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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위클리(2025-36호): 성지에서 리조트로? 이집트 시나이 개발을 둘러싼 논쟁

관리자 / 2025-09-26 오후 1:12:00 / 276
2021년 11월, 이집트 정부는 시나이(Sinai) 반도의 주요 관광 명소를 개발하기 위한 ‘위대한 변모(
No.36(2025.09.26.)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성지에서 리조트로? 이집트 시나이 개발을 둘러싼 논쟁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 현장을 점검하는 무스타파 마드불리(Mostafa Madbouli) 이집트 총리
2021년 11월, 이집트 정부는 시나이(Sinai) 반도의 주요 관광 명소를 개발하기 위한 ‘위대한 변모(Great Transfiguration)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했다. 세인트 캐서린 국제공항(St. Catherine International Airport) 확장, 리조트 건설, 도로 정비를 핵심으로 하는 이 사업은 성지 순례 수요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동시에 성 카타리나 수도원(St. Catherine's Monastery)의 종교적 자유 및 권리 침해, 원주민 제벨레야(Jebeliya) 사람들의 생존권 침해와 같은 우려가 제기되며 종교·사회·문화적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반복되는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화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관광 산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해관계자 간 충돌은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난제로 보인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시나이 반도의 종교·역사적 의미,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그리고 이를 둘러싼 종교·사회문화적 논란과 이집트 정부의 입장을 살펴본다.
+ 종교적 성지, 시나이
이집트 북동부의 시나이 반도 남부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모두에서 성지로 여겨지는 시나이 산(히브리어: Har Sinay, 아랍어: Jabal Musa, “모세의 산”)이 자리한다. 아랍어 명칭으로 “모세의 산”이라 할 만큼 시나이 산은 성경 속 모세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이라고도 불리던 히브리 민족은 이집트에서 노예 신분에 속해 있었는데, 같은 히브리인이면서도 이집트 궁정에서 자란 모세는 어느 날 시나이 산을 지나던 중 불타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를 목격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 이집트 시나이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카시아과의 키가 작은 관목

히브리 민족의 탈출과 홍해의 기적(홍해가 반으로 갈라지며 히브리 민족의 탈출에 결정적 도움을 준 사건) 이후 모세는 또 다시 시나이 산에 올랐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받았다. 기독교에서 ‘십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율법은 이후 히브리 민족의 헌법적 기초로 기능하며 생활 방식, 식습관, 법적 절차와 예배 규례를 규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시나이 산은 히브리 민족의 정체성이 형성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 신앙을 공유하는 기독교와 이슬람에서도 영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기독교의 여러 교파 중 하나인 그리스정교회는 6세기 중반 불타는 떨기나무의 터라고 전해지는 시나이 산 기슭에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건립했다. 이곳은 현재까지도 그리스정교회 수도사들이 관리하며, 전 세계 정교회 신자들에게 중요한 순례지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에서도 이곳을 모세가 하나님과 대화한 축복된 장소로 여기며 수도원 옆에 모스크를 세우는 등 종교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시나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시나이 산
ⓒ NordNordWest,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란?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는 성 카타리나 수도원 일대를 중심으로 한 국가 개발 사업을 말한다. 이집트 주택·상하수도·도시공동체부(Ministry of Housing, Utilities & Urban Communities: MoHUUC)와 남시나이 주정부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이 지역을 영적 관광을 위한 세계적 목적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다.

① 세인트 캐서린 국제 공항 확장
② 산악 관광 리조트 건설
③ 친환경 생태 숙박시설(에코 로지) 조성
④ 방문자 센터 및 행정 단지 신설
⑤ 평화 광장 및 주요 건물* 조성
⑥ 도시 경관 정비
⑦ 행정·치안·시민·관광 인프라 개선
⑧ 베두인(Bedouin)** 주거지 정비
⑨ 홍수 통제 및 방재 시설 마련

* 1만2천㎡ 규모로 야외 행사 공간, 박물관, 극장, 회의장, 카페테리아, 회의실 등을 갖출 예정
** 중동 사막에서 오랜 세월 유목 생활을 이어온 아랍인

이집트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모세의 길(Moses’ Path)’ 보행로를 숙박시설과 연결해 수도원 접근성을 높이고, 순례객의 편의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전 세계와 모든 종교에 대한 이집트의 선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2026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 수도원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
그러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이집트 남시나이 주 법원이 성 카타리나 수도원의 부지를 국가 소유로 판결하며 종교적 측면에서의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수도원이 위치한 부지와 그 주변 종교·고고학적 유적지에 대해 수도원에는 사용권만을 인정했는데, 이는 국가가 해당 부지에 대한 더 큰 통제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관광 개발을 보다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곧 종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그리스정교회의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 그리스-이집트 간 외교적 긴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집트 외무장관 바드르 압델라티(Badr Abdelaaty)는 그리스 외무장관 게오르고스 게라페트리티스(Giorgos Gerapetritis)와의 회담을 통해 “정교회 소속의 역사적인 성 카타리나 수도원의 영적·종교적 가치를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이 해당 판결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국가 개입 가능성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에 수도원 측은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자체적으로 폐쇄하며 항의 의사를 표했다. 아울러 이집트 내 인권단체인 ‘이집트 인권 이니셔티브(Egyptian Initiative for Personal Rights: EIPR)’는 성명을 통해 수도원과 그 부지의 소유권을 그리스 정교회에 보장할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 개발로 인한 사회문화적 충돌
다른 한편에서는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가 시나이 산 주변에 오래 전부터 거주해온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베두인의 한 갈래로 아랍어로 ‘산의 사람들’이라 뜻하는 제벨레야인들은 로마 제국 당시 기독교 군인들의 후손으로서, 6세기부터 비잔틴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명령으로 이곳에 정착하여 수도사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이 제벨레야인들의 대다수는 무슬림이지만, 수도원과 주변 산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로 생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제벨레야 사람들은 주거지 철거, 수백 년 된 공동묘지의 이장, 관광업 중단 등을 겪었다.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였던 지난 2021년, 제벨레야인들의 공동묘지가 수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묘지로 옮겨졌으며 해당 부지는 주차장으로 포장되었다. 일부 주민들은 집과 모스크까지 철거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2024년 11월에는 제벨레야안들이 오랜 기간 운영해오던 시나이 산악 트레일이 이집트 당국에 의해 허가가 중단되며 폐쇄되었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가 나서 2023년 공식 결정문(SOC 2023)을 통해 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 HIA)*가 제출될 때까지 추가적인 개발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관광 및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들이 보존 계획과 방문객 관리 계획 측면에서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있으며, 도로 건설 계획 등으로 인한 고대 무덤의 철거가 OUV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제안된 개발이 유산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그 영향이 부정적일 경우 부정적 효과를 감소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완화조치를 제안하는 관리도구
** 문화적 또는 자연적 중요성이 탁월하여,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걸쳐 전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
+ 경제 회복의 열쇠로 본 관광 개발
이집트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경제적 필요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펜데믹과 러-우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하려면 관광업 육성이 절실하다. 관광업은 이집트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둥 중 하나인데, 유엔세계관광기구(UN Tourism)에 따르면 이집트의 2024년 국제 관광 수입은 약 153억 달러로 수에즈 운하(약 40억 달러) 수입과 해외 노동자 송금(약 263억 달러)과 함께 이집트의 3대 외화 수입원으로써 자리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침체된 이집트의 관광 수입이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4년에는 관광객 수 1,700만 명을 돌파하여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집트 정부는 향후 2028년까지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라스 엘 헤크마(Ras El Hekma)’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350억 달러를 유치하며 이집트의 외환 위기가 해소 국면으로 전환되는 데 기여했다. 향후에도 단계적으로 총 1,500억 달러의 투자를 성사시켜 연간 4,000만~5,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 카이로 북서쪽 350km 지점에 있는 지중해 휴향지인 ‘라스 엘 헤크마’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

‘위대한 변모’ 프로젝트는 시나이 반도의 종교적 상징성으로 인해 전 세계로부터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침체된 경제를 회복할 국가적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집트 정부는 유네스코 기준 준수와 종교 유산 보호 등을 약속하며 비판을 잠재우려 하지만, 성 카타리나 수도원의 역사적·종교적 가치와 제벨리야인의 공동체적 삶, 그리고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문화유산 보존 원칙과 맞물리며 복잡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의 법원 판결과 수도원의 항의,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이러한 긴장이 단순한 개발 논리를 넘어 종교적 자유, 문화적 권리, 국제적 신뢰 문제와 직결됨을 보여준다. 앞으로 시나이 반도 개발이 관광 활성화와 지역 정체성 보존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갈지, 그리고 국제사회와 이집트 정부가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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