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의 불법 이주 관련 발언 논란과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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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대통령의 불법 이주 관련 발언 논란과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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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1(화) 사이에드(Kais Saied) 튀니지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에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어 아랍/이슬람 국가와 무관한 순수 아프리카 국가로 만들려는 음모이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즉각적인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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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들과 아프리카연합(AU)은 인종차별적인 혐오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AU는 공식 성명을 통해 동 대통령의 발언이 AU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국제법 및 AU 문서에서 요구하는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을 존엄하게 대우해야 하고 인종차별적 증오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세계은행 역시 동 발언을 비난하며 튀니지와의 2023-2027년 파트너십 프레임워크(Country Partnership Framework: CPF) 논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의 발언 이후 튀니지 내 이주민 대상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Africa news紙는 튀니지 내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카메룬, 차드, 수단 등 흑인 이주자에 대한 위협 및 폭력, 강도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이주자들을 위한 봉사자들과 흑인 튀니지인들까지도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불법 이주자를 대상으로 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어 수백 명이 체포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단속 과정이 비인도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봉, 말리, 코트디부아르, 기니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튀니지 내 자국민을 서둘러 귀국시키고 있다. 주 튀니지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은 자국민 1,300명의 본국 귀환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3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들의 귀국을 지원 중이다. SNS 상에서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인들을 중심으로 튀니지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25(토)에는 수백 명의 튀니지인들이 “이주자들과 연대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사이에드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들에 대해 암마르(Nabil Ammar) 튀니지 외교장관은 “아프리카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도는 없었으며, 합법적인 외국인 거주자들의 경우 보호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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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드 대통령의 발언은 작년 12월 및 금년 1월 진행된 총선의 낮은 투표율과 경제난 속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이탈리아와의 불법 이주 단속 협력 강화 역시 배경으로 지목된다.
튀니지에 거주 중인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주민 2만 1천여 명 중 7,200명은 학생이며, 5천 명은 정식 등록된 난민 및 망명신청인이다. 이외 불법 이주자들은 비자 정책이 느슨하던 과거에 노동자로 도착하여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유럽 이주를 목적으로 불법으로 튀니지에 도착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 이주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경우, 리비아나 튀니지를 기항지 삼아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으로 진입하는데, 예년에 비해 온화한 날씨 덕에 수가 늘어났다. 게다가 리비아가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이주민들은 튀니지*를 거쳐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Lampedusa) 섬으로 이동하는 루트를 선호하게 되었다(튀니지에서 람페두사 섬까지의 거리는 140km이다). 한편 2023년 1/4분기 이탈리아에 도착한 불법 이주민은 26,800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 올해 1~3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 중 58%가 튀니지를, 38%가 리비아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리비아를 거친 이주민이 51%, 튀니지가 그 뒤를 이어 31%였다.(출처: 유엔난민기구 보고서).
이에 따라 조악한 배로 지중해를 건너다 발생하는 인명 사고도 증가했다. 튀니지 동부 항구도시인 스팍스(Sfax)의 병원 시체안치소에는 시신이 수용 한도 이상으로 밀려들어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선박 사고로 사망하여 스팍스 시의 공동묘지에 묻힌 아프리카 이주민은 800명 이상에 달한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014년 이후 지중해 중부에서 선박 사고로 사망된 이주자가 2만 여명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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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야니(Antonio Tajani)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 1월 튀니지 방문 계기, 불법 이주 관련 튀니지의 협력 여부에 따라 튀니지인 대상 이탈리아 체류 비자를 증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금년 3월 이탈리아 정부는 불법 이주 대응을 위해 튀니지 내무부에 320만 유로 상당의 차량을 지원하는 예산을 승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국제구호단체 구조선의 활동 횟수를 제한하는 ‘난민구조선 규제법’을 도입하며 강도 높은 반(反) 이주 정책을 펴고 있다. 종전까지 난민구조선은 지중해에 며칠간 머무르며 난민 수백여 명을 구조할 수 있었으나, 동 법에 따라 이제는 한번 난민을 구조하면 즉시 지정된 항구로 돌아와야 한다. 아울러 구조선 운영단체는 구조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 법의 도입으로 지난 3월 국경없는의사회는 20일간의 활동 정지와 벌금을 받았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영국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후원을 받는 ‘루이즈 미셸’ 호가 규정을 어겼다는 사유로 람페두사 항구에 배를 억류하고 구출된 불법 이주자 180여명을 구금한 바 있다.
이러한 강경한 이주대응은 국가 간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23(목),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이탈리아가 난민선 구조 요청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2022.11월 이탈리아 정부는 프랑스 해상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Mediterranee)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 호의 입항 요청을 3주 가까이 거부했다. 프랑스 정부는 선박을 우선 구조하고 난민을 분산 수용*하자고 제안했으나, 멜로니 총리는 거절했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프랑스의 비판에 멜로니 총리는 “이해할 수 없으며 정당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 결국 유럽연합 12개 국가가 분산 수용, 일부 본국 송환
4.11(화) 이탈리아 당국은 전국에 불법 이주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향후 6개월 동안 지속될 이 비상사태에는 500만 유로(약 7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튀니지의 정치 문제로 튀니지인들마저 유럽으로 이주를 시도 중*이며, 튀니지가 붕괴할 경우 9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 2022년 튀니지발 불법 이주자 3만 2천명 중 1만 8천명이 튀니지인으로 집계
한편, 무수메치(Nello Musumeci) 이탈리아 해양부 장관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책임감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2022년 EU 내 무자격 입국자가 약 33만 명에 이르는 현재, 회원국들이 관리비 분담 등의 문제에 분열된 반응을 보이면서 신속한 공동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국가들 간의 이해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본질적으로 유럽행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아프리카인들의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불법 이주 문제의 단시일적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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