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1 [아프로⑩] 중동·아프리카 법률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다- 김현종 MEA로펌 대표변호사 [월드코리안뉴스]
관리자 / 2021-07-01 오후 1:48:00 / 2127김현종 변호사는 중동·아프리카 진출 대한민국 1호 변호사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의 지역법무팀장으로 5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두바이사무소 경력 2년을 거쳐 현재는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 ME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발생하는 수많은 위기와 갈등을 해결하며 현지 전문 한국인 변호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무수한 도전의 기회가 있는 가능성의 땅이다.
도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두바이는 ‘다른 삶’에 대한 비전으로 선택한 땅이었다.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결혼을 했지만 서른 살 넘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던 나는 일반사병으로 군대 복무를 하게 됐다. 이때 앞으로의 삶에 대한 비전으로 다가온 것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제대 후 다시 복귀한 사법연수원에는 이슬람법학회가 생겨 있었다. 나의 고민을 잘 아시던 이슬람법학회의 지도교수께서 LG전자 두바이에서의 실무 수습을 제안했고, 선뜻 그 기회를 붙잡았다. 2달간의 실무 수습 기간, 다들 척박하다고 하는 두바이의 환경이 내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2009년 당시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 150개 정도였지만 한국인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국내 법률가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결코 작지 않음을 파악했다. 현지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LG라는 한국기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점 역시 중동·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수원 과정을 수료하던 시기, 운 좋게도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넓히려는 LG전자가 두바이에 중동·아프리카 지역법무팀을 만들면서 내게 기회가 왔다. 현지 법무팀장직이었다. 이미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시장분석도 어느 정도 되어 있었고,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도 모두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 영어였다. 당시 외국을 나가본 경험이라고는 신혼여행으로 필리핀을 가본 것이 전부였다. 업무 초반에는 계약서 2장 보는 데 2시간씩 걸리며 끙끙댔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6개월 정도 지나자 조금 숨통이 트였고, 3년 정도 후에는 영어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었다. 부족한 언어 실력은 법무 영역의 전문성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사항이었다.
LG전자 사내 법무팀장으로 두바이에서의 업무 강도는 매우 높았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79개국을 관할국으로 30개국에 있는 법인이나 지사를 관리해야 했다. 물론 전부 혼자서 할 수 없기에 초창기 주요한 업무로 조직화에 힘썼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터키, 알제리 등 시장 규모가 큰 지역에는 국가별로 담당 변호사들을 채용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주요사건들에 대해서만 두바이에 있는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법무팀장으로서의 역할은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슈 중 가장 결정적인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장의 상황을 직접 보고 대면을 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았다.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CIA World Factbook의 국가정보를 달달 외웠다. 현지 정보를 파악하면 발생한 문제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5년간 일하는 동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거시적인 그림은 충분히 그려 놓은 상태였다. 법률가로서 조금 더 실제적인 법무를 수행하려면 로펌 경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마침 법무법인 태평양과 중동 진출가능성을 협의했고, 아시아 최초로 두바이에 사무소를 차린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2년 반 동안 활동하게 됐다. 로펌에서의 업무는 사내변호사의 업무와 범위가 다르다.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에 진출한 기업과 관련해서는 주로 건설 플랜트 사업이 많아 해당 분야의 자문을 맡았고, 한국 기업의 시장조사와 투자나 진출 시 사업화 분석 및 자문 업무를 많이 담당했다.
중동·아프리카 법률시장의 특징 및 가능성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로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딪히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해왔다.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 분야는 크게 자원개발이나 플랜트 사업, 소비재 사업, 무역업 정도로 볼 수 있다. 공사 지연이나 클레임 대응, 에이전트와의 계약 해지로 인한 갈등, 채권 사고 등이 주로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 아프리카 지역은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어려움들이 제법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패로 인해, 사법 처리 과정에서도 실제 규정이나 법령과 다르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특징은 우리 기업이 상대하는 현지기업의 주체가 대부분 현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나이지리아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인이 CEO거나 사업의 실질적 경영권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업 초기의 시장조사 단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소위 말하는 ‘먹튀’ 사례도 태반이다.
실제 운영과정에서 법률과 현실의 괴리가 있지만, 식민지배의 영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영국, 프랑스 등의 법제를 기반으로 한 법률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률 관련 업무 및 운영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사업가들은 협상의 달인들이다. 단순히 협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가족경영 형식이다 보니, 일정 기간 후 담당자가 로테이션 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협상의 물꼬를 트더라도 3~4년 후 새로운 담당자에게 다른 소리를 하는 것도 경험했다. 최악의 경우 소송에 17년~20년이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