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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위클리(2025-29호): 페르시아의 작은 거인, 카타르의 대(對)아프리카 외교전선

관리자 / 2025-08-01 오전 10:40:00 / 84
2025년 3월, 카타르 도하(Doha)에서 콩고민주공화국(DRC)과 르완다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어
No.29(2025.08.01.)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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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작은 거인, 카타르의 대(對)아프리카 외교전선

[사진] 2025년 7월 19일, 모하메드 빈 압둘아지즈 빈 살레 알쿨라이피(Mohammed bin Abdulaziz bin Saleh Al-Khulaifi, 카타르 외교국무장관)의 중재 아래 콩고민주공화국 대외특별대표 숨부 시타 맘부(Sumbu Sita Mambu)와 M23 반군 대표 벤자민 므보님파(Benjamin Mbonimpa)가 ‘원칙 선언서(Declaration of Principles)’에 서명하고 있다.
ⓒ Doha News, DRC, M23 Group Agree on Peace Principles in Qatar, Facilitated Historic Deal
2025년 3월, 카타르 도하(Doha)에서 콩고민주공화국(DRC)과 르완다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어 7월에는 카타르와 미국의 중재 아래 DRC 정부와 반군 M23*이 영구적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DRC의 통치력 회복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과 구체적인 이행 시한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은 도하 협정을 “대호수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주요 이정표”라고 환영했다. 과거 AU가 DRC 위기 중재에서 거둔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나온 이번 지지는 주목할 만하다. 

*DRC 동부에서 활동하는 무장 단체로,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안보 불안을 야기해왔다.
**르완다, 부룬디, 우간다, DRC 등이 포함되는 지역으로 인접한 호수들이 형성한 복합지대를 의미한다.

이처럼 카타르는 상대적 중립성과 신속한 실행력을 통해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새로운 소프트파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의 구식민종주국들에 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역사적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적고, 전통적 강대국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이 부족한 카타르가 어떻게 아프리카 역내외에서 신뢰 받는 중재자가 되었을까? 이번 위클리에서는 평화중재와 경제협력을 아우르는 카타르의 대(對)아프리카 전략과, 그 전략이 갖는 외교적 시사점을 분석한다.
+ 도하가 중재의 중심이 된 이유
카타르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한 글로벌 중재 외교의 허브로 부상한 배경에는 전략적 위치와 체계화된 국정철학이 있다. 특히 수도 도하는 지난 10년간 국제 분쟁 당사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협상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탈레반-미국 평화 협정*, 수단 군정 협상**, 그리고 이란-서방 핵 협상***과 같이 다수의 민감한 분쟁 협상이 도하에서 이루어졌다. 

*2020년 2월 도하에서 체결된 협정으로,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반테러 약속을 포함하여 아프가니스탄 내전 종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2023년 9월 도하에서 수단 군사정권과 정치 세력이 협상을 논의한 외교적 중재 시도로, 과도 정부 구성 및 폭력 완화를 목표로 진행되었다.
***2021년 4월 빈(Vienna)에서 시작된 독일,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가 참여한 협상 그룹과 이란 간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여러 차례 재개·중단을 거쳤으며, 2022년 6월부터는 도하에서 EU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회담이 열렸다.

이는 아프리카 역내 분쟁에도 적용된다. 최근 도하에서 열린 DRC와 르완다 간 정상회담은 기존 서방 중심의 중재 구도에서 벗어난 ‘제3의 공간’을 제공했고, 7월에는 미국과 함께 DRC-M23 반군 간 영구 휴전 협정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같은 외교 공간 구축은 지정학적 중립성 때문만은 아니다. 천연가스와 석유를 바탕으로 조성된 4,6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 QIA)*을 통한 자금력, 소규모 정예 외교팀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그리고 왕실 주도의 일관된 국가전략을 통해 카타르는 중재 외교 실행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Tamim bin Hamad Al Thani) 국왕과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Sheikh Mohammed Al Thani)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외교 리더십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중재 요청을 직접 조율하며, 도하를 국제적 협상 테이블의 기본값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결국 도하가 아프리카를 포함한 국제 분쟁의 중재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의도적으로 형성한 평화적 위상의 결과라 볼 수 있다.

*2005년 설립된 세계 10위권 국부펀드로, 카타르의 해외 투자 및 경제력 확대의 핵심 기반이다.
+ 항공·물류 외교의 실체
카타르의 대아프리카 전략은 항공 및 물류 인프라를 매개로 한 파트너십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르완다와의 항공 협력이다. 2019년, 카타르항공은 르완다에어(Rwand Air)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이후 부게세라(Bugesera) 신국제공항 프로젝트에도 60%의 자본을 투자하며 르완다 항공산업의 공동개발 파트너로 나섰다. 이 투자는 경제적 목적을 넘어 아프리카 내 ‘항공 허브’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부게세라 신국제공항은 2028년 1차 완공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로, 완공 시 르완다는 동부 및 중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핵심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르완다개발위원회(Rwanda Development Board)에 따르면 공항은 2032년 전체 2차 완공 시 연간 1,4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확장은 카타르의 도하공항과 르완다의 키갈리(Kigali)를 연결하는 이중 허브 체계를 구현하여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카타르항공의 아프리카 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 더 나아가 카타르는 단순한 자본 투자자가 아니라 ‘공동 운영 파트너’로 더욱 참여하고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장기적 협력 기반을 구축한다.

이러한 항공 및 물류 협력은 카타르의 전략적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기술 및 인프라 공유 기반의 비군사적 진출을 선호하는 카타르의 외교 모델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고, 지속 가능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 
+ ‘알자지라’와 내러티브 전쟁
카타르의 대아프리카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 중 하나는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 알자지라(Al Jazeera)*를 활용한 내러티브 전쟁(Narrative Warfare)**이다. 알자지라는 서방 미디어가 주도해온 국제 뉴스 흐름 속에서 비서구적 시각을 전파하는 대안적 서사 생산자로서 카타르의 전략적 도구로 기능해 왔다. 1996년 BBC 아랍어 서비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력으로 중단된 후, BBC 아랍어 전직 기자 약 150명을 영입하며 출범한 알자지라는, 초기부터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여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국제 여론 형성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1996년 설립된 카타르 국영 미디어 네트워크
**정보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특정 국가의 시각을 국제 여론에 반영하고 기존 담론 질서를 재편하는 경쟁

2006년 개국한 알자지라 영어(Al Jazeera English, AJE)는 아프리카 5개국*에 사무소와 특파원을 배치하여 서방 방송사가 간과한 현지 보도 인프라를 확보했다. AJE는 출범 첫날부터 수단 다르푸르(Darfur), DRC, 소말리아 등 분쟁 지역 보도를 포함했고, 이후 수단 내전, 에티오피아-티그라이 분쟁, 콩고 동부 위기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서방 중심 담론에 가려진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인권 문제를 전면화했다. 또한, ‘Africa Investigates’와 같은 탐사보도 시리즈는 아프리카 현지 기자들이 부패, 인권 침해, 구조적 문제를 직접 취재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부의 시각을 국제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보도는 국제 여론을 재구성할 뿐 아니라 알자지라를 출범시킨 카타르가 인권·평화 지향적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케냐 나이로비(Nairobi), 코트디부아르 아비장(Abidjan),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이집트 카이로(Cairo), 짐바브웨 하라레(Harare)

결과적으로 알자지라는 단순한 뉴스 채널을 넘어, 카타르 외교의 핵심 내러티브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서방 중심 미디어 질서를 흔들며 비서구적 시각을 전파하고, 이를 통해 카타르가 원하는 ‘중재자’라는 외교적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고 있다.
+ 카타르의 차별화 전략과 한국 외교정책에의 시사점
카타르의 대아프리카 전략은 중재 외교, 소프트 파워, 경제 협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같은 걸프권 국가인 UAE와의 대비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걸프 국가들은 막대한 석유 수익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사헬(Sahel) 및 뿔(Horn)* 지역에 대한 원조와 투자를 확대해왔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물류·항만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하드파워(hard power) 중심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카타르는 체계화된 외교 전략, 르완다에어 인수 및 부게세라 신국제공항 투자와 같은 경제 협력, 그리고 알자지라를 통한 내러티브 형성을 결합해 독자적인 외교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에 위치한 반도지역으로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을 포함한다. 
**UAE는 소말리아 북부의 자치 지역인 소말릴란드(Somaliland)의 베르베라항(Port of Berbera) 운영권을 확보하며 홍해?인도양 해상 무역로에서 전략적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2016년 두바이 기반 항만 운영사 DP World가 약 4억 4천만 달러를 투자해 30년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이후 에티오피아와 항만-내륙 무역로 구축을 위한 협력이 진행됐다. 2024년에는 에티오피아가 베르베라항 사용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소말릴란드 독립을 장기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소말리아 정부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이러한 카타르의 행보는 중견국으로서의 외교가 반드시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신뢰와 내러티브, 그리고 선택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충분히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이 ‘원조가 아닌 비즈니스(Trade, not aid)’를 기조로 상업 외교를 추진하며 중재와 투자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을 시험하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또한, 국가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중요성도 드러난다. 카타르는 ‘평화와 협력의 중견국’이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강화하며 외교적 신뢰를 쌓아왔다. 국가 브랜드 지수(Nation Brands Index, NBI)*를 개발한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는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같이, 국가 브랜드 역시 거대한 성장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 평판 지표, 정부·국제기구·기업이 전략 수립 시 참고하는 공신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 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카타르 사례가 보여주듯, 국가 이미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외교, 개발협력, 문화 교류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는 노력이 장기적으로 외교적 자산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특정 국가만의 전략을 넘어, 오늘날 국제 관계에서 신뢰와 내러티브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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