경제자유화 정책을 채택하고 정치적으로도 전통적 비동맹 노선에서 벗어나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다자동맹(multi-alignment), 전부동맹(all-alignment) 외교를 추진하면서 아프리카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전 총리 하에서 2008년 제1차 인도-아프리카 포럼 정상회의(India-Africa Forum Summit: IAFS)를 개최하면서 인도와 아프리카는 양측의 역사적 유대감을 확인하고 상호협력의 플랫폼을 형성했다.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서방국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과도 남남 협력을 강조하는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는 인도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인도와 국경 분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IAFS는 2008년부터 2011년, 2015년까지 총 3번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양자 상호이익과 파트너십 발전이라는 기치 하에 무역, 농업, 평화안보, ICT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특히, 2015년 개최된 제3차 정상회의는 모디 현 총리 하에 인도 뉴델리(New Delhi)에서 열렸는데 아프리카 41개국 정상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으며, 각 분야들의 협력 방안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한 자리였다고 평가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인도는 향후 5년간 아프리카 개발프로젝트에 100억 달러의 신용차관과 무상원조 6억 달러를 약속하였다. 한편, 제4회 정상회의는 2020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었으며 향후 개최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모디 총리는 2018년 우간다 의회 연설에서 인도-아프리카의 협력 원칙 중 하나로 테러리즘 퇴치와 평화 유지에 대해 언급했으며 안보 협력은 양국간의 중요한 분야로 부상했다. 인도는 탄자니아, 모리셔스, 세이셸, 마다가스카르, 남아공 등 인도양 아프리카 국가들과 해양안보 유지를 위한 협력관계를 지속해왔다.
최근 인도는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갈등 속에서도 국제 현안과 관련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동시에 글로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종종 소외되는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국제 문제의 힘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지난 1월에는 9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 앞서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Voice of Global South Summit 2023)’라는 이름의 화상회의를 개최하였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 역할을 자임하였다. 동 회의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125개국이 참여하였으며, 아프리카 48개국도 포함되었다. 당시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 지도자들을 향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2023년 G20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인도는 G20 정상들에 서한을 보내 아프리카연합(AU)에게도 유럽연합(EU)처럼 G20의 정식 회원국 지위를 부여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선순위를 G20 의제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등 아프리카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적극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을 뜻하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해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용어로 통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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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원유, 광물을 비롯한 에너지원 확보와 식량안보 해결, 그리고 인도기업의 진출 측면에서 아프리카를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인도-아프리카 간 교역도 활발한데, 2012년 273억 달러였던 인도의 대아프리카 상품수출액은 2022년 496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인도의 전 세계 수출의 1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주요 수출 품목은 석유 제품이 1위, 차량, 곡물, 의약품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도의 대아프리카 주요 수출국은 남아공,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모잠비크, 수단 등이다.
반대로 인도의 대아프리카 상품수입액은 2022년 기준으로 약 530억 달러로 아프리카의 주요 수출지이며 남아공,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모로코 등으로부터 석유(대부분 원유), 천연/양식 진주, 보석 등을 주로 수입한다. 특히,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며 국내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는 반면 수입 원유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22~2023년 국내 소비 중 수입 비중이 87.3%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인도 전체 원유 수입에서 9.3% 가량을 차치지하며 아프리카 중에서도 나이지리아산 원유 비중이 제일 크다.
지난 7월 5일 발표한 인도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42개국이 인도로부터 320억 달러(약 42조원)를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 정부가 내준 신용한도의 38%에 해당하며,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아프리카의 최대 채권국이 되었다. 또한, 인도는 아프리카 전역에 인프라 개발 등의 195개의 프로젝트를 위한 120억 달러 상당의 신용을 제공 중이다. 보스턴대학의 글로벌 개발정책센터(Boston Development Policy Center)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출금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대출한 금액이1,599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대출 이자율은 서방 국가들보다 약 4배가 높고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금액도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인도 역시 중국의 부채함정외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도는 최근 아프리카의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했으며 1996년부터 2022년 3월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739억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은 유리한 세금조건으로 조세피난처로 이용된 모리셔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남아공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인도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 올해 아프리카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30억~3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인도 기업을 위해 투자자금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아프리카와 비동맹과 반식민주의를 내세운 역사적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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