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집트와 프랑스는 홍해 인근 라스 슈케이르(Ras Shukeir) 지역에 대규모 친환경 수소 생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
아프리카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능성과 도전 과제 |
지난 4월, 이집트와 프랑스는 홍해 인근 라스 슈케이르(Ras Shukeir) 지역에 대규모 친환경 수소 생산 시설을 개발하기 위한 7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집트는 2024년 8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국가 저탄소 수소 전략(National Strategy for Low-Carbon Hydrogen)’을 발표하며, 2040년까지 전 세계 수소 시장의 5~8%를 점유해 친환경 에너지 중심지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이집트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 에너지 상공회의소(African Energy Chamber)는 2025 아프리카 에너지 전망 보고서(The State of the African Energy 2025 Outlook Report)에서, 아프리카의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현재 약 27%에서 2030년까지 43%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높은 일사량과 안정적인 풍속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자랑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연간 100만 테라와트시(TWh) 이상의 태양광 발전 잠재력과 10만 TWh 이상의 풍력 발전 및 1,500TWh의 수력 발전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프리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매력도 또한 상승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송전망 운영회사 테르나(Terna)와 UAE의 최대 석유회사 ADNOC, 한국의 삼성중공업 등 많은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
+아프리카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는? |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는 △아프리카의 심각한 전력난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 △풍부한 재생에너지원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수억 명의 인구는 여전히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고, 발전 시설이 노후화되어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에 따른 결과다. 대표적 사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 전력기업 에스콤(Eskom)을 들 수 있다. 에스콤은 경영난으로 인해 인프라 투자 수준이 낮아지고 발전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결국 2023년에는 연중 320일 동안 전력망 장애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전력 공급 문제를 겪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며, ‘신재생에너지 독립 발전사업자 조달 프로그램(REIPPPP)*’을 통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 남아공 정부가 민간 부문 투자를 유치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경쟁적 조달 프로그램이다. 2024년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REIPPPP를 통해 총 6,422MW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보했으며, 현재 7차 입찰이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8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전력 공급 문제 해결에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설비 및 발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남아공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과 신속한 행정 절차를 통해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
아프리카 경제 구조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는 점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은 아프리카 GDP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농업에 관한 인프라와 기술력이 부족하기에,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맹점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에 타격을 입는다면, 이는 곧바로 기아와 빈곤층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2023년 9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첫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Africa Climate Summit)에서 아프리카 20개국 대표단이 모여 아프리카를 재생에너지 개발의 허브로 육성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은 나이로비 선언(Nairobi Declaration)을 발표하기도 했다. |
또한 아프리카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원 덕분에 에너지 전환이 용이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 세계 태양광 자원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5,000메가톤의 수소를 킬로그램(kg)당 2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도 매장돼 있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견된 천연가스의 약 40%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온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아프리카 16개국에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며 이 국가들은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천연가스는 다른 화석 연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의 중간 단계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되기에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에서 관련 인프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발전 비용 감소도 아프리카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태양광 발전의 글로벌 평균 균등화 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nergy: LCOE)*은 85%, 풍력은 56% 감소했다. 아프리카에서 석탄의 LCOE가 MWh당 80~150달러, 복합화력이 50~100달러에 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은 MWh당 30~80달러 수준이라 아프리카 전력 생산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 발전소의 수명 주기 동안 전력 생산에 드는 모든 비용을 고려하여 계산한 단위당 발전 비용 |
+아프리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성공할 수 있을까? |
2024년 5월,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 정부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그린수소*를 운송하는 ‘남부 수소 회랑(SoutH2 corridor)’ 개발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을 잇는 총 3,300km 규모의 수소 파이프라인 개발 사업으로, 이탈리아의 SNAM, 오스트리아의 TAG, 독일의 Bayernets GmbH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와 함께 유럽연합(EU)의 공동이익프로젝트(Project of Common Interest: PCI)에도 선정되어 인허가 간소화와 자금 지원까지 받게 되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이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수소로 평가된다. |
북아프리카는 저렴한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잠재력과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유럽으로부터 그린수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집트에서는 2040년까지 연간 14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여 세계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튀니지는 2050년까지 총 83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 중 600만 톤을 ‘SoutH2’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4월 8일, 모잠비크 정부는 총 72억 달러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프로젝트인 ‘코랄 노르떼(Coral Norte) FLNG’를 공식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잠비크 동북부 해상의 심해 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2028년부터 본격적인 가동 및 세계시장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에서 발간한 ‘아프리카 에너지 전망?모잠비크 특별 보고서 2024(Africa Energy Outlook ? Mozambique special report 2024)’에 따르면, 모잠비크는 180조 입방피트(tcf) 이상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3위, 세계적으로는 13위에 해당한다. 모잠비크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약 230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ExxonMobil), 중국석유(CNPC), 한국가스공사(KOGAS)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이러한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를 담을 용량의 크기다.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의 요인으로 인해 항상성 있는 전력 공급을 얻을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ttery Energy Storage System: BESS)의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는 여타 대륙들과 비교했을 때, BESS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다. |
국제재생에너지기구(The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67기가와트(GW)로, 전체 9개 지역 중 7위를 차지한다. 전 세계 태양광 자원의 약 60%를 보유하는 등 아프리카가 가진 막대한 잠재력과 비교했을 때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BESS 기술의 발전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 일부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의 경우 발전소가 주로 농촌 지역에 위치하여 지역 주민의 경제활동 중단과 이주 등 권리 침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일례로 2018년에 발전소 가동을 시작한 ‘투르카나 호수 풍력 발전 프로젝트(Lake Turkana Wind Power Project)’는 시작부터 토착민인 투르카나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대대로 이어져온 토착민들의 토지를 사용하는 데 있어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UN 원주민권리선언(UNDRIP)에 입각한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정보에 입각한 동의(FPIC)”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직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직업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 지원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에너지 전환 국가인 남아공에는 현재 약 91,000명의 석탄 산업 종사자가 있다. 이들에게 적절한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상당수 노동자들이 실업에 처하게 되고 이는 지역사회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금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현재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다. 2022년 기준 아프리카 국가의 GDP 대비 공공 부채 규모는 평균 65%로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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