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의 축산업은 국가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금, 목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국가 수익의 원천이다. 말리의 축산업 문야는 주로 육류 가공업과 낙농업으로 나누어지며, 특히 낙농업의 경우 해가 갈수록 그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말리 낙농업 종사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수입산 분유와의 경쟁이다. 말리는 매 년 8천 톤 이상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 가능성은 연간 7억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생산량보다 수입량(대부분 분유)이 5배 이상이며, 이 규모는 연간 3000만~4500만 유로 수준이다.
말리 낙농업의 역사
역사적으로 말리 내 낙농업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 가공, 소비되는 필수재였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산업화가 도입되면서 낙농업의 목적은 도시 인구(대부분 유럽인)에게 유럽 기준의 유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환 되었다. 이 당시 말리의 낙농업은 전문화된 개인 농장과 국가 가공시설을 혼합한 형태였으며, 관련 동물 및 기계는 전량 유럽에서 수입되었다.
1960년 독립 이후 말리 정부는 도시에 싸고 좋은 품질의 유제품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대규모 가공시설을 국유화(대표적인 기업: Union Laitiere de Bamako, ULB)했다. 이렇게 국유화된 유제품 산업시설들은 70년대 유제품 시장을 독점했을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UNICEF), 세계은행,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중앙화 모델은 결국 현지 우유 생산 발전에 실패하였으며, 유럽 국가들에게서 분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만 해도 분유 수입은 일시적인 해결책이라고 여겨졌으나, 말리 측이 경영 관리에 실패하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해외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 말리 정부는 80~90년대 여러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시설 개선과 현지 농민 우선을 조건으로 민영화*되었다.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해외 분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민영화는 낮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현지 낙농업계 종사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 이때 대표적인 기업이던 ULB 역시 1994년 Mali-Lait로 민영화
이후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전략을 바꿔 “작은 것은 아름답다”는 슬로건 하에 소규모/영세(일일 당 25~500리터 생산) 우유 공장 및 기업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이 캠페인은 큰 성공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규모 기업들은 대도시의 유제품 수요를 맞추지 못했으며. 말리 낙농업계 내 해외수입 분유 의존도는 계속되었다.
말리 내 높은 인구 성장률과 중산층의 출현은 다양한 유제품의 수요를 촉진시켰으며, 이는 곧 낙농업계 내 투자로 이어졌다. 크게 두 가지 사업이 부상하였는데, 분유 포장, 그리고 수입 분유를 고온살균(Ultra-high-temperature, UHT)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으로 가공하는 산업이었다. 이러한 대규모 산업개발 및 투자는 수도인 바마코(Bamako)에 집중되었다.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했지만 인구성장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관련 모든 유제품 기업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수입 분유에 비해 떨어지는 현지 우유의 경쟁력
오늘날 Eurolait같은 대기업들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우유를 수입하고 있다. Eurolait는 생산량의 97%를 수입 분유로 사용하고, 3%만을 현지에서 공수한다. 수입 분유에 의존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수입 분유는 현지 생산 우유의 1/2 가격이고, 보관 및 사용 역시 훨씬 용이하다. 또한 현지 생산 우유가 지속적으로 Eurolait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현재 말리 내에는 1,500명이 넘는 생산업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이 협동조합에 가입해있으며 평균 한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우유는 일 당 3천~4천 리터 수준이다. Mali-Lait은 말리 투자자들에게 100% 소유되어 있으며 말리 내 공장 중 가장 많은 현지 생산 우유를 소비*하는 업체다. 그러나 이러한 Mali-Lait 역시 수입 분유의 경쟁력 때문에 현지 생산 우유의 소비를 더 늘리지 못하는 상태로, 전체 우유 중 3/4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바마코 인근에서 생산되는 우유 중 10~30%(12,000리터~18,000리터)를 소비
과거 유럽 우유 생산자들은 유제품의 과잉 생산, 가격 변동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였으나, 2015년 이 쿼터제가 폐지되면서 다른 판로를 찾기 시작했다. EU와의 경제협정으로 분유에 5%의 고정 수입세만 부과할 수 있는 말리는 이상적인 수출 국가였던 셈이다. 이러한 협정이 계속 되는 이상, 말리가 분유 수입을 줄이고 현지 우유 생산을 증가시키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해당 주제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본 보고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