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지속가능발전 17개 목표(SDGs) 중 하나로 목표 16번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에게 정의를 보장,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며 책임감 있고 포용적인 제도 구축”을 들며 경찰과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인들 대부분은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3월 여론조사기관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는 보고서 “인식은 나쁘고, 현실은 더욱 나쁘다: 아프리카 경찰의 광범위한 약탈 관련 시민 조사 보고서(Perceptions are bad, reality is worse: Citizens report widespread predation by African police)”를 통해 아프리카 34개국 내 경찰부패도 인식 및 신뢰도 조사 결과(2019-2021간 실시, 인터뷰 48,084건 기반)를 발표했다.
+ 아프리카 내 안전 인식도 조사 결과
우선 아프리카인들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현재 거주지역에서, 더 나아가 자택 내에서도 간간이 불안감을 느끼는 아프리카인들의 비율은 각각 47%와 39%로 이는 아프리카 내 치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 별로 거주지역 내 안전 위협을 항상/여러 번 느끼는 비율은 가봉(68%), 카메룬(65%), 잠비아(63%), 세네갈(63%), 부르키나파소(62%) 순으로 높았다. 부유층보단 빈곤층이, 저학력보단 고학력이, 고령층보단 35세 이하 젊은 연령층의 시민들이 더욱 많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러한 범죄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범죄예방 조치가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연관되는데, 응답자의 과반수(58%)가 자국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 아프리카 내 경찰 신뢰도 조사 결과
조사 대상 아프리카국가에서 경찰은 9개 핵심 정부·공공기관 중 가장 부정부패가 심한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4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자국 경찰들 “모두” 또는 “거의 모두” 부정부패에 연루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9%만이 자국 경찰을 “다소 신뢰한다” 또는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아프리카 34개국 중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탄자니아(84%)였고, 니제르(80%), 세네갈(76%)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가는 나이지리아(24%), 라이베리아(25), 가봉, 남아공(26%)이었다. 34개국의 평균 신뢰도는 49%였다.
신분확인, 절차를 생략한 조사 등 경찰관과 비자발적인 접촉은 34개국 평균 39%로, 자발적 접촉(15%)의 약 두 배가량 많았으며, 26세-35세 연령대의 고학력의 남성들이 경찰들의 주된 표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많이 호소한 국가는 에스와티니(71%)이며, 카메룬(66%), 가봉(60%), 나이지리아(47%)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있었다.
경찰 조력을 위해 뇌물을 건내본 시민들의 비율은 나이지리아가 8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경찰 신뢰도가 가장 높았던 탄자니아에서도 같은 경험을 보고한 비율이 33%에 달했고, 경찰들과의 비자발적 접촉이 높았던 에스와티니에서 뇌물 전달을 경험한 비율은 12%로 비교적 낮았다. 문제를 피하기 위해 경찰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험은 기니(75%), 나이지리아(69%), 토고(62%), 라이베리아(55%) 순으로 높았다.
+ 남아공: 저조한 경찰 신뢰, 범죄 피해 경험 및 경찰의 무력 행사에서 비롯
지난 2.28(월), 남아공 모디즈(Thandi Modise) 국방부 장관은 경찰들에 대한 남아공 국민들의 심각히 낮은 신뢰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남아공 인문학연구위원회(Human Sciences Research Council)는 남아공 통계청과 협력하여 매년 16세 이상 국민들의 범죄 및 경찰조직 인식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는데, 1998년부터 2021년까지 남아공 국민들의 경찰신뢰도 수치는 50%를 넘은 해가 없을 정도로 낮다.*
* 2014년부터 30%대를 유지해오던 신뢰도 수치는 지난 2021년 다시 27%로 하락하였다. 이는 2021.7월 당시 주마 前 대통령 수감 및 경제 불안정으로 인해 남아공에 번진 사회적 불안이 원인인 것으로 The Converstion紙는 분석했다.
The Conversation紙는 이처럼 ▲범죄 피해자 증가, ▲부정적 경찰서비스 경험, ▲경찰 조직의 비리의혹, 역량 저하, 무력, 직권남용 사례 공론화 등을 저조한 남아공 경찰신뢰도의 원인으로 분석하여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무력행사 사례는 경찰 신뢰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마리카나(Marikana) 참사가 있는데, 이는 2012년 8월 16일 백금생산 광산기업 론민(Lonmin)이 소유한 마리카나 광산에서 임금 인상 파업 시위 중이던 광부들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하여 112명(34명 사망, 78명 부상)이 사상한 대규모 유혈사태이다. 수년간 35%에서 45% 사이를 유지하던 경찰 신뢰도는 2012년도 당시 사상 최저치인 28%를 기록했다.
* 남아공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당시 론민 광산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음테트와(Nathi Mthethwa) 당시 경찰부장관에 연락해 경찰강경진압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으나 2015년 참사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라마포사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지역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 하고 있는 현상도 지역별 신뢰도수치에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9개주 중, 2020년과 2021년 간 가장 큰 신뢰도 격차를 보인 지역은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주로, 43%에서 22%로 신뢰도가 급감했다. The Conversation紙는 상기 원인으로 경찰의 조직폭력범죄 대응 실패을 지목하고, 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의 권고사항**을 인용하며 남아공 국민들이 경찰 조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곧 남아공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지표라고 강조했다.
* 안보연구소(ISS)는 아프리카의 안보, 민주주의, 인권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으로 남아공 케이프타운 및 프레토리아(Cape Town, Pretoria),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 케냐 나이로비(Nairobi)에 본부를 두고 있다.
** ▲경찰조직의 수평적 구조 개혁 ▲경찰 윤리의식 강화 ▲무력행사를 최소화하는 경찰대응조치 방침 추진 ▲무력행사 감시 및 통제 시스템 구축 ▲경찰 책임 문화 정착 추진 등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