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작년 12월 27일 세네갈에서 프랑스군을 철수한다는 발표가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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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서의 프랑스군 철수와 역내 프랑스 영향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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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작년 12월 27일 세네갈에서 프랑스군을 철수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 1주일도 안 된 지난 1월 1일, 알라산 우아타라(Alassane Dramane Ouattara)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국에서 프랑스 군대를 체계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지속된 프랑스의 아프리카 철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세네갈에 이어 코트디부아르마저 프랑스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제 프랑스군은 아프리카 국가 중 가봉(350명)과 지부티(1,500명) 단 두 곳에만 남게 되었다.
* 말리(2022.8월), 부르키나파소(2023.1월), 니제르(2023.7월), 차드(2024.11월), 세네갈(2024.12월), 코트디부아르(2025.1월)
더보기>> 아프리카 위클리(2023-36호): 가봉 쿠데타 발발과 구 프랑스 식민지의 ‘쿠데타 전염’
더보기>> 아프리카 위클리(2023-11호): 프랑사프리크의 종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프리카 4개국 순방
이러한 변화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주성을 강화하려는 의지와 함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프랑스에 대한 반감 증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아프리카 위클리에서는 아프리카 내 프랑스의 입지 약화와 이러한 움직임이 유럽·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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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엠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단 신년하례회에서 사헬 지역 국가들을 겨냥하여 “고맙다는 말을 잊은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 가뜩이나 높아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반(反)프랑스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 발언은 최근 3년 동안 프랑스군이 사헬 지역에서 연이어 철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프랑스가 수행한 역할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고 “프랑스군이 이 지역에 파병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주권국이 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은 즉각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Mahamat Idriss Deby) 차드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대한 경멸에 가까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표현했으며, 우스만 송코(Ousmane Sonko) 세네갈 총리는 “프랑스는 아프리카의 주권을 보장할 능력도, 정당성도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잇따른 비난은 프랑스와 아프리카 간의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반영한다. 그동안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전 프랑스 대통령은 사헬 지대의 안보 문제에 집중해왔고,*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적극적으로 아프리카와 교감하고자 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2023년 3월 ‘프랑사프리크(Francafrique)**’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며 대(對)아프리카 정책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식민지배 시기 동안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의 일부를 반환하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있어프랑스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 프랑스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이후에도 파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2013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사헬 지역에 병력을 파견했는데, 많을 때는 그 규모가 5천 명 이상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지에서 대테러 격퇴전인 바르칸 작전(Operation Barkhane)을 펼쳤다.
**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가 정치, 경제, 군사 등의 영역에서 사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유지해온 ‘특수한’ 관계를 일컫는다.
*** 1994년 발발한 르완다 대학살로 인해 100일간 100만 명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되었다. 르완다는 당시 동맹국이었던 프랑스가 방조하고 후투인들의 무장을 지원했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2021년 5월 마크롱 대통령은 르완다 수도 키갈리(Kigali)에서 연설하면서 “나는 우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학살 공모설에 대해서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전히 정치, 군사,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의 행보는 신식민주의의 한 형태이며 아프리카의 자주성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반프랑스 여론은 지속되어왔다. 우선, 프랑스의 병력 개입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근절되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적시에 철수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지역 내 프랑스 제품·서비스의 아프리카 시장점유율은 악화일로에 있고 그 자리를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적 다변화와 새로운 파트너십 모색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프랑스가 아닌 중국·러시아 등 새로운 파트너 국가들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터키 등 수많은 국가들이 아프리카 대륙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 부모 세대와 달리 작금의 아프리카 청년들은 프랑스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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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프랑스군 철수 결정은 프랑스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 약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비교적 프랑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던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에서도 프랑스군 철수가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세네갈 정부는 2024년 12월 27일, 자국 내 모든 외국 군사 기지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프랑스군을 겨냥한 결정으로 해석되는데, 실상 세네갈 내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은 프랑스군뿐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5일 후 코트디부아르도 프랑스 군대의 체계적인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월부터 철군이 시작되며, 포트부에(Port Bouet)에 있는 프랑스 해군 보병대대 주둔지를 코트디부아르군이 인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들은 프랑스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지역 내 세력 균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의 결정은 큰 상징성을 갖는데, 우아타라 대통령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가장 확실한 협력자로 여겨졌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코트디부아르의 결정으로 프랑스군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아프리카 내 반프랑스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을 주시하며 프랑스 정부도 정책 전환을 모색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코트디부아르와 세네갈의 결정은 프랑스의 대아프리카 정책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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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니제르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니제르와 프랑스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니제르에서 우라늄 채굴 사업을 하던 프랑스 국영 원자력 기업 오라노(Orano)의 사업 환경도 크게 악화되었다. 쿠데타 약 1년 후인 2024년 6월, 니제르 군사 정권은 오라노의 이무라렌(Imouraren) 광산 운영권을 박탈했다. 이어 10월 31일부터는 아를리트(Arlit) 광산*의 생산도 중단되었다. 오라노는 니제르 정부가 광물 생산과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2월 3일 화상회의에서 더 이상의 투자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오라노는 통신 수단 차단, 프랑스인 경영진 송환 등의 조치를 취하며 니제르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 약 2천 톤의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채굴지로, 오라노가 지분의 63.4%를, 니제르 정부가 36.6%를 소유하고 있다. 원자력 대기업인 오라노의 아프리카 대륙의 마지막 요새로, 압두라하만 티아니(Abdourahamane Tiani) 장군이 집권하고 있는 니제르 군사 정권과 과거 식민 세력이었던 프랑스 사이의 줄다리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더보기>> 아프리카 위클리(2023-33호): 니제르 쿠데타: 사헬 지역 안보와 글로벌 파워에 대한 시사점
니제르 정권은 오라노의 이무라렌 광산의 운영 자격을 박탈하면서 그곳을 개발하기 위해 러시아, 이란 등 잠재적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니제르의 광산에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State Atomic Energy Corporation: ROSATOM)가 관심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어 11월 29일 알렉산더 노박(Alexander Novak) 러시아 부총리가 이끈 대표단이 니제르 수도 니아메이(Niamey)를 방문하여 관련 정부 당국과 광업 장관을 접견하기도 했다. 향후 이무라렌 광산 채굴권이 러시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프랑스와 니제르 간의 오랜 식민지 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보여준다. 니제르 군사 정권은 과거 식민지배의 잔재로 여겨지는 우라늄 협력을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국제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니제르의 우라늄 수출 중단 결정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의 우라늄 공급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전력의 65%를 원자력으로 생산하며, 지난 10년간 수입한 우라늄의 20%를 니제르에서 조달했다.
* 2022년 기준 유럽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된 우라늄의 약 25%가 니제르산이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 약화는 단순히 군사적 철수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자원 등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프랑스에 대한 반감,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주성 강화 욕구,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새로운 협력 파트너의 등장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니제르에서의 우라늄 채굴권 상실은 프랑스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은 국제 정세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새로운 세력 균형을 예고한다. 아프리카의 변화된 대외환경이 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 나아가 국제 사회의 세력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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