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지역 안보현황 - 주요 국가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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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4(월) 위클리 10호에서는 투아렉인들의 역사적 분쟁, 말리정부의 거버넌스, 말리의 근본주의 확산 등 말리와 투아렉인들을 중심으로 말리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한편 말리분쟁은 국지적 분쟁을 넘어 사헬지역과 서아프리카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초국적 분쟁의 양상을 보이면서 여러 국가행위자들과 다자안보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사헬지역 안보의 주요 행위자들의 전략과 개입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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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의 바르칸 작전의 종료선언...사헬안정은 불가능한 환상이었나? 6.10일(목)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사헬 지역 프랑스주둔군의 작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발표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바르칸 작전군(Barkhane force)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프랑스는 현재 ‘바르칸 작전’(Barkhane operation)하에서 사헬 지역에 5,100명의 자국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사헬 지역의 프랑스군은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와 니제르 등 5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사헬 지역에서 이전과 같이 헌신적인 관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근본적인 개선을 시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새롭게 조직된 다국적 연합군이 사헬지역에 주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군 기지의 일부가 폐쇄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1) 프랑스는 2012년 세르발 작전(Serval Operation)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2014년 중장기 안보작전의 일환으로 바르칸 작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동 작전은 말리 지역에 지하디스트 활동을 중단시키고, 수도인 바마코를 안전하게 방어하고, 마지막으로 말리의 국토를 수호하는 3가지 핵심 목표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2) 2. 마크롱의 바르칸 작전 종료선언의 배경 하지만 지난 위클리에서도 분석하였듯이 프랑스의 지난 8년간의 직접적인 군사개입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양상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연이은 쿠데타로 인한 말리정부의 거버넌스의 위기, 지하디스트와 IS조직의 서아프리카 확산 등 분쟁이 장기화되어 갔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칸 작전을 종료하겠다는 선언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군사중심의 개입이 안보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했고 안보불안의 상황을 겪고 있는 말리사람들이 더 이상 바르칸 작전과 프랑스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 못하는 반프랑스정서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둘째는 51%의 프랑스 사람들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바르칸 작전에 비호의적이며 이런 프랑스 내의 여론의 악화는 재선을 1년 앞둔 마크롱 대통령엔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말리정부가 협상대상으로 이슬람 근본세력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에 대항하여 작전을 벌였던 프랑스 바르칸 부대와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기존 체제로는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3) 중장기적인 분쟁의 원인에 대한 해결없이 단순하게 분쟁을 억지하려는 군사적인 노력으로는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다수의 분석가들이 분쟁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비군사적인 해결책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4) 3. 프랑스 바르칸 작전의 대안은 있는가? 대안으로서의 ‘타쿠바(Takuba)’와 ‘G5’? 2020년 3월 27일 프랑스의 주도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말리, 니제르 등 유럽 및 아프리카 13개 국가대표단은 말리군과 니제르군과 함께 사헬(Sahel) 지역의 무장단체와 맞서기 위한 특수부대(TF)를 결성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프랑스 정부 주도로 신설되는 TF의 명칭은 ‘타쿠바(Takuba)’로 투아레그(Tuareg)어로 ‘검’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타쿠바가 2020년 여름까지 ‘초기작전능력(IOC)’을 갖춘 뒨 2021년 초에는 ‘작전수행능력(FOC)’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고 프랑스군은 타쿠바가 사헬 지역 정부군이 무장단체와 교전 시 지원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었습니다.5) 결국 타쿠바는 프랑스군의 보조적인 작전수행을 하는 다국적 연합군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2021년 초에 예정된 최종서명국들의 파병이 오래 동안 지연되었다가 에스토니아를 필두로 체코, 스웨덴, 이탈리아, 그리스의 군병력이 파병되었고 덴마크도 2022년 파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G5 사헬연합군(G5 Sahel Joint Force)은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아, 니제르의 군대로 결성된 연합군입니다. 사헬연합군은 창설당시 프랑스군의 합동 작전 수행을 보조하는 역할이었습니다. 현재 5000여명의 병력으로 이루어진 연합군이며 프랑스, 미국 등 주요 파트너 국가들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G5 사헬연합군은 매우 낙후된 전투장비를 갖추고 있고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아 주도적이고 독자적인 군사작전은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6) 4. 바르칸 작전종료와 프랑스의 사헬군사개입은 별개의 문제 위에 언급된 여러 이유로 프랑스정부의 바르칸 작전종료를 시작하고 있지만 이는 탈사헬의 시작이라기보다 개입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물론 프랑스는 국내 및 말리현지의 여론을 의식해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배후에서 지원하면서 전체적인 안보전략을 지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자인 디버몬트(Judd Devermont)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가 바르칸작전 병력을 철수한다고 하더라도 유럽연합(EU)이나 G5 등 다양한 체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안보에 관여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어 “프랑스는 후면에서 개입하면서 사헬지역 대테러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극단적인 경우에만 전면에 나설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7) 안보현안관련 입법활동을 해온 가시우(Thomas Gassilloud) 국회의원은 IRIS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사헬지역을 개입하거나 포기하거나 하는 양극단의 선택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며 책임성을 가지고 말리의 중장기적인 개발과 거버넌스의 개선을 위해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게(descret) 그리고 유연히(souple) 개입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9) 5. 사헬안보문제에서 서아프리카 문제로 확산되고 있어 한편 7년 동안의 바르칸 작전은 역설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군의 공격을 피해 은신처로 삼은 지역이 다시 활동거점이 되어 다른 인근지역으로 파급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특히 서아프리카 해안지역의 국가들이 이슬람근본주의세력에 노출되어 심각한 안보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을 경고하고 있습니다.10)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가나 대통령은, 프랑스 공영라디오 방송인 RFI 인터뷰를 통해, 사헬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지하디스트(jihadist) 테러단체가 가나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ECOWAS)에 속한 14개 국가들에 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11)
6.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와 경쟁하는 새로운 국가들 현재까지는 군사적이고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입장에서 프랑스가 서아프리카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 국가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주둔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과 최근 커져가는 반신식민지주의의 대중 감정과 더불어 새로운 파트너 국가들의 서아프리카 공세는 기존의 프랑스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는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의 헌법기관과 협력하는 등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12) 군사적으로도 러시아는 리비아 출신의 하프타르(Khalifa Haftar)장군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리비아 내전에 관여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잠비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군사참모들과 용병들을 파견해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차드의 데비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러시아는 차드 내에 주둔하는 프랑스군을 몰아낼 방안을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13) 중국의 경우 말리에 군병력을 파견하여 중국의 파견 기업 등을 보호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14) 중국은 G5 사헬연합군에도 4천5백만 달러의 차관도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차드, 니제르에서 유전개발, 우라늄개발 등 8천7백만 달러 상당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15) 미국의 경우, 기존의 대테러작전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인 관여에만 집중해왔으나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정비한 대아프리카 정책을 기반으로 인권, 민주주의, 반부패 등의 가치와 제도에 근거한(rule based approach) 포괄적인 서아프리카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16) 한편, 서아프리카 전반의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재원이 부족하다고 국무성보고서는 지적하면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및 사헬지역의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17) 말리분쟁의 핵심 인접국가인 알제리의 경우도 부테플리카(Abdelaziz Bouteflika) 전대통령이 오랜동안 불개입의 정책을 고수해왔지만 테분(Abdelmadjid Tebboune) 신임 대통령은 사헬지역에서 외교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찾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지역안보현안에 대한 참여와 군사개입을 위한 방법으로 유엔, 아프리카연합, 아랍리그를 통한 다자주의적 개입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테분 대통령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친분이 깊어 프랑스가 직접 개입을 하지 않을 경우 알제리가 주요한 군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프랑스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리사태에 알제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실제적인 이익이 없고 알제리의 일반 여론이 아직 반신민지주의 및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프랑스와의 밀월관계에 매우 비판적인 현실입니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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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프랑스의 바르칸 작전의 중단은 사헬지역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리분쟁의 중장기적 문제(거버넌스, 종족 간 화해, 사회경제문제해결 등)를 해결하는 근본방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서아프리카로 퍼져가는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리즘의 문제도 몇몇 국가들만의 주도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하고 초국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 경제, 사회문제 모두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며 국가와 지역협의체나 국제기구 등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모두가 같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합니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으로 서아프리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1) 마크롱 佛 대통령, 사헬지역 프랑스주둔군 전면개혁 발표, 아프리카 투데이 2021년 6월 11일자 기사 2) Le bilan tres incertain de huit ans de guerre au Sahel, Le Monde, 6월 11자 기사 (링크)
3) Bruno Clement-Bollee, Apres Barkhane, quel avenir pour le Sahel ?, IRIS, 2021년 3월 23일 인터뷰기사 (링크) 4) ≪ Pour preparer l’apres-“Barkhane”, la France doit etre davantage a l’ecoute des societes civiles au Sahel ≫, Le Monde, 2021년 6월 23일자 논설 (링크) 5) 佛 포함 유럽·아프리카 13개국, 사헬 지역 전담 특수부대 ‘타쿠바’ 결성, 아프리카 투데이 2020년 4월 1일자 기사
6)≪ Takuba ≫, l’embryon d’une force europeenne, Le Monde, 2021년 6월 11일자 기사 (링크) 8) Le bilan tres incertain de huit ans de guerre au Sahel, Le Monde, 6월 11자 기사 (링크) 9) Tomas Gassilloud, L’avenir de la France au Sahel : ≪ Rester autrement ≫, IRIS, 2021년 4월 12일 인터뷰 (링크) 10) Judd Devermont, False Choices, US Policy toward Coastal West Africa and the Sahel, CSIS Briefs, June 2021. (링크) 12) Judd Devermont, False Choices, US Policy toward Coastal West Africa and the Sahel, CSIS Briefs, June 2021. (링크)
14) Gisela Grieger, “China’s growing role as a security actor in Africa,”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October 2019 (링크) 15) “G5 Sahel: Niger transfers presidency to Burkina Faso,” West Africa Brief, February 5, 2019 (링크) 16) Judd Devermont, False Choices, US Policy toward Coastal West Africa and the Sahel, CSIS Briefs, June 2021(링크) 17) Office of Inspector General, U.S. Department of State, Inspection of the Bureau of African Affairs (Washington DC: U.S. Department of State), October 2017 (링크) 18) L’Algerie veut restaurer son role de puissance regionale, Le Monde, 2021년 6월 12일자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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