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국 외교부장 왕이(Wang Yi, 王毅)는 새해 첫 순방으로 아프리카 4개국에 다녀왔다.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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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순방에 앞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Mao Ning, 毛寧)은 중국과 아프리카 간 관계의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한 협력을 강화하고자 일정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왕이 외교부장은 아프리카에 이어 중남미를 방문했는데, 올해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일정을 몰디브에서 마무리하며 인도양 지역까지도 관심 깊게 주시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중국은 35년간 꾸준히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반면, 미국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前 대통령이 임기 말에 앙골라에 다녀온 것이 정권 중 유일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방문이었다. 또한 미국이 2000년부터 시행해온 아프리카성장기회법(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이 올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에 꾸준한 관심을 표현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아프리카 대륙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디플로마트(The Diplomat)紙에 따르면, 2007년 이래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지 않은 곳은 남수단, 리비아, 레소토, 모리타니아, 소말리아, 에스와티니 6개국*에 불과하며, 특히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나라는 5회 이상 다녀갔다.
* 에스와티니는 대만(중화민국)과 공식 외교 관계를 가진 12개국 중 하나로, 아프리카의 유일한 중국 미수교국이자 대만 수교국이다. 한편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서사하라와 소말릴란드는 대상 목록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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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고위급 인사 아프리카 각국 방문 현황
(국명과 함께 기재된 숫자는 방문 횟수를 나타냄) ⓒ The diplomat |
+ 에너지,교통 인프라, 산업화 촉진, 무역 협력 강화 |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 주제는 크게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 구축 △산업화 촉진 △무역 협력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우라늄 수입국 중 하나인 나미비아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과 태양열, 풍력, 원자력 발전 시설을 운영할 의지를 보이고, 콩고는 2022년에 중국전력건설그룹(Power China)과 국내 최초 태양열 및 소각 발전 시설 구축을 계약했으며 2024년에는 중국해외그룹(China Overseas)과 94억 달러 규모의 순다(Sounda)댐 수력 발전 개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착공 예정인 순다댐 건설 프로젝트가 실제로 이행되면 이는 콩고 사상 최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석유 자원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니제르와 베냉을 잇는 1,930 킬로미터 길이의 송유관 건설을 지원하여 니제르의 석유 생산량을 다섯 배 끌어올리고자 했으나, 2023년 니제르 쿠데타 발생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되자 인접 국가로 눈을 돌려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달 이웃 나라 차드에 방문한 것 역시 협력 대안국 모색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콩고의 푸엥트누아르(Pointe-Noire) 항구를 중부 아프리카 해운 허브로 개발하고 1934년에 지어진 콩고 해양철도(Congo Ocean Railway: CFCO) 시설을 정비하여 광업을 활성화하며 인접 내륙국과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 콩고 정부는 중국철도건축그룹(China Railway Construction Corporation: CRCC)과 지난 2013년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아직까지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는데,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진전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경제를 석유 무역에 크게 의존해온 콩고는 오랫동안 중국의 주요 석유 교역국 중 하나였으나, 최근 중국이 석유 공급원을 다양화하면서 콩고의 대중국 수출량이 많이 감소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시진핑 주석과 데니스 응게소(Denis Nguesso) 콩고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콩고의 산업 다각화, 주요 기반시설 구축 뿐 아니라 지방 연결성 강화를 도울 것임을 약속했으며, 올해 왕이 외교부장의 방문에서 관련 논의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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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대의 인구 대국이자 중국의 오랜 주요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아프리카에 대한 10억 위안(한화 약 1978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약속하며, 아프리카 군사 인력 6천 명과 경찰 인력 1천 명을 양성하여 테러 척결을 지원할 것이라 선언했다. 나이지리아의 투가(Yusuf Maitama Tuggar) 외교장관과의 회담 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프리카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하며 바깥 세력의 아프리카 국가 내정 관여에 반대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 투자 역시 해당국 내정에 영향을 미치는 바, 중국의 아프리카 군사 지원 행보는 그간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주성을 강조하던 목소리와 모순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에는 모잠비크-탄자니아 연합 군사 훈련에 중국의 육·해·공군 병력이 모두 참가하여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SCMP)에 따르면,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국제비교정치센터(Centre for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Politics, Stellenbosch University)의 팀 자존츠(Tim Zajontz) 연구원은 중국 기업과 국민들이 나이지리아 여러 지역에 진출해 있어, 중국 정부가 나이지리아의 정치적 안정성 유지에 크게 신경 쓰고 있으며, 앞으로 양국의 무기 교역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의 또 다른 방문지인 차드에서도 군사 협력이 예상된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사헬 지대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프랑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행보를 보인다. 이에 중국의 이번 차드 방문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세력에 맞서 중국-차드 협력을 공고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차드는 최근 자국 내 주둔하던 프랑스 병력을 철수시키는 등 프랑스와의 안보 협력 관계를 축소했으며, 인접 사헬 국가에서 쿠데타가 빈번히 발생하여 안보 유지 노력이 더 필요한 만큼 군사적인 영향력 확장을 원하는 중국에게 적합한 국가로 볼 수 있다.
더보기>> 아프리카 위클리(2025-3호): 서아프리카에서의 프랑스군 철수와 역내 프랑스 영향력 약화 |
+ '일대일로’ 그 이상으로 아프리카의 중요도를 높이는 중국 |
중국은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2013년부터 21세기 新 실크로드를 꿈꾸며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남미를 아우르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一帶一路)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남미와 유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2023년 개최된 일대일로 포럼 역시 초기의 기대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당시 포럼에는 140개국, 30개 국제기구에서 대표단이 참가했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홍보와는 다르게 단 29명의 정상급 인사만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가운데 소위 강대국이라 할 만한 국가는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러시아 뿐이었다. 심지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탈레반 대표단까지 참가하여 다른 나라에서 놀랍게 바라보기도 했다.
게다가 일대일로 사업이 타국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부채의 덫(dept trap)’에 빠뜨려 중국의 이득 극대화에만 치중되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이 크게 흔들린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라오스, 몰디브, 스리랑카와 케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빚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고 중국 인력 대거 파견으로 인한 현지인 취업난에 직면해 있다. 과거 자넷 옐런(Janet Yellen) 미국 전 재무장관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수원국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켜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더보기>> 아프리카 위클리 (2024-42호): 2024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대규모 지원 약속과 향후 과제들
이렇듯 일대일로 사업이 여러 어려움과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아프리카 외교 전략은 한층 더 대담해졌다.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9회 FOCAC은 전 세계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일대일로 포럼보다도 더 성대하게 치러졌고,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이 참석했으며 중국 관영 언론에서도 이를 중국의 최대 규모 외교행사로 표현하여 2023년 개최된 일대일로 포럼보다도 더 높은 지위를 가졌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프리카 국가도 여럿 있으나, 일대일로와 별개로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중국이 아프리카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가까운 이면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올해 1월 아프리카리포트(The Africa Report)紙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나이지리아 진출이 활성화되고 교역 규모가 증가하는 한편 최근 3개월 동안 나이지리아에서 최소 400명의 중국 국적자가 불법적인 채광과 개인정보 도용 등의 혐의로 체포되었다.
지난 2001년 나이지리아와 중국이 투자·무역 협약을 맺은 이래 두 나라의 교역액은 무려 226억 달러에 달했고, 중국은 나이지리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었다. 또한 중국은 과거 2023년 통계에서도 이미 나이지리아 무역의 최대 공급국이었기에 나이지리아 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는 중국인의 수도 매우 증가했는데, 복잡한 취업 비자 규정을 피해 많은 중국인들이 단기 도착비자로 입국한 후 합법적인 체류기간 연장 절차 없이 오랜 기간 머무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어, 나이지리아 출입국 관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투가 외교장관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수가 많고 그 중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인원이 있긴 하나 중국과의 교류에서 나이지리아가 얻는 점이 더 크기에 단편적으로 중국을 비난할 수 없다고 노정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국내 경제 성장 둔화, 청년 취업난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게다가 최근대외적으로는 중국 견제 성향이 강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에 중국은 풍부한 지하 자원과 많은 인구가 있는 큰 시장인 아프리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높은 산업화 의지를 보일 뿐 아니라, 사헬 및 서아프리카 지역의 탈프랑스화 움직임과 같이 정치,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앞으로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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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程有, 王毅提前回, 途中去了一特殊地方, 印度已展行. Sohu. 2025-01-16.
林鈺芩. 「一帶一路 2.0」(上)大撒幣後反陷債務危機如何評價習近平傾 10 年心血打造的中國夢. 換日線 Crossing. 2023-11-03.
胡麒牧. 王毅提前束行程, 去了特殊地方, 得到一出乎意料的承. Sohu. 2025-01-17.
桑雨. 中國對非洲政策日益軍事化(一). RFI Taiwan.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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