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역의 디지털 전환
아프리카의 디지털 역사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시작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나이지리아 등 국가들을 필두로 수백만 명이 컴퓨터보다도 휴대폰을 먼저 구매했다. 2007년 해저 광케이블 설치로 말미암아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모바일 기술은 전통적인 인프라를 변화시켜 케냐 등지에서 세계 최초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M-페사(M-Pesa)와 같은 서비스들이 빠르게 대중화됐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 중 4억 9,500만 명 이상이 모바일 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약 4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비록 늦은 시작이었지만 디지털 물결에 따라 금융, 농업, 교육, 행정, 사회생활이 크게 변모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변화는 아프리카인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 나타났다. SNS 플랫폼은 정치 참여, 시민 참여, 문화적 표현의 중심이 됐다. 시골 마을에서는 태양광 램프, 라디오, 스마트폰이 학습 도구로 자리 잡았다. 수백만 아프리카인에게 있어 기술은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 가시성과 목소리, 그리고 권리 신장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교육의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말라위 학생과 대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라디오를 사용해 매일 송출되는 공영방송 수학 프로그램을 청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교육 격차가 드러나고 악화됐으며, 학교가 문을 닫았고, 각국 정부와 지역사회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대다수가 가정이나 마을에서 전기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었음에도 이러한 대안들은 혼란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선생님 역할을 했다.
탄자니아에서는 우봉고(Ubongo)가 현지어로 제작된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2,400만 가구 이상에 송출한다. 케냐에서는 에네자에듀케이션(Eneza Education)이 SMS와 비정형 보충 통신 서비스(Unstructured Supplementary Service Data, USSD)를 이용해 학습자들에게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제공한다. 말라위에서는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가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 협력해 전국적으로 교육방송을 송출하며, 교사들은 학습자료를 출력해 교육 소외 지역이나 농촌 지역에 배포한다.
최근 디지털 교육은 비상대응을 넘어 전략적 개발 계획으로 확장되고 있다. 르완다,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부는 교육과정 디지털화, 기기 배포, 교사 교육 등을 포함한 디지털 학습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근 들어 디지털 교육 중요해진 이유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이다. 전통적인 교육 인프라만으로는 이 급증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없으며, 디지털 교육은 코딩,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헤쳐나가는 데 필수적인 기술을 전수한다. 또한,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시골지역, 장애인, 취약계층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포용성과 평등성을 보장한다.
아프리카의 에드테크(EdTech) 붐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큰 제약이 여럿 존재한다. 인프라 격차가 주요 장애물로 남아 있으며, 많은 가구가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필수적인 디지털 기기를 갖추지 못해 온라인 학습을 활용하기가 어렵다. 높은 데이터 비용도 심각한 난항이다. 또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디지털 교수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교실에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난항들의 근본원인은 정책 및 자금 지원의 부족으로, 많은 에드테크 프로젝트가 일관된 공공 투자와 통합적인 전략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크 아프리카 이니셔티브(TAI)
청년 주도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은 테크 아프리카 이니셔티브(Tech Africa Initiative, TAI)다. 2022년에 출범한 TAI는 아프리카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 기술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혁신 교육, 자금 지원, 멘토링을 제공하는 다국적 프로그램이다. TAI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는 18~30세 교육기업가들이 소외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확장성 있는 에드테크 툴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유스에드 펠로우십(YouthEd Fellowship)’이 있다.
TAI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는 모잠비크의 태양광 모바일 학습 센터, 잠비아의 드론 조림(造林) 프로그램, 말라위의 정신건강 챗봇 등이 있다. 또한, TAI는 정부, 비정부기구(NGO), 대학과 협력해 학교와 교사 양성기관에서 디지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장기적인 기관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AI 부상
AI 시대에 진입한 말라위는 AI를 통한 개발 촉진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 주도의 디지털 전환은 보건, 농업,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말라위 고유의 난항을 해결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시골지역 클리닉을 중심으로 진단 및 질병감시를 개선하는 용도로 AI 기술이 시험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모바일헬스 플랫폼은 환자 데이터와 증상을 분석해 가능한 진단 결과를 제안하거나 응급처치가 필요한 임상사례를 지시할 수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정밀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AI 기반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위성사진, 기상 데이터, 머신러닝을 결합한 AI 농업 플랫폼은 농민들에게 작물 관리, 해충 방제, 기후변화 적응 전략에 대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해 수확량과 식량안보를 개선한다.
그러나 AI 통합의 길에도 난관은 존재한다. 주된 장애물로는 제한적인 디지털 인프라, 데이터 부족, AI 전문인력 부족, 개인정보 보호 및 편향성에 관련된 윤리적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말라위는 AI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는 전략적 투자, 강력한 리더십, 민관협력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 혁신, 기업가 지원, 포용적 성장 촉진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핀테크
성인 중 57%가 은행 계좌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핀테크(FinTech)는 게임 체인처로 등장했다. 케냐의 M-페사, 우간다의 치퍼캐시(Chipper Cash), 나이지리아의 쿠다뱅크(Kuda Bank)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수백만 명이 휴대폰만 있어도 저축, 대출,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됐다.
말라위의 핀테크 산업은 금융서비스의 접근성, 가격 적정성, 편리성, 안전성을 개선해 말라위 국내 금융환경을 점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말라위 중앙은행은 국가 결제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은행·모바일 결제 플랫폼·ATM 간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거래를 더욱 간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핀테크는 소외된 시골지역에서 금융환경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잠재력이 크다.
아그리테크
말라위의 농업 부문에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말라위서 아그리테크(AgriTech, 농업 관련 디지털 기술)는 생산성을 향상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개선하고, 시장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농민 데이터의 디지털화다. 국가 농민 인구조사 및 지오매핑(Geo-Mapping)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에서는 농민 등록, 농지 매핑, 디지털 프로필 생성 등에 있어 모바일 기술과 위성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정부기관과 개발 파트너는 보조금, 기술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 측면에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은 농민들이 기상 예보, 시장 가격, 농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여전히 난항은 존재한다. 많은 농촌 지역에 인터넷 보급이 제한적이며, 고령 농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인프라 투자, 정책 지원, 역량 계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말라위의 디지털 농업은 식량안보 강화, 일자리 창출, 기후변화 대응 개선에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디지털 전환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TAI가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해방하고 회복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미래는 단순한 ‘디지털’을 넘어 혁신 그 자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